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위건 어슬레틱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는 '생존왕'이었다.

2005-2006 시즌 승격해 2012-2013 시즌까지 EPL에서 활약했던 위건은 거의 매시즌 치열한 강등경쟁을 펼치다가 시즌 말미 접어들어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잔류에 성공해 '생존왕' 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결국 위건은 2012-2013시즌 잉글랜드 FA컵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물리치고 우승하는 기쁨을 맛봤지만 그 시즌 챔피언십으로 강등된 후 지금까지 EPL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K리그에도 위건 못지않게 생존본능을 발휘하는 팀이 있다.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다. 지난 2시즌동안 하위권을 멤돌며 강등의 위협속에 시즌을 치렀던 인천은 시즌말미 접어들며 상승세를 타면서 항상 시즌 막판에는 잔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백미는 지난 2016 시즌이었다. 그 해 9월까지 5승 9무 14패로 12위를 기록하고 있던 인천은 스플릿 라운드 5경기 포함 남은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특히 수원FC와 잔류나 강등이냐를 놓고 치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는 후반 30분 김용환의 극적인 결승골이 나오면서 그 기쁨이 2배가 되었다.

지난 시즌에도 시즌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속에 28라운드까지 5승 12무 11패로 11위를 달리던 인천은 이후 10경기에서 2승 6무 2패를 기록했다. 2016년 만큼의 상승세는 아니었지만 또다시 치열한 강등권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올 시즌도 인천은 치열한 강등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즌초반에는 무고사, 문선민, 아길라르 삼각편대를 앞세운 공격진으로 K리그 1강 전북 현대를 물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극심한 수비 불안 속에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며 무려 16경기 동안 무승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부진에 시달렸다.

이런 가운데 이기형 감독이 지난 5월 성적 부진으로 사퇴하고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욘 안데르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인천은 악전고투 하는 모습이다.

월드컵 휴식기 이전까지 1승 5무 8패를 기록했던 인천은 안데르센 감독 부임 이후 5승 7무 6패를 기록하며 성적 면에선 좋아졌지만 문제는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수비불안으로 놓치면서 순위는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남FC와 대구FC를 상대하면서, 인천의 생존 본능이 또다시 꿈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리그 2위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30분까지 0-2로 뒤지던 인천은 후반 34분 아길라르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반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후반 43분에는 무고사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2골 차로 뒤지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며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그리고 6일 열린 대구와의 원정경기, 전반 24분 문선민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인천은 전반 36분 정승원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28분 이번에도 무고사가 역전골을 터뜨리며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이 2경기에서 1승 1무의 성적으로 귀중한 승점 4점을 챙긴 인천이었는데 상대가 리그 2위인 경남과 최근 상승세가 뚜렷했던 대구를 상대로 거둔 승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히 컸다.

그 중심에는 서두에 언급한 무고사, 문선민, 아길라르 공격 3각편대가 있었다. 케빈 오리스가 떠난 이후 지난시즌 웨슬리, 달리로 처절한 실패를 맛 본 인천은 올 시즌을 앞두고 무고사라는 확실한 해결사를 영입하면서 공격의 무게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여기에 팀의 크랙이었던 문선민과 역시 새로 영입된 아길라르까지 합류한 인천은 시즌 초반부터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선보였다.

인천 공격의 삼각편대 3명은 올시즌 기록면에서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무고사는 리그 15골로 제리치(강원), 말컹(경남), 주니오(울산)에 이어 득점랭킹 4위에 올라있으며 문선민은 13골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특히 문선민의 13골에 상당한 의미가 큰데 문선민은 올시즌 K리그 국내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그 다음이 11골 기록한 이동국)

아길라르 역시 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 세징야(대구)와 함께 도움랭킹 2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인천의 공격력은 올시즌 가공할만하다. 실제로 인천은 올시즌 44골로 7~12위 팀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데 수비만 뒷받침 되어줬다면 강등권 경쟁을 하지 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무고사, 문선민, 아길라르는 치열한 순위경쟁이 시작되는 최근 들어 더욱 돋보이는 모습이다. 지난 9월 26일 서울과의 경기에선 비록 후반전 고요한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 무승부에 그쳤는데 문선민이 득점을 터뜨리고 아길라르가 어시스트를 기록한 경기였다.

지난 경남과의 경기에서도 아길라르가 후반 34분 만회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43분 무고사의 득점상황에선 문선민이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 3명의 선수가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다. 그리고 대구와의 경기 역시 아길라르의 도움을 받은 문선민이 골을 기록한데 이어 무고사가 1-1로 맞서던 후반 28분 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경남, 대구와의 경기에서의 결과가 의미있는 것은 후반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점을 챙겼다는 점에서 또한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인천은 올시즌 유난히 후반막판에 경기를 놓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줬다. 승점을 챙길 수 있는 경기에서 경기막판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등 집중력 문제로 실점을 허용하며 잃는 승점이 허다하다보니 현재 처절한 강등권 싸움을 하고 있는 인천의 현실이다. 경남, 대구전에선 경기 막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점을 챙겨가며 강등권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A매치 휴식기를 갖는 인천은 다가오는 20일 전북 현대와의 정규리그 마지막경기를 치른다. 쉽지 않은 상대지만 올 시즌 전북을 상대로 1승 1무의 성적을 기록한 데다 이 두경기에서 전북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괴롭혔다는 점에서 인천이 또한번 귀중한 승점을 챙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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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문선민 아길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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