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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국방부 '국방개혁 2.0' 발표를 계기로 대한민국 육군에서 현역으로 복무한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 기자 말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으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선거공약 중 하나가 바로 국방개혁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병사들의 복무일수 단축과 봉급 인상은 일반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사가 됩니다.

그 결과 병사들의 복무일수는 과거 약 3년에서 시작해 2년이 되지 않도록 줄어 들었으며, 봉급 또한 올해 병장기준 월 40만 6000원까지 인상됐고, 최근 국방부에서 발표한 '국방개혁 2.0에 따르면 병사들의 복무일수는 육군 기준 18개월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줄어들 예정이며, 봉급 또한 2022년까지 병장 기준 월 67만 6천원으로 인상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영 내 병사들의 지위나 생활 등 흔히 말하는 인권개선과 관련해서는 획기적이고, 뚜렷한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잊혀질만하면 병영 내 구타·가혹행위 소식이 전해지고 충격적인 사건·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군대 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병사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병사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잠깐 복무하고 지나가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에서 많은 문제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직업으로 군인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의무복무를 위해 병사로 입대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계급적 상하관계가 형성되고 과거 잘못된 일본식 군대 문화가 상존하면서 더욱 문제는 고착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군대 내의 이와 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일부에서는 미국식 병영 모델을 우리 군에 도입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급까지 제안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일과시간 이후 병사들의 잡일(또는 사역) 동원 금지, 병사들에 대한 출퇴근 개념 도입 등 외적인 변화를 강제할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군 구성원들의 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만한 방안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관련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병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군 간부(장교, 부사관) 또는 군무원인 탓이 클 것이며,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목소리 한번 내기 어려운 병사들의 위치가 또 다른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군대 내의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미국 등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 보다 현재 우리 군대 내에서 간부(장교, 부사관)와 병사 사이의 불필요한 차별과 잘못 된 관행·제도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입니다. 그 예로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 제안] 병사 신분증·출입증 발급

임관한 장교나 부사관 그리고 군무원까지 우리나라 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신분을 확인해 주는 공무원증과 해당부대 출입증이 발급됩니다. 그러나 오직 병사들에게만은 기본적인 신분증조차 발급되지 않으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대 출입증 또한 발급되지 않습니다(물론 병무청 신체검사 당시 발급해 주는 급여통장과 연동 된 나라사랑 카드라는 것이 있으나 그것이 공식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데 쓰이지는 않습니다).

병사들이 군 복무와 관련하여 군으로부터 발급받는 공식적인 확인증은 전역 날 받는 전역증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병사들은 휴가·외출 등 부대 출입 시에도 부대에서 발급한 종이 출타확인서 정도를 확인증으로 제시할 뿐 군에서 발급한 공식 신분증이나 출입증으로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습니다. 또한 각종 시험(공무원, 자격증 등)에서도 직업군인들에게는 신분증으로 공무원증을 요구하지만 병사들에게는 부대장이 발급한 복무확인서류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군 보안에도 중요한 신분증이나 출입증을 왜 병사들에게만 발급하지 않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병사들을 온전한 군의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잠깐 머물다 가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이유가 클 것입니다. 또한 분실 시 지휘·감독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통제·관리하려는 군 간부들의 인식 등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분증과 출입증은 어떤 조직의 일원이 됐음을 의미하는 가장 기본적인 증표이기에 우리 군이 병사들을 진정 군의 일원으로 생각한다면 하루 빨리 개선조치가 이루어 져야 할 것입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신분증과 출입증조차 발급하지 않고 병사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군 간부들의 병사들에 대한 인식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병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복무의지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병사들에 대한 신분증과 출입증 발급은 국방부에서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병사들의 일과 후 출타 허용을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하여 이루어져야 할 일입니다.

[두 번째 제안] 각종 수당 정상지급

앞서도 언급 했듯이 병사들의 봉급은 대선, 총선 등에서 중요하고도 민감한 의제로 다뤄집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그 규모는 달랐지만 항상 병사들의 봉급 인상을 대부분 주장했고, 실제로 꾸준히 병사들의 봉급은 인상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발표 된 국방개혁 2.0에서도 병사들의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봉급을 인상한다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군대 내 병사들의 복무여건 개선과 인권보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월 단위 기본급 인상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 지급을 정상화 하는 것이 함께 이루어 져야 합니다. 물론 지급도 몇 가지 경우에 한해 병사들에게도 수당이 지급되고 있으나 군 간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연장근무 수당, 당직수당, 휴일근무 수당, 야간근무 수당 등 일과시간 이외에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수당지급을 정상화 하여 금액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최소한 군 간부들이 지급받는 수당항목에서 병사들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비단 일과시간 이외에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수당뿐만 아니라 다른 항목들에서도 군 간부들이 지급받는 수당항목과 차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하게 병사들에게 수당을 정상적으로 지급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동안 암묵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군 간부들에 의한 병사들의 사역 동원이나, 일과시간 이외의 잔업 지시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이러한 병사들에 대한 수당 지급 정상화는 최근 국방부에서 발표한 '일과시간 이후 군 간부들의 생활관 방문 제한 지침 마련' 등에 의한 방법 보다 훨씬 효용성 있는 병사들의 복무여건 개선 방법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병사들을 관리나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언제든 부릴 수 있는 하급 노동자 정도로 인식했던 일부 군 간부들의 잘못된 생각을 개선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며, 군 복무를 하는 병사들에게도 정체성 확립과 복무의욕 고취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의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제초, 제설 작업 민간인력 활용 확대'가 가진 현실적 한계인 '접경지역 민간인력 활용 어려움', '많은 예산의 투입' 등의 문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 봉급 인상이 다소 느리게 이루어지더라도 병사들에 대한 각종 수당지급이 정상화 되는 것이 선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병사들의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실제로 의무복무하는 병사들이 체감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 했듯이 가장 기본적인 것을 무시하거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고 보여 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2가지 과제, 병사 신분증·출입증 발급과 각종 수당지급 정상화는 과도하게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 않을뿐더러 이미 확보한 예산의 지급 방법을 변경하여 즉시 시행 가능한 일들입니다. 이 2가지 과제 해결을 시작으로 병사들의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접근들이 이루어지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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