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 UFC는 2013년 3월UFC on Fuel TV8 대회를 앞두고 PXC 웰터급 챔피언 임현규를 영입했다. 190cm의 장신에 201cm의 축복 받은 리치를 보유한 임현규는 UFC 데뷔 후 마르셀로 구이마라에스와 파스칼 크라우스를 연속 KO로 꺾고 웰터급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임현규는 생애 첫 메인이벤트에서 타렉 사피딘에게 패했지만 사토 타케노리를 다시 1라운드 KO로 제압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장신의 타격가인 점을 제외하면 파이터로서 약점이 많았던 임현규는 옥타곤에서 금방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2015년5월 닐 매그니에게 생애 첫 KO패를 당한 임현규는 2016년8월 마이크 페리에게도 1라운드 KO로 무너지며 상승세가 꺾였다. 급기야 작년9월에는 UFC 데뷔전을 갖는 일본 파이터 아베 다이치에게도 판정으로 패하며 3연패에 빠졌고 작년 12월 UFC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이렇게 200cm의 리치를 자랑하던 '에이스' 임현규의 옥타곤 도전이 실패로 끝난 가운데 임현규와 같은 날 UFC 데뷔전을 치렀던 또 한 명의 한국인 파이터는 여전히 옥타곤에 생존해 4연승에 도전하고 있다. 오는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리는 UFC 227 대회에서 만22세의 젊은 파이터 히카르도 라모스를 상대할 예정인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가 그 주인공이다.

초반 1패1무효 위기 딛고 멋진 서브미션 승리로 생존에 성공한 강경호

 국내 단체 로드FC 챔피언이었던 강경호는 UFC에서 생존에 성공한 몇 안되는 파이터다.

국내 단체 로드FC 챔피언이었던 강경호는 UFC에서 생존에 성공한 몇 안되는 파이터다. ⓒ UFC.com 화면 캡처


강경호는 프라이드FC 열풍과 맞물려 XTM에서 제작했던 국내최초 종합격투기 선수 육성 프로그램 <GO! 슈퍼코리안> 시즌3에서 '천재파이터'로 불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화려한 등장과는 달리 국내 격투기 시장은 175cm의 신장에 깡마른 체격을 가진 강경호가 활동할 만한 무대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강경호는2007년 스피릿MC에서 자신의 체격과 어울리지 않는 라이트급으로 데뷔했고 3경기 만에 라이트급 강자로 꼽히던 이광희에게 1라운드 KO로 패했다.

강경호는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린 후 국내외 중소단체를 떠돌며 승패를 반복하다가 2011년4월 국내 신생 단체 로드FC에 정착했다. 강경호는 로드FC 데뷔전에서 서브미션으로 패했지만 다행히 로드FC에는 강경호를 위한 체급인 밴텀급이 있었다. 강경호는 밴텀급 변신 후 이길우와 송민종을 각각 KO와 서브미션으로 꺾었다. 밴텀급 전향 후 3번째 경기였던 앤드류 리온전에서는 감량에 실패하며 판정으로 패했지만 이는 강경호가 더 완벽한 파이터로 진화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강경호는 2012년에 열린 로드FC의 밴텀급 토너먼트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강경호는 사토 소코와 문재훈,그리고 자신에게 밴텀급 첫 패배를 안긴 리온을 3연속 서브미션으로 제압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로드FC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리고 이듬 해 일본 대회를 여는 UFC로부터 계약 제안을 받았고 강경호는 김동현,정찬성,양동이에 이어 순수 한국 선수로는 역대 4번째로 UFC 진출에 성공했다.

강경호는 2013년3월 알렉스 카세레스와의 옥타곤 데뷔전에서 접전 끝에 1-2 판정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후 카세레스의 마리화나 흡연 사실이 적발되며 무효처리가 됐지만 강경호는 치코 카무스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또 한 번 판정으로 패했다. 위기에 빠진 강경호는 타격을 보완하기 위해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무에타이를 수련하며 마음을 다잡았고 태국전지훈련의 성과는 곧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강경호는 퇴출의 위기에서 치러진 2014년1월 UFC 싱가포르 대회에서 일본의 시미즈 슌이치를 상대했다. 강경호는 경기 도중 애매한 수직 엘보에 의한 반칙으로 2점을 감정 당하면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강경호는 끊임없이 전진했고 3라운드 암트라이앵글 초크로 시미즈에게 항복을 받아내면서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퇴출 위기의 한국인 파이터가 옥타곤에서 극적으로 생존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브라질 출신 신예 상대로 4연승 도전, 밴텀급 순위권 진입할까

 강경호(오른쪽)와 라모스는 신장,팔길이,경기 스타일까지 유사한 점이 많다.

강경호(오른쪽)와 라모스는 신장,팔길이,경기 스타일까지 유사한 점이 많다. ⓒ UFC.com 화면 캡처


위기 탈출 이후 강경호에게 찾아온 것은 '상승세'였다. 강경호는 2014년9월 일본 대회에서 무패 파이터 다나카 미치노리를 상대했다. 강경호는 다나카와 수준 높은 그래플링 공방을 펼치면서 판정승을 거뒀고 '파이트 오브 나이트' 보너스까지 수상했다. 게다가 경기 후 다나카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면서 강경호는 '약물 선수를 이긴 파이터'로 더욱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성인 강경호는 파이터로서 한창 뻗어 나가야 할 시기에 군대 영장을 받았다.

2015년3월 입대해 102보충대에서 조교로 복무한 강경호는 2016년12월 만기 전역했지만 현역으로 복무한 탓에 전문적인 격투기 훈련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결국 강경호는 2017년 한 해 동안 몸을 만들다가 지난 1월 구이도 카네티를 상대로 복귀전을 가졌다. 결과는 1라운드 트라이앵글 초크에 의한 서브미션 승리. 강경호는 옥타곤 데뷔 후 파죽의 3연승 행진을 달렸다.

3연승 기간 동안 무료 방영되는 UFN 대회에만 출전했던 강경호는 지난 UFC 164이후 5년 만에 넘버링 대회인 UFC 227에 출전한다(물론 메인카드는 아니고 미국 내 케이블 TV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언더카드 경기다). 강경호의 옥타곤 데뷔 후 6번째 상대는 12전11승3KO 6서브미션의 전적을 자랑하는 1995년생의 신예 파이터 라모스. 작년 2월 옥타곤 데뷔 후 2경기에서 각각 판정과 KO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라모스는 타격이나 그래플링 중 어느 한 쪽에 치중하지 않고 균형 잡힌 경기를 펼치는 선수다. 175cm의 신장과 183cm의 팔길이도 강경호와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UFC 5전을 포함해 프로무대에서 통산 22경기를 소화했던 강경호의 '경험'은 라모스의 그것을 월등히 능가한다. 비록 신예와의 대결이지만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밴텀급 순위권 진입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강경호에겐 매우 중요한  일전이 될 전망이다.

한편 UFC227에서는 T.J. 딜라쇼와 코디 가브란트의 밴텀급 타이틀전, 드미트리우스 존슨과 헨리 세후도의 플라이급 타이틀전 등 경량급 타이틀전 2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재미 있는 사실은 두 체급의 타이틀전이 각각 10개월, 2년 4개월 만에 열리는 재대결이라는 점이다. 현재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1차전 승자가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둘지, 아니면 도전자들이 설욕에 성공하며 새 챔피언에 등극할 지 기대되는 경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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