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김학범 감독 15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다섯번째 골이 들어가자 김학범 감독이 미소를 짓고 있다. 2018.8.15

▲ 미소짓는 김학범 감독 15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다섯번째 골이 들어가자 김학범 감독이 미소를 짓고 있다. 2018.8.15 ⓒ 연합뉴스


비난과 의혹에 가장 좋은 응답은 역시 '실력'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15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서 6-0 완승을 거뒀다.

어쩌면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바레인전은 대표팀 정예멤버가 모두 소집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가진 공식경기였다. 명색이 대표팀인데 모든 선수들이 모여서 평가전 한번 가져보지 못했고 일부 유럽파 선수들은 소속팀 일정상 합류가 늦어져서 손발을 맞춘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다득점은 물론, 선수들 체력안배까지... 김학범의 선택

논란 잠재운 골 15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황의조가 두번째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논란 잠재운 골 15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황의조가 두번째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레인은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상대 중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었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무조건 대량득점 승리를 낙관할 만큼 만만한 상대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학범 감독은 첫 경기의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바레인전에서 손흥민-황희찬-이승우 등 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유럽파 공격수들을 모두 벤치에 대기시키며 첫 경기부터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낙승이라는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결국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한 김학범 감독의 '전략적 설계'가 무엇인지, 왜 필요했는지를 증명한 것이 바레인전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선발출전하여 각각 공수에서 맹활약한 와일드카드 황의조와 조현우의 기용이 좋은 예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명단 발표때부터 비판 여론에 시달렸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와일드카드에 성남 시절 애제자인 황의조를 발탁한 것을 두고 '인맥축구'라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취약포지션이 아니었던 골키퍼에 굳이 조현우를 발탁한 것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렸다.

황의조의 발탁은 조별리그 초반 유럽파 선수들의 공백과 팀 적응기간이 고려한 포석이었다. 바레이전에서 나상호와 투톱으로 기용된 황의조는 전반에만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의 시선을 단숨에 불식시켰다. 또한 바레인의 반격이 거세진 후반에는 조현우가 안정된 수비와 선방으로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내며 왜 김학범 감독이 그를 필요로 했는지를 실력을 증명했다.

아시안게임은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 비해 엔트리(20명)가 적은데다 2~3일 단위로 경기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이다. 주전들에게만 의지해서는 우승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담감이 큰 단기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학범호는 1차전에 에이스 손흥민을 쉬게 하고 황희찬-이승우의 출전시간을 조율하면서도 바레인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며 차원이 다른 우승 후보라는 것을 증명했다. 전반 황의조의 활약을 바탕으로 다득점에 성공하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공격 조합을 가동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이 단지 '손흥민만의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성공했다.

비난 여론까지 불식시킨 강력한 우승후보

이승우 드리블 15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이승우 드리블 15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술적인 성과도 있었다. 전반 3-5-2 포메이션을 내세워 강력한 전방위 압박으로 바레인의 빌드업을 원천봉쇄하며 경기주도권을 장악했다면, 후반에는 압박의 강도를 낮추고 라인을 다소 내렸다가 바레인에 경기흐름을 약간 내준 면이 있지만 수비와 역습 위주의 경기운영을 점검하기 위한 의도된 경기운영에 가까웠다.

끊임없는 전방압박을 통한 플레이는 90분 내내 유지하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또한 토너먼트에서는 상대와 경기 흐름에 따라 한국이 수비에 조금 더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확실히 플랜A에 비하여 선수들의 전술 소화력이 아직 매끄럽지는 못했다.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며 선수들의 집중력이 느슨해진 탓인지, 수비가 흔들리며 몇 차례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현우의 선방으로 끝내 무실점은 지켜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김학범호로서는 약간 시행착오를 감수하더라도 승부의 판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필요한 과정이기도 했다.

김학범호는 선수들이 손발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았다. 비교적 약팀들을 만나는 조별리그에서 최대한 토너먼트를 대비한 조직력을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김학범호에게는 조별리그가 실전인 동시에 훈련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김학범호는 첫 경기를 통해 그간의 부정적인 여론을 단숨에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국내파 감독들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한국 축구에 대한 불신이 적지않았던 게 사실이고, '국가대표 감독'은 처음인 김학범 감독 역시 그러한 여론몰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감독은 선수 선발부터 전술과 경기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무엇을 준비해왔는지, 왜 그렇게 해야했는지를 그라운드 위에서의 경기력을 통하여 말끔하게 해명했다.

누군가는 유명 선수의 이름값이나 언론이 만들어낸 가십거리라는 '나무'에만 집착하고 있었을 때, 김학범 감독은 오로지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숲'만을 바라보고 있다. 김학범호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봐도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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