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2경기 연속 무실세트 경기를 펼치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8일 보령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배구 대회 조별리그 B조 2번째 경기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세트스코어 3-0(25-21,25-19,25-11)으로 제압했다. 지난 6일 베트남의 베틴뱅크를 3-0으로 압도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3위팀 현대건설마저 3-0으로 제압하며 이번 대회 쾌조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FA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노장센터 김세영이 57.1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14득점을 올렸고 김해란 리베로는 3세트 동안 무려 28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격이 다른 수비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컵대회 두 경기 동안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을 가장 흐뭇하게 만든 선수는 따로 있었다. 2경기 연속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에 소집된 이재영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는 '3라운드 신화' 김미연이 그 주인공이다.

유스 대표 출신임에도 3라운드까지 밀려났던 비운의 유망주

 3라운드 출신 김미연은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을 거쳐 FA계약을 따내며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3라운드 출신 김미연은 도로공사와 기업은행을 거쳐 FA계약을 따내며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 한국배구연맹


신탄진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배구를 시작한 김미연은 대전 용산고 시절 빠르고 간결한 스윙과 좋은 서브를 앞세운 윙스파이커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실제로 김미연은 2011년 태백산배 전국 중고 남녀 배구대회에서 대전 용산고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8년에는 유스 대표팀에 선발돼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에서 베스트 서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래프트를 앞두고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기량이 정체된 김미연은 윙스파이커로서 수비에서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김미연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14순위로 간신히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지명됐다. 전국대회 우승이나 유스 대표 출신 같은 확실한 '실적'이 었었음에도 프로 구단의 눈은 상당히 냉정했다.

김미연은 입단 초기 황민경(현대건설), 임효숙, 김선영(이상 은퇴) 등 기존의 주전급 선수들과 입단 동기 곽유화(수원시청)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2012-2013 시즌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의 부상을 틈타 좋은 활약을 펼치며 도로공사팬들로부터 '미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소 투박하지만 과감한 공격과 동료들의 기를 끌어 올리는 근성과 파이팅은 2015-2016 시즌까지 도로공사에서 함께 뛰었던 팀 선배 황민경을 쏙 빼 닮았다(황민경은 김미연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2015-2016 시즌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동기 문정원 대신 도로공사의 주전으로 활약한 김미연은 28경기에서 276득점을 올리며 레즐리 시크라,정대영에 이어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도로공사에서 주전 선수로 자리를 잡는 듯했던 김미연은 2016년6월 이고은(GS칼텍스 KIXX)과 최은지(KGC인삼공사), 진새얀(도로공사)이 포함된 2:2 트레이드를 통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다.

트레이드를 좋아하는 선수는 많지 않지만 김미연에게 도로공사 이적은 좋은 기회였다. 외국인 레프트 메디슨 리쉘이 있고 중앙이 약해 김희진이 센터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은 기업은행에서 이정철 감독은 김미연을 오른쪽 공격수와 센터로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김미연은 특유의 파이팅과 강한 서브로 기업은행의 6연속 챔프전 진출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특히 2016-2017 시즌에는 서브 부문에서 2위(세트당 0.29개)에 오르기도 했다.

이적 후 첫 공식 대회에서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2경기 37득점 폭발

 김미연은 이적 후 첫 공식 경기에서 KOVO컵 한 경기 최다 서브득점 기록을 세웠다.

김미연은 이적 후 첫 공식 경기에서 KOVO컵 한 경기 최다 서브득점 기록을 세웠다. ⓒ 한국배구연맹


김미연은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김미연의 FA취득은 시기적으로도 꽤나 적절했다. 만약 김미연이 작년에 FA를 취득했다면 김희진, 김수지, 염혜선(이상 기업은행), 박정아(도로공사), 황민경, 김해란 같은 대어들 사이에서 크게 돋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미연은 FA시장에서 연봉 1억 이하로 B등급으로 분류됐음에도 좌우를 오갈 수 있는 젊은 날개 공격수 자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미연은 지난 5월 1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센터 김세영과 함께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며 타 팀으로 이적한 FA 중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도 이재영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격력을 갖춘 선수를 보상 선수 출혈 없이 영입했으니 충분히 만족스런 계약이었다. 김미연은 이적 후 첫 공식대회이자 이재영과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가 뛸 수 없는 KOVO컵에서 흥국생명의 주공격수라는 중책을 맡았다.

김미연은 6일 베틴뱅크와의 첫 경기에서 60%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21득점을 올리며 화끈한 이적 신고식을 펼쳤다. 무엇보다 무려 9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KOVO컵 한 경기 최다 서브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물론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베트남팀과의 경기라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김미연은 17번의 서브시도 중 범실이 1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뛰어난 서브 감각을 과시했다.

베틴뱅크전과 달리 김미연은 8일 현대건설전에서 서브득점 없이 범실만 4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서브 감각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미연은 서브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공격으로 채우며 2경기 연속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15점)을 기록했다. 김미연은 이날 31.36%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졌고 시간차(성공률 66.67%)와 퀵오픈(성공률 46.15%) 같은 빠른 공격에서는 조송화 세터와 더욱 좋은 호흡을 과시했다.

만약 외국인 선수 톰시아가 공격에 전념하기 위해 오른쪽에 배치된다면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한 김미연은 신연경, 이한비와 치열한 주전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붙박이 주전이 되지 못하더라도 김미연은 다가올 새 시즌 흥국생명 전력의 요소요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1라운드 출신의 유망주들도 프로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기 은퇴하는 경우가 허다한 점을 고려하면 3라운드 출신으로 FA 계약까지 따낸 김미연의 성공은 다른 젊은 선수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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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미연 3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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