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늘도 대승 분위기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팀의 다섯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한국, 오늘도 대승 분위기 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이민아가 팀의 다섯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컨디션 조절과 전술 실험은 이제 모두 끝났다고 봐야 한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우리 여자축구 선수들은 이제 하늘의 뜻이 열린 길을 걸어가야 한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 바꾸기 프로젝트의 마지막 고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 중심에 '지소연-조소현-이민아'가 만드는 붉은 삼각형이 완성되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4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팔렘방에 있는 JSC 글로라 스리위자야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 홍콩과의 경기에서 5-0으로 완승을 거두고 맞수들 중 가장 먼저 4강에 올라 한숨을 돌리며 다른 경기들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더 확실한 골을 만들기까지 집중 또 집중

조별리그처럼 많은 골을 기대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그녀들이 모두 응시하고 있는 경기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무리 없이 끝내고 나면 기다리는 준결승전이 바로 그것이다. 결승전으로 가는 마지막 모퉁이에서 마주쳐야 하는 북한 또는 일본과의 4강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8강 상대 홍콩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이민아-지소연'이 더블 플레이 메이커로 나와 더 날카롭고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지휘하며 4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것이다.

두 플레이 메이커는 무리하게 공격 마무리 동작에 가담하기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약간 아래로 내려 서서 시야를 넓히고 '이현영-이금민-손화연-전가을' 등 앞에서 뛰는 동료들을 더 빛나게 하는데 주력했다. 후반전에는 듬직한 미드핃더 조소현까지 들어와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전술 점검까지 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이민아-조소현-지소연'이 만든 붉은 삼각형이 메달 색깔 바꾸기 프로젝트의 핵심인 셈이다.

경기 시작 후 19분 만에 우리 선수들이 골을 터뜨리면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왼쪽 풀백 이은미의 측면 크로스가 길게 넘어와 반대쪽에서 달려든 전가을이 허리를 숙이는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미국 뉴욕과 호주 멜버른에서 해외 리그 경험을 쌓고 다시 WK리그로 돌아온 전가을(화천KSPO)은 32분에 오른쪽 풀백 김혜리의 패스를 잡지도 않고 오른발로 차 넣어 일찌감치 홍콩을 압도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냈다.

우리 선수들은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득점 기회가 왔을 때 어느 때보다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34분에 이금민이 상대 골키퍼 렁 와이 응아와의 충돌 위험이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뜬 공을 향해 시선을 떼지 않고 재치있게 헤더 추가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조소현 합류, 완전체로 거듭나다

윤덕여 감독은 후반전 시작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 손화연을 불러들이고 노르웨이 여자축구리그에서 뛰다가 대회 중간에 합류한 조소현(아발스네스 IL)을 들여보내 4강전을 대비한 미드필더 조합 최종 점검을 시도했다.

경험 많은 조소현이 들어와 이민아와 지소연 더블 플레이 메이커들이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공격 방법을 시험할 수 있게 되었다. 조소현은 중앙 미드필더 역할만 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습적으로 측면 공간을 파고들며 날개 공격수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이들이 만드는 붉은 삼각형의 활용 가치가 더 커진 것이다.

윤덕여 감독은 조소현을 들여보낸 것에 이어 64분에 이현영 대신 문미라를 들여보내 공격수 조합의 변화도 시험했다. 이금민을 가운데 공격수로 돌리고 문미라를 왼쪽 측면에 배치한 것이다. 여기에 유능한 왼발잡이 날개공격수 한채린까지 가용 자원을 두고 있으니 공격면에서의 자신감을 점점 더 끌어올린 셈이다.

조소현이 들어오니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 피스 기회에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77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조소현의 헤더 슛을 걷어내기 위해 홍콩 골키퍼 렁 와이 응아가 몸을 날려 가까스로 크로스바를 때릴 정도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교체 선수 문미라가 침착하게 추가골을 터뜨린 뒤, 기대했던 조소현의 공격 포인트가 이 경기 마침표를 찍었다. 조소현이 공을 잡고 절묘한 공간 패스를 넣어주니 이민아가 그곳으로 빠져들어가 상대 골키퍼까지 완벽하게 따돌리고 공을 굴려넣은 것이다.

그동안 훌륭한 플레이 메이킹 능력을 자랑하며 팀의 승리를 주도했지만 득점이 없어서 안타까워하던 이민아에게 조소현이라는 멋진 언니가 돌아와준 셈이다. 마무리 골을 터뜨린 이민아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조소현의 등 뒤로 다가가 살포시 안겼다. 자신을 믿고 멋진 패스를 보내준 언니에게 보내는 감사의 표시가 그 무엇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이로써 우리 여자축구 대표팀은 4강 상대보다 하루 더 쉬는 보너스를 얻으며 25일 오후 6시에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북한과 일본의 경기를 치밀하게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여자축구 메달 색깔 바꾸기 프로젝트가 오차 없이 차근차근 완성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 결과
- 24일 오후 6시, JSC 글로라 스리위자야 주경기장, 팔렘방

★ 한국 5-0 홍콩 [득점 : 전가을(19분,도움-이은미), 전가을(32분,도움-김혜리), 이금민(34분), 문미라(79분), 이민아(82분,도움-조소현)]

◎ 한국 선수들
FW : 이현영(64분↔문미라)
MF : 이금민, 이민아, 손화연(46분↔조소현), 지소연(85분↔한채린), 전가을
DF : 이은미, 심서연, 홍혜지, 김혜리
GK : 윤영글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슛 : 한국 32개, 홍콩 1개
유효 슛 : 한국 15개, 홍콩 0개
코너킥 : 한국 16개, 홍콩 0개
프리킥 : 한국 8개, 홍콩 9개
점유율 : 한국 73%, 홍콩 27%
오프사이드 : 한국 5개, 홍콩 1개

◇ 여자축구 8강 대진표
★ 한국 5-0 홍콩(24일 오후 6시)
☆ 북한 - 일본(25일 오후 6시)
☆ 베트남 - 대만(24일 오후 9시 30분)
☆ 중국 - 태국(25일 오후 9시 30분)

◇ 여자축구 준결승 대진표
☆ 한국 vs (북한-일본) 승리 팀
☆ (베트남-대만) 승리 팀 vs (중국-태국) 승리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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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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