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식>의 포스터.

영화 <빅 식>의 포스터. ⓒ 리틀빅픽쳐스


미국 시카고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던 파키스탄 청년과 한 '백인' 여성과의 사랑. 영화 <빅 식>(The Big Sick)의 소재만 놓고 보면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그린 진한 멜로물 같다.

실제로 공개된 결과물은 달랐다. 출연 배우 면면을 보면 사실 예상 가능하다. 파키스탄 출신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쿠마일 난지아니가 주연을 맡았다. 게다가 본인이 겪은 실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란다.

재기발랄한 대사들

실제로 백인 아내 에밀리 고든과 결혼한 쿠마일 난지아니는 우연히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뒤 거꾸로 영화화를 제안 받았다. 결혼 전 아내가 희귀병을 앓았고, 그를 보살피며 진짜 사랑을 깨닫게 됐다는 이야기인데 아픈 이야기지만 그 안에 코미디 요소 또한 강하게 있다는 걸 발견한 것.  

영화 역시 시종일관 경쾌하다. 시카고 작은 극장에서 1인 스탠딩 코미디 공연을 이어가던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은 우버 택시를 몰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다 우연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만난 한 여성 에밀리와 급격히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갈등은 이 두 커플의 내면이 아닌 외적 조건에서 비롯된다. 자유의 땅 미국이라지만 중동 지역 사람들에 대한 편견, 그리고 쿠마일 집안 자체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그것이다. 사실 전자는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쿠마일을 향한 다른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스치듯 '911테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류의 짓궂은 질문이 있을 뿐이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본 듯 쿠마일은 재치 있게 응수한다.

 영화 <빅 식>의 한 장면.

영화 <빅 식>의 한 장면. ⓒ 리틀빅픽쳐스


후자는 조금 다른 문제다. 외부인의 차별보다 심각한 건 1400년 이상 이어진 파키스탄의 관습이었다. 그 누구보다 백인 여자친구를 반대하는 쿠마일의 부모와 형제들은 결혼만큼은 파키스탄 여자와 해야 한다고 그에게 강요한다.

자신이 속한 문화적 관습에 상처받은 쿠마일은 그대로 에밀리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영화는 헤어진 두 사람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그 상처를 서로 직시하고 보듬어 가는 구조를 택했다. 남남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한 사람이 헌신함으로써 관계를 다시 회복한다.

이 영화의 묘미는 두 남녀의 절절한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혼수상태에 빠진 에밀리는 오히려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만 등장한다. 쿠마일과 에밀리의 엄마와 아빠인 베스(홀리 헌터)와 테리(레이 로마노)가 함께 간호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에 더 큰 무게가 실렸다. 딸과 헤어진 청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이들이 그의 진심을 깨닫게 되는 과정 또한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현실감 넘치는 각종 대사들이 웃음과 재미를 배가 시킨다.

뻔한 해피엔딩을 위해 소모된 캐릭터들이 없다. 저마다 사연이 있고, 그래서 페이소스 또한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북미에서 이 영화는 17주간 흥행을 이어간 바 있다. 2017 로튼토마토 로맨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5600만 달러의 수익을 내 2017년 개봉한 독립영화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작품으로 꼽혔다.

한 줄 평 : 소소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로맨스 코미디물
평점 : ★★★☆(3.5/5)


영화 <빅 식> 관련 정보
연출 : 마이클 쇼월터
각본 : 에밀리 v. 고든, 쿠마일 난지아니
출연 : 쿠마일 난지아니, 조 카잔, 홀리 헌터, 레이 로마노 등
수입 : kth
배급 : 리틀빅픽쳐스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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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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