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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24일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빌딩 사무실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렸다. 정치인 등 유명인사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무소는 가득 찼다. 조희연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아침이 설레는 학교를 만들겠다"라며 포부를 다졌다.
 지난 5월 24일 당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아침이 설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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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신의 완성은 평가의 혁신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학생 평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내놓은 일갈이다. 주입식 교육을 부추겨온 선다형 시험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와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논술 시험인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B)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작년부터 이미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온 터다.

출제된 시험 주제를 두고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카페에 마주 앉아 토론하는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낯설지만 부러운 풍경이다. 종국에 우리 교육이 가닿아야 할 미래처럼 완벽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긴 오래전부터 학교마다 논술이 대세라며 교과 융합과 통섭 교육을 강조해왔지만, 공고한 학벌 구조와 공정성 논쟁을 극복하지 못하고 번번이 좌초됐다.

프랑스 바칼로레아를 소재 삼아 IB에 대한 동료 교사와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교사든 학생이든 다른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취지와 교육적 효과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수능만이 공정하다고 여기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당장 적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온 국민이 선다형 시험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에서 IB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이다.

"정시냐 수시냐, 수능이냐 학종이냐를 두고 온 사회가 갈등을 벌이는 걸 보면, 정작 교육의 본령에 대한 고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요. 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있고, 오로지 입시에서 자신의 유불리만 따지는 상황에서 IB를 도입하면 또 다른 분란만 야기하게 될 거예요. 각자도생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IB는 그저 '이상향'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진학 상담을 해온 한 동료 교사의 푸념이다. 나라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인식 자체가 아예 달라, 형식이 같다고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프랑스가 우리나라처럼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모든 학생이 명문대 진학에 목매단 사회라면 바칼로레아가 지금의 모습처럼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 말고라도 IB 도입이 힘든 이유는 다 헤아릴 수조차 없다. 당장 교과서 준비도 안 되어 있는 데다 수업과 평가 방식에 대한 연구조차 없는 상태다. 대입 논술조차 학교에서 소화해낼 수가 없어 사교육에 의존하는 마당이니 교육의 무게중심이 학교 밖으로 쏠릴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이 가르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시행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

학교 밖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IB는 교양과 지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사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시험 제도라고 명토 박았다. 많은 사람들이 로또로 인생 역전을 꿈꾸고, 돈을 쥔 자들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며, 약자들 앞에선 당한 만큼 되돌려주는 '갑질'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프랑스식 바칼로레아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부 났고 시험 났지, 시험 나고 공부 났냐'

IB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한 아이가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다며 대화를 끊고 끼어들었다. IB든 뭐든 평가 방식을 통해 수업과 학교 교육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낡은 사고방식이 더 문제라는 주장이다. 말하자면, '평가의 혁신을 통해 교육 혁신이 완성된다'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는 학교 교육이 황폐화된 이유를 '시험'에서 찾았다. 수업이 시험에 철저히 종속돼 있다 보니 온갖 불법이 용인되고 편법이 난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수능 때문에 고3 교실에서는 교과서가 아예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대신 수능과 연계된 EBS 문제집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수험생들에게 '듄아일체'는 수능 대비 제1공식이다. 참고로, '듄'은 EBS의 한글 자판을 이어붙인 글자로, EBS 문제집의 위력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의 논거는 계속됐다. 고3 1년은 수업은 뒷전이고 시험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도입된 뒤로는 시험에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시간이 추가되어 수업은 더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수능을 대비한 전국연합모의고사를 치르기 전에, 부러 하루를 빼서 전국연합모의고사를 대비하기 위한 모의고사를 치르는 '웃픈' 현실인데도 그걸 문제 삼는 교사도 아이도 학부모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앞둔 한두 주 전부터는 동아리 활동 등 모든 교과 외 활동이 '올스톱'되고 시험 준비를 위한 자습시간으로 대체된다. 하도 오랜 관행이라 아예 학년 초 학사일정을 편성할 때부터 자율활동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간을 비워두곤 한다. 평소 동아리 활동 한 시간에 목숨을 거는 아이들도 이때만큼은 순한 양이 되어 선선히 시험 준비를 한다.

그는 '벼락치기'를 시험이 가져온 대표적인 적폐라고 지목했다. 어른들은 학창시절의 애틋한 추억처럼 떠올리지만, 따지고 보면 학교생활의 리듬을 깨뜨리는 것 아니냐면서,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걸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주입시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시험 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불시에 치르는 것이 더 교육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에서 한 시간이 1분처럼 느껴지는 즐거운 공부를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오로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공부를 하도록 철저히 길들여져 왔다며, 스스로 좋아서 공부한 기억이 전혀 없단다. 지금껏 18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공부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친구를 단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며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공부할 교과와 내용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 등과는 무관하게, 시험에 출제되는지, 또 성적에 반영되는지 여부로 결정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강조했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시험에 나오면 공부하고, 나오지 않는 과목은 애초에 버려진다. 주지하다시피, 수능 출제 여부와 내신 가산점에 따라 과목의 희비가 엇갈리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교육감들과 많은 교육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IB가 과연 아이들의 즐거운 공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는 앞뒤가 바뀌었다면서, 온갖 좋다는 시험 방식을 죄다 실험해볼 게 아니라면 공부하는 즐거움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차라리 여유를 주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공부 났고 시험 났지, 시험 나고 공부 났냐'는 항변이다.

사색하는 걸 '논다'고 나무라는 현실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2500여 년 전 공자가 제자들 앞에서 설파했다는 말 한 대목이 떠올랐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悅乎).' 너무나 유명한 논어의 첫 구절이다. 배우고 익히는 것, 곧, 공부는 본디 즐거운 일이라는 의미일 텐데, 이 말씀에 공감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그저 시공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거라고 눙쳐도 되는 걸까.

칠판에 해당 논어 구절을 또박또박 적어가며 안타까움을 표했더니, 그는 대뜸 그때와 지금의 공부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말허리를 잘랐다. 그땐 공부가 학생의 '특권'이었지만, 지금은 권리이기는커녕 성적 때문에 목숨을 버릴 정도로 압박을 주는 '의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학습권'이라는 것도 어른들끼리 이권 다툼을 할 때나 쓰는 전가의 보도일 뿐, 정작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일축했다.

또, 공자 시절엔 학습량보다 사색할 시간이 훨씬 많았을 거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고, 수학, 물리, 화학 등의 학문은 아예 생각조차 못 했을 거라며,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추앙받는 공자가 지금의 자신보다 잘 할 수 있는 과목이란 한문과 윤리 정도일 뿐일 거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로지 학습만 강조하고, 사색하는 걸 '논다'고 나무라는 현실에서 공부에 재미를 느끼기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요컨대, 수능과 학종, 선다형과 IB를 두고 선택하라며 다그치기에 앞서, 아무런 흥미도 관심도 없는 수많은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이해하기 힘든 수많은 과목들을 맹목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것부터 성찰하는 게 순서다. 나중에 살다 보면 다 필요할 때가 있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말로는 더 이상 아이들을 설득할 수 없다. 시험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옥죄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시험에 종속돼버린 공부는 혐오와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하루라도 빨리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이유를 아이들은 이구동성 '밑도 끝도 없는 이 지긋지긋한 공부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어쩌다 공부가 이 지경이 됐나. 그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말을 이렇게 되받았다.

"교육 혁신의 완성은 공부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닫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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