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주 헤딩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리그 예선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3차전에서 임선주가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임선주 헤딩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리그 예선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3차전에서 임선주가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21개의 유효 슛 중에서 57%가 넘는 12개를 성공시켰다. 상대 팀의 경기력이 형편없었지만 그녀들은 끝까지 누구보다 진지하게 최선을 다했다. 그녀들이 목표하는 메달 색깔 바꾸기가 그 정도 각오가 아니면 도저히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21일 오후 8시 30분 인도네시아 팔렘방에 있는 JSC 제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A조 개최국 인도네시아와의 3차전을 12-0으로 크게 이기고 당당히 1위 자격으로 8강에 올라 홍콩과 만나게 됐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1골이라도 더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국 여자축구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더 많은 골을 넣어야 8강에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몇 분 남지 않았지만 골잡이 이현영은 끝줄 밖으로 나간 공을 주워다가 인도네시아 골 에어리어 표시선 위에 놓아주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껴보자는 축구장의 흔한 풍경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그 행동은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기 위해 1~2골이 모자란 아쉬운 팀이나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미 한국은 경기 종료를 앞두고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이전 경기를 모두 이겼기에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무려 12골을 몰아넣은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서도 대승은 물론 3전 전승 1위로 8강행을 확정한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거나 느긋하게 승리를 자랑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선수들이 진지했다. 상대가 약체라서 가볍게 보면서 장난삼아 공 차는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윤덕여 감독의 경기 준비 자세부터 남달랐다. 상대 팀 인도네시아가 축구장의 기적을 만들지 않는 한 큰 점수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은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에 그동안 많이 뛰지 못한 후보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는 문제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스타팅 멤버는 어느 곳 하나 빈틈이 보이지 않는 베스트 멤버였다.

이러한 감독의 뜻이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드러났다. 더 강한 팀을 상대로 더 세밀한 공격을 펼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녀들은 겉으로 싱거워보이는 이 경기도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패스, 공간 만들기, 크로스, 슛 이 모든 동작들이 더 나은 경기력을 만들기 위한 훈련 과정으로 보였다.

경기 시작 후 3분도 안 되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를 맡은 이금민이 침착한 볼 키핑력을 자랑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번 대회 최고의 득점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이현영이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왼쪽 구석으로 차 넣으며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야말로 이 골은 시작에 불과했다. 평균을 내면 7~8분 간격으로 꼬박꼬박 1골씩 터뜨리는 완벽한 공격력을 그녀들이 다듬고 또 다듬은 것이다. 세트 피스도 다양하게 시도했으며 측면 크로스의 방향도 일정하지 않고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각도가 남달랐다. 중거리 슛도 조직적으로 만들어냈으며 과감한 드리블로 상대 골키퍼까지 따돌리는 감각을 익혀나갔다.

지소연도 득점 감각 회복하다

기뻐하는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리그 예선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3차전에서 지소연이 후반 종료 직전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기뻐하는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 2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팔렘방 겔로라 스리위자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조별리그 예선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3차전에서 지소연이 후반 종료 직전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분에 넣은 문미라의 추가골 장면은 웬만한 남자축구 세계 톱 클래스의 팀 플레이와 완벽한 개인기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센터백 임선주가 길게 넘겨주는 패스가 상대 팀 수비 라인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정확하게 허무는 것이었고, 높게 떠 오는 공을 문미라가 놀라운 퍼스트 터치 실력으로 섬세하게 잡아놓았다. 그리고는 오른발 인사이드 마무리 슛까지 완벽한 작품을 완성시켰다.

또한 그녀들은 결코 쉽지 않은 헤더 골을 비교적 많이 성공시켰다. 총 12골 중에서 41.6%에 해당하는 5골을 머리로 넣은 것이다. 이 경기에서만 5득점의 압도적인 골 감각을 자랑한 이현영은 3골을 머리로 성공시켰다. 오른쪽 풀백 김혜리의 크로스를 받은 여섯 번째 골부터 왼쪽 풀백 장슬기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아홉 번째 골,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온 왼쪽 미드필더 한채린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열 한 번째 골을 이현영이 정확한 헤더 골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현영의 헤더 골을 도운 선수가 모두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여자축구 팀은 경기마다, 순간마다 더 정확하면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을 다양하게 훈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팀의 공격을 풀어나가는 정신적 지주인 지소연이 이전 경기까지 페널티킥 득점은 있었지만 오픈 플레이에 의한 골이 터지지 않아서 사실 걱정이 좀 됐다. 그런데 이 걱정조차 이 경기를 통해 훌훌 털어버린 것이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장창 대신 들어와서 이민아와 함께 더블 플레이 메이커로 활약한 지소연은 67분에 장슬기의 그림같은 오른발 감아차기 골을 프리킥으로 도운 것부터 시작하여 88분에 김혜리의 패스를 받아서 왼발 슛을 시원하게 차 넣었고 추가 시간 좁은 공간을 뚫고 또 하나의 왼발 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으며 경기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우리 여자축구 선수들은 오는 24일 오후 6시 B조 3위 와일드 카드를 잡은 홍콩과 8강 경기를 치른다. 윤덕여 감독을 비롯하여 우리 선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염원하는 메달 색깔 바꾸기를 위해서는 홍콩을 넘어 4강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하는 일본을 제압하는 그림을 완성시켜야 한다.

노르웨이 리그에 진출한 캡틴 조소현까지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역대 한국 여자축구 최강의 팀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정상급에 올라있다고 자부하는 일본과도 충분히 그 실력을 겨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할 준비는 끝났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A조 결과
(21일 오후 8시 30분, JSC 제로라 스리위자야 스타디움)

★ 한국 12-0 인도네시아 [득점 : 이현영(4분,PK), 문미라(11분,도움-임선주), 임선주(14분), 문미라(37분,도움-손화연), 이현영(38분), 이현영(47분,도움-김혜리), 손화연(48분,도움-이금민), 장슬기(67분,도움-지소연), 이현영(71분,도움-장슬기), 지소연(88분,도움-김혜리), 이현영(90분,도움-한채린), 지소연(90+2분)]

◎ 한국 선수들
FW : 손화연, 이현영
MF : 문미라(72분↔한채린), 장창(46분↔지소연), 이민아, 이금민(83분↔전가을)
DF : 장슬기, 임선주, 신담영, 김혜리
GK : 윤영글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슛 : 한국 42개, 인도네시아 1개
유효 슛 : 한국 21개, 인도네시아 1개
코너킥 : 한국 16개, 인도네시아 0개
프리킥 : 한국 4개, 인도네시아 8개
점유율 : 한국 76%, 인도네시아 24%
오프 사이드 : 한국 2개, 인도네시아 0개

◇ A조 최종 순위표
한국 9점 3승 22득점 1실점 +21
대만 6점 2승 1패 12득점 2실점 +10
인도네시아 3점 1승 2패 6득점 16실점 -10
몰디브 0점 3패 0득점 21실점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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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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