롯데가 최근 10경기에서 8승을 기록하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8-5로 승리했다. 2연승을 달린 롯데는 이날 kt 위즈에게 1-6으로 덜미를 잡힌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지우는 데 성공했다(64승 2무 70패).

롯데는 선발 노경은이 5.2이닝 동안 5실점했지만 타선의 도움으로 시즌 8승째를 따냈고 28세이비를 기록한 마무리 손승락은 두산 베어스의 함덕주를 제치고 세이브 부문 단독 2위로 뛰어 올랐다. 사실 잔여경기를 고려하면 여전히 롯데의 가을야구 확률은 썩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롯데는 올 시즌 커다란 수확을 얻었다. 거인군단의 3루수 계보를 이을 전병우의 발굴이다.

여의치 않았던 롯데의 자체 주전 3루수 발굴 프로젝트
 
 지난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롯데 전병우 선수가 4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롯데 전병우 선수가 4타점을 기록했다. ⓒ 롯데 자이언츠

 
2016년 타율 .335 27홈런 113타점 25도루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황재균(kt)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면서 롯데의 핫코너는 순식간에 무주공산이 됐다. 5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대호에게 4년 150억 원을 투자한 롯데는 외국인 3루수를 영입하거나 FA시장에서 3루수를 구하는 대신 내부 경쟁을 통해 2017 시즌의 주전 3루수를 결정하기로 했다. 롯데 내부 3루수 자원들의 '자체 경연'이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2017년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롯데의 주전 3루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롯데는 김동한, 신본기, 황진수, 문규현, 김대륙 등 여러 선수들에게 3루수로 기회를 줬지만 누구도 공수에서 만족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는 작년 시즌 5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했지만 끝내 3루수 약점은 해결하지 못한 채 공수주를 겸비했던 만능 3루수 황재균의 공백을 느껴야 했다.

롯데의 주전 3루수였던 황재균이 1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언했을 때도 롯데는 손아섭 재계약과 민병헌 영입에 공을 들이느라 황재균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롯데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2006년의 손용석(롯데 2군 작전코치) 이후 12년 만에 롯데의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선택 받은 경남고의 거포 내야수 한동희였다.

청소년 대표 출신의 한동희는 고교 시절 통산 4할이 넘는 타율과 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서울고의 강백호(kt)와 함께 고교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부터 홈런포를 터트린 한동희는 수비에서도 준수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유력한 주전 3루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혹자는 아직 외야 수비가 서툰 강백호보다 전문 내야수 한동희가 신인왕에 더 가까운 선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프로의 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동희는 지난 6월 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생애 첫 만루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82경기에서 타율 .221 3홈런 24타점으로 시즌 개막 당시의 기대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렇게 올 시즌에도 3루수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였던 롯데이기에 '신데렐라' 전병우의 등장은 팬들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입단 4년 만에 1군 데뷔한 전병우, 롯데의 복덩이로 맹활약
 
 지난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롯데 전병우 선수가 4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롯데 전병우 선수가 4타점을 기록했다. ⓒ 롯데 자이언츠

 
전병우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 28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지금은 팀 동료가 된 2015년 신인왕 후보 조무근(6라운드), 올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송성문(5라운드)보다도 일찍 지명됐을 정도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대졸 내야수로서 전병우에 대한 평가는 썩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병우는 루키 시즌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238로 그리 돋보이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전병우는 2015 시즌이 끝난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하며 군복무를 마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한 전병우는 훌리오 프랑코 2군 타격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타격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05 13홈런 47타점 11도루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9월 4일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고 엔트리가 확장되면서 생애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전병우는 데뷔 후 첫 11경기에서 대타 혹은 대수비로 나와 타율 .143 1타점으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9월 28일 넥센전에서 대주자로 출전했다가 이어진 타석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렸고 다음날부터 곧바로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전병우는 주전으로 나선 최근 6경기에서 23타수 12안타(타율 .522) 2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6일 한화전은 전병우가 자신이 왜 '1군 체질'인가를 홈팬들 앞에서 증명한 경기였다. 3-3으로 맞선 4회말 균형을 깨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린 전병우는 5회에도 펜스 상단을 때리는 우전 싹쓸이 2루타를 때려내며 3명의 주자를 모두 쓸어 담았다. 전병우는 7회에도 2루타 하나를 추가하며 3연타석 장타를 기록했다. 한 경기 4타점은 당연히 데뷔 후 최다 타점 기록이다.

신본기와는 경남중과 동아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전병우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만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롯데에 입단한 부산 토박이다. 부산의 야구팬들은 예전부터 박정태, 이대호 등 지역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내왔다. 아직 전병우가 그들을 이을 만한 대스타가 되리란 보장은 없지만 현 시점에서 롯데의 치열했던 3루수 경쟁에서 전병우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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