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 등 벤투를 보좌할 코치진도 다같이 합류했다. 닻을 올린 '벤투호'다. 벤투의 계약기간은 4년 뒤 열리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과제가 산적했다. 곧장 내년 1월에는 아시안컵이 열린다. 월드컵 진출을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 예선 통과도 필수적이다. 수많은 시험대가 벤투를 기다리고 있다. 성공을 다짐한 벤투의 항해는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그에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 번째 고비 '아시안컵'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벤투 감독 입국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벤투 감독 입국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입국 직후 가진 간단한 인터뷰 자리에서 벤투 감독은 AFC 아시안컵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벤투 감독은 "다시 결승에 가도록 하고, 우승에 도전할 것이다"라며 정상 탈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2018년 8월 20일 <스포티비뉴스> [일문일답 영상] '환영 속 입국' 벤투 감독 "영광…한국 축구 컬러 만들겠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이번 아시안컵은 벤투호의 첫 번째 고비가 될 전망이다. 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의 챔피언을 가리는 중요한 대회다.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처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절대로 경시할 수 없는 대회다.

그러나 의지와 달리 우승의 기억은 먼 추억에 불과하다. 1956년 초대 대회와 1960년 2회 대회를 연달아 제패한 이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1990년대까지의 부진은 아시안컵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변명이라도 있지만, 전력을 다한 2000년대부터 아직까지 우승을 만들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

축구 팬들도 월드컵의 호성적만큼 아시안컵 우승을 고대하고 있다. 부임 이후 5개월 만에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벤투 감독의 사정을 한국 축구 팬들이 온전히 이해할 리 만무하다. 때문에 벤투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이 필수적이다.

아시안컵의 성공은 벤투가 팀을 이끌어 가는 크나큰 원동력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실제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아시안컵의 대성공으로 남은 계약기간을 버텼다. 일각에서는 아시안컵 준우승이 슈틸리케의 경질을 늦추는 '독'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벤투 감독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한다면 아시안컵 성적은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아시안컵은 벤투 감독과 이른 시간에 작별할지 아니면 카타르 월드컵까지 함께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분수령이다.

순탄한 세대 교체의 성공 여부

벤투 감독의 최우선 과제는 국제대회 성적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순탄한 세대 교체를 진행하는 일도 필요하다. 부드러운 세대 교체는 벤투호의 성적과도 직결되는 요소다. 현재 한국 대표팀은 세대 교체를 요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은 대부분 30세 이상을 바라본다. 당장 지난 5~6년 이상 대표팀의 중추였던 기성용, 구자철이 아시안컵을 전후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30세 이상의 베테랑이 된다. 인천 아시안게임 멤버들과 친구인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런던'과 '인천' 세대의 뒤를 이를 새로운 세력의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주어진 패는 충분하다. 권창훈, 이승우, 황희찬 등이 이미 대표팀의 주요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수비수 김민재의 존재감도 크다.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지만 역대급 재능을 선보이고 있는 이강인도 있다.

재료는 충분하다. 어떤 요리를 만들지는 오로지 벤투 감독의 역량이다. 유연한 세대 교체 과정을 통해 대표팀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으면 찬사를 받을 것이고, 베테랑들의 플레이에만 기댄다면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감독 허정무의 세대 교체 방식은 훌륭한 지침서다.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등 소수의 베테랑을 제외하고는 과감하게 젊은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이근호, 이청용, 기성용 등이 핵심 멤버로 안착했다. 도전 정신과 패기를 가진 어린 자원들은 그라운드를 휘저었고, 허정무호는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넘치고 다이나믹한 플레이로 찬사를 받았다. 세대 교체는 벤투 감독이 피할 수 없는 주요한 과제다.

언론을 통한 소통, 팬들과 '동지'가 되느냐 '적'이 되느냐

생각에 잠긴 파올루 벤투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생각에 잠긴 파올루 벤투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적, 세대 교체보다 어려운 과제가 있다. 바로 한국 축구 팬들을 '동지'로 만드는 작업이다.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목소리는 한국과 벤투 감독의 동행 기간을 결정할 핵심 요소다. 벤투를 향한 팬들의 목소리가 부정적이면 벤투호의 항해는 오래가기 어렵다.

국내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 인기에 비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은 어마어마한 관심과 인기를 자랑한다. 일각에서는 'FC 코리아 팬'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또 한번 확인했다. 나아가 SNS의 발달로 대표팀에 대한 여론은 과거에 비해 폭발력을 더했다.

대표팀 감독이 축구 팬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언론을 통해서다. 대부분의 감독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경기 소감, 자신의 철학, 앞으로의 계획 등을 팬들에게 알린다. 잘 활용하면 좋은 소통 창구가 되지만, 안일하게 대처했다가는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때문에 벤투 감독의 부드러운 언론 대처가 요구된다.

똑같은 패배를 당하더라도 팬들을 '동지'로 만들지 '적'으로 만들지는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승부에 일희일비하는 일부 팬들의 과도한 공격은 벤투 감독에게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팬들이 가하는 비판의 정당성 여부와 별개로 벤투 감독이 팬들을 '동지'로 만들어야 장기간 집권이 가능한 현실이다. 2012년 포르투갈을 유로 4강까지 인도한 카리스마의 부활을 위한 전력투구가 예상된다. 벤투와 한국 축구는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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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아시안컵 세대 교체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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