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대표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두골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고개숙인 대표팀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두골을 허용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1-2 패배였다. 그래서 쇼크이전에 한국축구에게는 치욕이다. 실로 한국축구가 말레이시아 축구에 당한 치욕의 역사를 되살리게 하는 경기였다. 한국은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아시아 1조 예선(서울)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고도 말레이시아에 0-1로 무릎을 꿇으며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고, 이어 1986년 국제축구연맹(FIFA)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한국은 말레이시아(원정)에게 0-1로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예선 탈락 위기까지 몰렸었다.

이와같이 한국에 치욕을 안겨줬던 말레이시아는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제18회 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축구 조별리그(E조) 2차전(인도네시아 반둥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한국을 상대로 하여 전반 45분 동안 2번에 걸쳐 골망을 흔들며 1972년과 1986년 승리를 재현하며 가슴 벅찬 승리를 맛봤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또 한번 말레이시아축구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의 역사를 간직하게 됐다.

김학범호는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제18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것은 바로 선수 구성이다. 김학범호는 유럽파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 황희찬(22.FC 잘츠부르크), 이승우(20.베로나 FC)를 비롯 K리거 김민재(22.전북 현대), 황현수(23.FC 서울) 등으로 팀을 구성 역대 대표팀 가운데 최상의 멤버로 평가 받고 있는 상태다. 이를 입증하는 결과물은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의 대전에서 거둔 6-0 대승이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해서는 전반 초부터 모든 것이 어긋났다. 전반 4분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 송범근(21.전북 현대)의 로빙볼 캐칭 미스를 틈타 말레이시아 사파위 라시드가 텅빈 골문에 공을 밀어넣어 한국은 기습적인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연 예상하지 못한 실점을 허용한 한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중앙수비 김민재까지 공격에 참여하며 파상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말레이시아 수비라인의 일자(ㅡ) 파이브백과 중원에 포진한 4명의 수비수가 펼치는 수비에 공격은 번번히 무위로 끝났다.

김학범(58) 감독의 선수 로테이션으로 골키퍼 송범근을 비롯 김정민(19.FC 리퍼링), 이시영(21.성남 FC), 이진현(포항 스틸러스) 등 6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선 한국은, 여전히 '플랜 A' 3-5-2 포메이션으로 양쪽 윙백 김진야(20.인천 유나이티드)와 이시영을 활용한 공격축구를 노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효과적인 수비로 윙백의 측면 공간을 이용한 플레이는 전연 이루어 지지 않은 채 비로소 전반 11분 김건웅(21.울산 현대)이 첫 슈팅을 기록할 만큼 김학범호의 공격은 중앙 공격에만 치우치는 단조로움에 그쳤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패스의 부정확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킥에만 의존 호시탐탐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황의조(26.감바 오사카)와 황희찬의 플레이는 실효성이 떨어졌고, 이들이 간간히 펼치는 플레이 역시 말레이시아에게 전연 위협적이지 못한 채 오히려 선 수비, 후 공격으로 임하는 말레이시아에 수 차례 역습을 허용하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학범호의 수비 전환도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수적 열세로 말레이시아 공격에 속수 무책으로 당했고, 수비진 또한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빠른 스피드와 움직임에 고전을 면치못했다.

결국 이 같은 말레이시아의 작전과 플레이는 전반 내내 김학범호 선수들에게 부담감과 함께 전술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됐지만, 그러나 기습적인 선제골 허용으로 인한 조금함으로 플레이와 움직임 모두 효과적이지 못한 채 경기를 이어가다 급기야 전반 종료시간 말레이시아의 역습에 또 한번 사파위 라시드에게 골을 허용 김학범호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전반전 2실점은 김학범 감독과 선수에게 자극과 충격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아쉬운 순간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송범근 골키퍼가 말레이시아 라시드에게 첫골을 허용하고 있다.

▲ 아쉬운 순간 17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전반 송범근 골키퍼가 말레이시아 라시드에게 첫골을 허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따라서 후반전의 경기는 모든 면에서 전술 및 전략의 변화가 필요했고 아울러 선수들의 침착성도 요구됐다. 하지만 변화된 전술과 전략 및 침착성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전반과 다른 변화를 준 것은 먼저 멤버 교체로서 후반 11분 김건웅 대신 손흥민의 투입이었다. 이후 김학범호는 말레이시아에 맹공을 퍼부으며 후반 18분 황희찬, 20분, 30분 손흥민, 후반 33분 황인범(22.아산 무궁화) 등이 연속해서 말레이시아 골문을 노렸지만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의 파상공격에 말레이시아 수비는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다. 투지를 불사르는 몸싸움과 태클로 한국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수비라인 조직력도 끝까지 흐트러짐이 없을 만큼 견고했다. 이에 한국의 컨셉이 실효성 없었던 윙백 활용하에서 플레이의 세밀함 부족이었다면, 말레이시아의 컨셉은 한국을 꺾기 위한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서 말레이시아에게는 그 진가를 발휘한 명품 한판 승부였다. 김학범호가 이런 말레이시아에게 그나마 영패를 모면하게 한 주인공은 후반 42분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움직임으로 골을 터뜨린 황의조였다.

영패를 모면하게 한 황의조의 득점은 김학범 감독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 골이기도 했다. 일정을 고려한 선수 로테이션에 대한 재고성과 손흥민, 이승우 기용에 대한 타당성 고려는 물론 윙백을 활용한 공격축구 아울러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드의 효과성까지 그야말로 감학범호에게 말레이시아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많다. 이제 김학범호는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인하여 승부의 관건이 될 수 있는 훈련기간 및 조직력 부족 등에 대한 문제점도 공감대를 잃었다.

따라서 김학범 감독은 진정한 베스트 멤버를 구성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키르기스스탄(20일)부터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 금메달 사냥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김학범 감독은 '플랜 A' 3-5-2 포메이션도 상대팀에 따라서 대응할 수 있는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하여야 한다. 포메이션은 사람이 입는 옷과 같다. 따라서 보기 좋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에 말레이시아전에 입었던 3-5-2 포메이션 옷은 공격, 수비 모두 보기 좋고 아름다운 옷이 아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옷이었다.

말레이시아 축구는 1980년대 까지 아시아축구의 강호로 군림했지만 현재는 FIFA랭킹이 171위 만큼 축구 '변방'이다. 이런 변방에게 일격을 당했다는 사실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김학범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는 각성하고 금메달 사냥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신적인 면부터 무장을 새롭게 하여야 한다. 여기에 또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선수들은 경기에 임하여 어떤 상황이에서도 말레이시아전에서 보여줬던 조급함 보다는 침착성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축구에서 조급함은 패스 및 슈팅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필요 악'이다. 더불어 볼 트랩핑과 스토핑에서도 안정성을 떨어뜨리며 또한 움직임을 부자연스럽게 함은 물론 부상과 경고, 퇴장 등과 같은 선수 자신과 팀에 불이익을 초래한다. 이 같은 점은 말레이시아전 패배로 앞으로 가시밭길인 김학범호의 상황으로 봐서 꼭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금메달 사냥 이전에 어쩌면 말레이시아전 패배보다 더 큰 굴욕을 맛보게 될지 모른다.

손흥민은 말레이시아전 패배 후 "창피하다'는 말로 말레이시아전 패배의 모든것을 함축했다. 진정 김학범호가 목표로 한 금메달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와 더불어 김학범호는 강하지 않다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김학범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제18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사냥 목표를 성취할 수 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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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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