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언내추럴>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 홈페이지 갈무리. ⓒ TBS


미스미 마코토(이시하라 사토미)는 UDI(부자연사 규명) 연구소 소속 법의학 부검의다. UDI연구소는 시신 부검을 통해 사인(死因)을 규명한다.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의뢰한 연간 약 400구의 시신을 부검해 조사한다. 일반인이 의뢰한 시신도 부검한다. 하루 종일 냄새나는 시신과 씨름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는 '7D' 직종으로 불린다. 연구소의 후배가 "법의학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라고 투덜거릴 때 미스미는 "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받아친다. 범죄나 법률적 사실을 의학을 통해 밝히는 법의학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방하는 것과 이어진다.

메르스부터 살인사건까지, 현실적인 에피소드 눈길

최근 tvN <무법변호사> JTBC <미스 함무라비> KBS 2TV <슈츠> 등 국내에는 법정 드라마 장르물이 쏟아지는 추세다. 본래 장르물이 강세인 일본에서는 올해 1분기 방영한 TBS 드라마 <언내추럴>이 화제를 모았다. 법의학 소재 드라마가 처음은 아니다. 거기다 <언내추럴>은 의학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의사들의 '속도감 있고 멋진' 부검 장면도 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 덕분이다.

미스미 팀은 돌연사로 사망판정을 받은 한 시신을 조사하던 중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이 시신이 생전에 중동에 다녀온 것은 맞았다. 그러나 실제 메르스는 고인이 중동에서 감염돼 온 것이 아니라 일본 병원 실수로 감염됐다는 추가 사실을 밝혀낸다. 시신을 통해 진실을 캐냈다. 덕분에 해당 병원의 잘못을 밝혀내고 추가 감염자를 막아낸다. 블랙기업과 연관된 교통사고, 인터넷 생중계를 하는 고교 살인범, 자살을 위장한 살인사건 등의 에피소드도 현실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언내추럴>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는 황색 언론, 인터넷에 난무하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부조리한 죽음이 발생했을 때 진실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부검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의학 전문용어와 다양한 수치,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유머도 드라마의 재미를 높인다.

부검하지 않는 일본, 이 드라마의 메시지

 일본 드라마 <언 내추럴>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드라마 <언 내추럴> 홈페이지 갈무리. ⓒ TBS


<언내추럴>을 조금 더 확장해서 본다면 선진국이지만 부검율은 떨어지는 일본의 현실이 있다. "부자연사의 80%가 부검 없이 적당한 사인을 붙여 시신을 화장시킬 정도로 선진국에서 낮은 부검율을 기록한다"는 작품 속 대사는,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현실을 비판한다. 지역 간의 부검율도 크게 차이난다.

대학병원 등 의료센터가 잘 갖춰진 곳일수록 부검율도 높다. 지역 간의 혜택 차이가 있다. "깜빡 죽을 때는 장소를 잘 골라야 한다"는 대사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야나기하라 마카도에 따르면 일본의 부검율은 12.64%(2016년)에 그쳐 스웨덴(95%), 영국(40%·이상 2014년)보다 크게 낮았다. 등록된 법의학 부검의 역시 170명에 불과하다.

이 작품의 극본가인 노기 아키코는 2012년 내각부 주도로 '사인 규명 의료 센터 건립 구상'에서 드라마 아이디어를 따왔다. 실제로 센터 건립은 무산됐다. 일본의 고령화로 인한 시신 취급 수의 증가와 범죄 행위로 인한 사망을 병사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센터 건립 계획의 이유였다. 여기에는 중대한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신원 확인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내각부는 센터를 건립해 빠르게 시신을 부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 했다. 결국 <언내추얼>은 법의학을 통해 미래를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떠한 순간에도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모든 이의 사명일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내용은 묵직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진수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언내추럴 이시하라 사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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