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의 한 장면.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의 한 장면. ⓒ SBS


"(친구가) 성형시술, 그런 시도도 했었고, 국외 도피 쪽으로도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것 역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게…. 대략적인 가격은 100원에서 150원 사이에서 거래가 되더라고요. 그 100원 한 사람을... 그렇게 극단적인 결과가 이어진 거죠."

이 제보자의 친구는 결국 목을 매 자살했다고 했다.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단 돈 100원에 거래되는 디지털 성폭력 영상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술을 많이 마신 어느 날, 합석했던 남자가 불법 동영상을 촬영, 유출했고, 그 영상은 친구 모르게 국내 웹하드 업체는 물론 해외 사이트까지 쫙 퍼져 있었다고 했다.

디지털 성폭력 영상 피해자였던 그 친구는 생전 많은 비용을 지급해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삭제를 요청했다. 지우고 지워도 또 올라왔다. 소용이 없었다. 성형시술도, 국외 도피도 고려했지만, 결국 자포자기 심정으로 가해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했다. 그 영상은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유작'이란 이름으로 포장돼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 지옥이다.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은 그렇게 누구에게는 편당 단 돈 100원이지만, 그로 인해 목숨까지 버릴 만큼 한 인간의, 수많은 여성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끔찍한 생명력과 그를 지탱하는 연결고리를 추적했다. 동영상을 '만드는 놈', '올리는 놈', 그리고 '방조하는 놈'이 수익을 거두는, 짐작했겠지만 그 생명력의 원천은 물론 "돈의 문제"였다.

결국은 '돈의 문제'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의 한 장면.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의 한 장면. ⓒ SBS


"영상이 한 번 유포가 되면 제가 고인이 돼도 그 영상은 죽지 않아요."
"웹상에선 난 이미 죽었어, 살인 당했어. 근데 죽었으면 죽은 건데 죽지도 않아요. 계속 있으니까."


유행성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퍼지지만, 근절은커녕 계속해서 되살아난다. 피해자들의 악몽은 무간지옥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김태경 교수는 "피해자들을 만나보면 강간 피해자랑 비슷하거나 심지어 강간 피해자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보인다"며 "나를 아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전라를)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청난 것"이라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설명했다.

그 끔찍한 연결고리는 이렇다. 여성이 원치 않은, 심지어 그 사실도 알지 못하는 '불법 촬영'이 이뤄진다. 그 촬영자가 웹하드에 영상을 올린다. 혹은 유포자에게 파일을 건넨다. 소위 '헤비업로더'들이 그렇게 웹하드에 수천, 수만 개의 동영상을 올리고, 웹하드 업체들은 그 불법 영상을 가지고 수익 경쟁에 매달린다.

그 사이에 이득을 보는 것은 업로더들과 웹하드 업체다. 한 헤비업로더는 많게는 1년에 수 억, 한 달에 500만 원 정도는 거뜬히 번다고 했다. 웹하드 업체 역시 '유출' 등의 이름이 달린 영상을 적극적으로 필터링하고 삭제할 필요가 없다는 전언이다. 그러한 '인기' 동영상을 며칠, 아니 하루만 삭제를 늦춰도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이미 탄탄하게 구축돼 있고, 그 양상이 점점 심화된다는 사실이다. 앞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의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남자 역시 그러한 불법촬영과 동영상 유포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런 불법영상 유포자들은 '제휴콘텐츠'라는 명목으로 웹하드 업체와의 '공생'을 유지하기도 했다. '올리는 놈'과 '방조하는 놈'이 손잡고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웹하드 업체를 과연 '방조자'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러나 경찰은 범인을 특정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수사조차 어렵다고 했다. 범인을 검거한다 해도 최초 유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거나 고작 5만 원의 벌금을 물은 사례도 있었다. 피해 여성들이 영상 유출 사실이 알려질까 전전 긍긍하면서도 즉각 신고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였다.

헤비업로더들이 불법촬영까지 감수하는 것은 물론 '돈'의 문제다.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까지 포함시킬 수 있는 불법동영상들이 가져다주는 고수익은 국내 최대를 포함한 각종 웹하드 사이트들이 보장한다. 제작진에 제보한 헤비업로더는 자신이 수천 테라바이트의 불법 영상을 소유하고 있고, 그 자료를 원하는 웹하드 업체 간부들과의 커넥션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초반에는 정말 매일매일 (영상 삭제)했었는데 그러면 도저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가 없거든요. 그날 하루, 그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안 좋은 상태가 돼서 자살까지 고민하게 되고. 가해자가 유포를 하게 방조해서 더 계속 퍼지도록 만드는 거니까, 그 분들은(웹하드 업체들) 단지 수익을 창출하거나 사이트의 활성화를 위해서 그런 거를 이용하는 거잖아요. 당연히 감방에 들어가야 되는 거고 몇 년 형을 살아야 되는 거고 이렇게 생각하는데."

불법영상물 직접 올리는 웹하드 업체들의 '돈벌이'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의 한 장면.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웹하드 불법동영상의 진실' 편의 한 장면. ⓒ SBS


"상사 분이 저한테 다른 대형 웹하드 사이트 보니까 성인물이 정말 끝도 없이 계속 올라가더라. 이런 식으로 해야 된다, 그런 식으로 해야 우리가 초반에 수익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직원들 모두한테 직접적으로 하시고."

전직 웹하드 업체 직원의 말이다. 불법영상을 모니터링하는 부서가 따로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영상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가 가관이다. 이 직원은 "제휴업체가 저작권 침해를 받았다 하면 벌금이 무서워서 꼼꼼히 본다"면서도 "(불법)성인동영상의 경우는 개인의 힘이 그렇게 세지도 않고 피해자분들이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삭제 안 해주면 그냥 그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개개인은 힘도 없고 업체에 돌아오는 금전적 이득 혹은 손해가 미비하니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의 지인은 이를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비유했다. 이 직원은 웹하드 업체가 직접 불법동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하고, 업체가 헤비업로더와 직접 연락을 취한다고도 했다. 헤비업로더 역시 자신이 국내 유수 웹하드 업체 간부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고 그들과 커넥션이 있다고 말했다.

"개소를 하자마자 70여 일 밖에 안 됐는데 795명이에요, 피해자 접수가. 거의 800명에 달하는 수인데, 이건 굉장히 놀라운 피해자 접수 건수거든요. 그리고 삭제 지원 건수도 지금 3천 건이 넘는 상황이에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박성혜 삭제팀장의 말이다. 디지털 성범죄 무료 삭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센터의 수치는 이랬다. 민간 디지털 삭제 업체는 지난 6개월 간 6천 여건의 디지털 성범죄 동영상을 삭제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사실은 이 영상들이 업로드되지 않은 웹하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국내 모든 웹하드 업체가 이러한 불법영상물로 '돈벌이'에 나선 셈이다.

그렇다면, 웹하드 업체의 입장은 어떨까. 제작진의 취재 결과, 대표가 불법동영상을 삭제를 약속한 업체는 이후 버젓이 같은 아이디를 포함한 여러 아이디로 다시 영상이 올라왔다. 다른 업체들은 아예 취재를 피하기도 했다.

한 술 더 떠, 불법동영상을 걸러내는 필터링 업체가 유수의 웹하드 업체와 유착 관계로 의심되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과거 이러한 유착 관계가 적발되기도 했으나 시정되기는커녕 훨씬 더 기업화되고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장의 업체와의 유착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전 필터링 업체 대표 역시 과거 아예 필터링 업체까지 사버린 '1위' 웹하드 업체의 행태를 두고 "돈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드는 놈', '올리는 놈', 그리고 '방조하는 놈'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최근 어디서 들어보지 않았는가. 비공개촬영회 사건으로 드러난 디지털 장의 업체와의 유착 관계와 유사하지 않은가. 그 사건 역시 아마추어 사진 촬영이 아닌 '돈의 문제'가 얽힌 추악한 범죄로 드러난 바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죄까지 방조해도 된다는 논리는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떤 기업이라도 수익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웹하드 사이트 이용자들께 부탁드립니다. 단지 호기심 때문에 당신이 단 돈 100원에 다운로드 받는 그 영상이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끔직한 악몽은 당신 주변, 친구, 가족 누구에게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방송 말미, 진행자 김상중의 건넨 '경고'다. 결국 '돈의 문제'라는 결론은 나이브한 진실일 수 있다. 그것은 돈벌이만 된다면 피해자의 고통이나 인권따위는 아랑곳 않는, 한국 사회 구석구석까지 점령한 천박한 자본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다고 볼 수 있다. 그 피해는 오롯이 한국의 여성들에게 전가되는 중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돈의 문제'에서 탈피, 강력한 법망을 만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보는 놈'들의 자정 역시 필요한 대목이다. 어렵겠지만,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더 이상 이 땅의 여성들이 불법영상물로 인해 웹상을 넘어 현실에서 죽어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

그알 웹하드 불법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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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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