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몰리스 게임> 포스터

영화 <몰리스 게임> 포스터 ⓒ (주)영화사 빅


스키 유망주 몰리는 어린 시절 허리를 다치고 재활 끝에 올림픽 출전이 걸린 대회에 출전한다. 그러나 결승선 코앞에서 조그마한 장애물에 걸려 방청객석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 한 번의 추락이 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몰리는 돈을 벌기 위해 한 남자의 비서로 들어가게 된다. 까다롭고 히스테릭한 성격의 이 남자가 하는 일은 지하 포커 세계를 움직이는 하우스 운영이다.
 
<몰리스 게임>은 실존 인물 몰리 블룸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찰리 윌슨의 전쟁>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의 각본을 써 온 아카데미 수상자 아론 소킨의 영화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중심과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하우스를 향한 이들은 할리우드 로열패밀리, 스포츠 스타, 거대 기업인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거물들이다. 그들은 안정된 성공과 증표라 할 수 있는 명예를 거머쥐고 있음에도 도박이라는 확률에 몰두한다. 이들의 삶에는 중심이라는 게 없다. 행복을 추구할 확실한 방향성이 잡혀 있지 않으니 도박이라는 극도의 쾌감에 몰두한다. 이는 척추라는 몸의 중심을 잡아줄 기둥을 다친 몰리도 비슷한 처지라 할 수 있다. 
 
 영화 <몰리스 게임> 스틸컷

영화 <몰리스 게임> 스틸컷 ⓒ (주)영화사 빅

몰리에게는 로스쿨이라는 정해진 길이 있지만 그녀는 그 길을 향하지 않는다. 1년, 2년 미루며 하우스 일에 몰두한다. 아르바이트가 직업이 되고 직업이 사업이 된다. 약에도 손을 대기에 이른다. 그녀는 중심이 아닌 곁가지를 따라가고 그 곁가지에 인생을 올인한다. 이런 그녀의 선택은 장애물과 관련되어 있다. 어린 시절 몰리는 허리를 다쳤고 오랜 시간을 재활에 몰두했다. 이런 재활의 결과는 또 다른 장애물에 의한 실패였다.
 
삶에서의 중심이란 이루기를 원하는 꿈이라 할 수 있다. 몰리의 첫 번째 꿈은 그렇게 끝이 나 버렸다. 그녀는 두 번째 꿈인 로스쿨을 향한 뒤 고민에 빠진다. 로스쿨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법조인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또 로스쿨 자체가 그녀의 적성에 적합한지도 미지수다. 헌데 하우스에서의 일은 눈에 보이는 돈을 안겨준다. 눈에 보이는 곁가지를 향해 간 그녀는 또 다른 장애물을 겪게 된다.
 
만약 몰리가 두 번 넘어지지 않았다면 그녀는 하우스에서 받는 돈이면 충분하니 비서 월급은 주지 않겠다는 고용주의 강압적인 명령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가 해고 명령을 내렸을 때 첫 걸림돌에 넘어져 좌절하고 다른 길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몰리는 그러지 않는다. 자신이 지닌 전화번호를 통해 스스로 하우스를 개최한다. 이런 몰리의 내성은 이후 그녀가 겪게 되는 장애물 사이에서도 넘어지지만 주저앉지 않을 힘을 준다.
 
영화 속 몰리의 이야기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스키 선수로의 삶과 그녀에게 중심에서 넘어지는 고통과 다시 일어서는 법을 알려주는 아버지와의 이야기, 두 번째는 플레이어X와의 만남으로 포커 하우스를 설립하고 확장하는 이야기, 세 번째는 모든 것을 잃게 생긴 몰리가 변호사 찰리 재피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몰리스 게임> 스틸컷

영화 <몰리스 게임> 스틸컷 ⓒ (주)영화사 빅


앞서 설명한 내용이 첫 번째 파트와 연관되어 있다면 이 영화의 구성은 두 번째 이야기와 연결된다. 아론 소킨 감독은 클래식한 연출로 영화를 담아낸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조는 물론 주인공 몰리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진행한다. 몰리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 등 내레이션을 통해 전개한다. 이런 전개의 장점은 포커라는 게임과 지하경제에 대한 개념을 알지 못하더라도 흥미롭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해준다.
 
관객이 가장 편하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다 보니 작품이 지닌 흥미와 스릴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드라마로 시작한 장르가 범죄스릴러로 엮여나가는 지점을 잘 잡아냈다는 점도 이런 연출이 지닌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연출이 지니는 단점도 드러난다. 구성이 평이하다 보니 색다른 맛이 떨어진다. 캐릭터가 많이 등장함에도 다채로운 캐릭터가 적다 보니 배역 간의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구성 자체에 모험을 덜다 보니 예상 가능한 장면과 캐릭터들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
 
세 번째 파트는 이 작품이 지니는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보여준다. 변호사 찰리 재피의 딸은 <더 크루서블>이라는 마녀사냥을 다룬 책을 읽는데 그 작품의 내용은 표적수사에 걸린 몰리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제목이 <몰리스 게임>, 몰리의 게임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표면적인 게임은 몰리가 운영하는 포커 하우스이지만 그 이면에는 몰리라는 플레이어가 각각의 퀘스트에 직면한 '인생'이라는 게임이 있다.
 
그녀는 각각의 퀘스트를 통해 넘어지기도 하고 완수하지 않은 채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점점 더 단단해지는 자신을 보여준다. 삶이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게임이 아니다. 다음 미션의 순간 얼마나 이를 더 잘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자신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몰리스 게임>은 140분의 시간을 게임처럼 긴장감 넘치게 진행하며 인생이라는 중심과 접목시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몰리스게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