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에 참여한 배우 황정민의 모습. 지난 3일 압구정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 당시 사진이다.

영화 <공작>에 참여한 배우 황정민의 모습. 지난 3일 압구정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 당시 사진이다. ⓒ 이정민


1990년대 실존했던 북파 공작원 이야기를 극화한 영화 <공작>이 31일 언론에 첫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해당 작품이 급변한 정세 덕에 무사히 개봉하는 것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본래 영화는 윤종빈 감독이 다른 결의 첩보물을 기획하다 탄생했다. "다른 영화를 준비하던 중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윤 감독은 "당시엔 그분이 수감 중이라 가족을 통해 어렵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에 걸친 이야기를 두 시간 안에 해야 하는데 어떻게 각색해야 하나 난감했다. 제가 선택한 기준점은 팩트에 집착하지 말고 영화적 논리에 따라가자는 것이었다. 관객분들이 2시간 동안 재밌게 보실 수 있다면 실제 사건에 대해 찾아보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첩보물 하면 '미션임파서블'이나 '본 시리즈'를 떠올리시겠는데 사실 정반대 지점으로 하고 싶었다. 그분의 실화가 주는 어떤 재미가 있기에 굳이 다른 사건을 더 넣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윤종빈 감독)

영화적 냄새 맡아주길

흑금성을 연기한 황정민을 비롯해 배우들의 소감 또한 남달랐다. "저 역시 1990년대를 살아온 사람인데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난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던 황정민은 "정말 그분을 뵙고 싶었다"던 소회를 드러냈다.

"그분의 행동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제가 그분을 묘사하기 위함이 아닌 그냥 얼굴을 뵙고 싶었다. 사람의 기운이나 에너지라는 게 있잖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해 징역형을 받은 뒤) 만기출소하신 뒤 만날 수 있었다. 작년 5월이었을 것이다. 풍채가 원래도 큰데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독대할 힘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황정민)
'공작' 황정민-이성민-주지훈, 즐거웠던 작품 지난 3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 '공작' 황정민-이성민-주지훈, 즐거웠던 작품 지난 3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 이정민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 역의 조진웅은 "남북한의 평화통일이 숙원이며 염원일 텐데 어찌 본다면 이 영화가 화두를 던지는 것 같다"며 "출연 배우로서 시나리오를 받고 굉장히 놀랐고,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창피했다. 관객분들이 영화적 냄새를 맡아주셨으면 한다. 지금의 (평화) 정세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지한다"고 말했다.

북한 측 고위공직자인 리명운과 정무택 역을 맡은 이성민과 주지훈 역시 "지금 남북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어 윤종빈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 중 겪은 어려움을 전했다. 보수 정권하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상황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밝히며 윤 감독은 "일단 북한을 재현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며 "왜 남파 간첩만 영화에 등장하고 북파 간첩은 없었을까 (했는데) 직접 영화를 찍다 보니 돈이 굉장히 많이 들어 안 했다는 걸 확인했다"고 운을 뗐다.

"촬영하면서 그 사실을 알았다. 평양과 비슷한 연변지역 등에서 촬영했고, 해외 영상 소스도 많이 구입해서 합성 작업을 했다. 평양 세트 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완성할 수 있었다. 사실 첩보 활동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다른 국가들도 공식적으로 인정 안 하지만 암암리에 다들 첩보 활동을 하고 있다. 과연 그것을 법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국가보안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문 대통령도 판문점 선을 넘었는데 그것도 엄밀히 보면 위반일 수도 있지 않나. 흑금성에 관련한 혐의도 전 일부 조작됐다고 생각한다.

(소재의 특성상 일부 누리꾼들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에) 처음 대본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박근혜 블랙리스트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주위에서 많이 걱정하셨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썼다. 본래 제목을 '흑금성'으로 하려 했는데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공작>이라는 가제를 붙였고, 그게 진짜 제목이 됐다. 다행스러운 일인진 모르겠지만 촬영을 한 달 앞두고 촛불정국이 일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누리꾼은 모든 영화를 만들 때 항상 무섭다." (윤종빈 감독)


영화 <공작>은 지난 5월에 열린 제 17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됐다. 당시 버전이 일부 재편집 됐다. 국내 개봉은 오는 8월 8일이다.
'공작' 윤종빈의 남자들 지난 3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 '공작' 윤종빈의 남자들 지난 3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공작>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조진웅,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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