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테니스의 간판 정현(세계 랭킹 25위)이 우리 시각으로 광복절 오전 0시 10분 미국 신시내티에서 벌어진 ATP(세계남자프로테니스) 월드 투어 1000시리즈 웨스턴&서던 오픈 잭 소크(미국, 세계 랭킹 20위)와의 64강 첫 경기에서 2-1(2-6, 6-1, 6-2)로 역전승을 거두고 발목 부상 이후 재기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발목은 물론 허리와 등까지 아팠던 정현

국내 테니스 팬들은 지난 8일 새벽 안타까운 소식을 접해야 했다. 발목 부상을 딛고 다시 코트에 나서고 있는 정현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ATP 투어 로저스 컵 첫 경기에서 윔블던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만나 또 하나의 테니스 드라마를 만들 것인가 주목했지만 시작 직전에 등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 오픈 남자단식 16강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3-0(7-6, 7-5, 7-6)으로 물리치며 세계 남자 테니스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였기에 팬들은 기권에 대해 시큰둥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에 참가하지도 못했기에 정현의 실력이 정말 어느 정도까지 통할 수 있는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현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을 앞두고 다시 코트에 섰다. 이번 대회 첫 상대가 자기보다 랭킹이 다섯 계단 높은 잭 소크였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세트 첫 게임부터 부담감이 드러났다.

노란 공을 쥐고 서브를 넣은 정현이 경기를 시작했지만 긴 랠리 끝에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는 바람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1-3으로 뒤지고 있는 상태에서도 정현의 서브는 여전히 흔들렸고 포핸드 스트로크가 너무 길게 떨어졌다. 첫 세트 다섯 번째 게임에서 정현은 단 1개의 포인트도 따내지 못하고 러브 게임 수모를 당했다. 결국 첫 세트의 주인은 6-2 잭 소크였다.

테니스 정현, 메이저 대회 3회전 진출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1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2회전에서 공을 받아치고 있다.

이날 정현은 상대편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를 3대 0으로 물리치고 3회전에 진출했다.

테니스 정현 선수 ⓒ 연합뉴스


정현의 수비력 다시 살아나다

정현은 여기서 또 주저앉을 수 없었다. 두 번째 세트까지 무기력하게 내줄 수 없다는 각오가 그의 스트로크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정현 특유의 수비력과 침착한 스트로크가 살아난 것이다.

두 번째 세트 네 번째 게임에서 잭 소크는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흔들렸다. 이에 정현은 침착하게 두 손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성공시키며 듀스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고 백핸드 크로스가 코트 반대편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3-1로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정현은 여섯 번째 게임에서도 날카로운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아냈고 급한 마음에 네트 앞으로 달려나온 잭 소크를 상대로 발 앞에 떨어지는 포핸드 스트로크를 뿌려 그의 실수를 유도하여 게임을 따냈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 마지막 게임은 정현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다. '서브 포인트, 백핸드 깎아치기, 서브 에이스 두 개'를 묶어서 기분 좋게 러브 게임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두 번째 세트 완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정현은 세 번째 세트에서 더욱 침착한 스트로크를 완성시켰다. 잭 소크가 서브를 넣은 다섯 번째 게임과 일곱 번째 게임이 결정적인 승리의 갈림길로 찍혔다. 잭 소크의 백핸드 스트로크 실수가 계속 이어질 때 정현의 포핸드 스트로크는 너무도 정확하게 상대 코트 구석구석에 공 자국을 찍으며 떨어졌다.

세 번째 세트 일곱 번째 게임 매치 포인트는 정현의 포핸드 크로스 위너였다. 정현의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에 지친 잭 소크의 발은 이미 하드 코트 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꼼짝하지 못했다.

이렇게 32강에 오른 정현은 우리 시각으로 16일 이른 새벽에 세계 랭킹 3위의 실력자 후안 마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와 만나게 된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 니시코리 케이(일본) 등 남자 단식 톱 랭커들이 대부분 참가하고 있다.

주요 기록 비교(2018. 8. 15. 신시내티)
서브 에이스 : 정현 3개, 잭 소크 6개
더블 볼트 : 정현 2개, 잭 소크 5개
첫 서브 성공률 : 정현 71%(53/75개), 잭 소크 67%(58/87개)
첫 서브 득점률 : 정현 70%(37/53개), 잭 소크 69%(40/58개)
세컨 서브 득점률 : 정현45%(10/22개), 잭 소크 31%(9/29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정현50%(2/4개), 잭 소크 71%(10/14개)
서브 포인트 득점률 : 정현 63%(47/75개), 잭 소크 56%(49/87개)
리턴 포인트 득점률 : 정현 44%(38/87개), 잭 소크 37%(28/7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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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정현 잭 소크 델 포트로 웨스턴&서던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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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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