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대진표가 확정됐다. 축구강국들이 몰려있는 유럽이 개최대륙답게 10팀이나 토너먼트에 올라 여전한 강세를 나타냈다. 뒤이어 남미가 4팀, 북중미와 아시아가 각각 1팀씩 16강진출에 성공했다. 유일하게 아프리카만 32년 만에 총 5팀중 한 팀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못하며 전멸했다.

16강 대진표를 살펴보면 기묘한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결승 대진을 기준으로 16강 편성을 두 갈래로 나눈다고 했을 때 첫 번째 블록(A조 1위VS B조 2위, C조 1위VS D조 2위, E조 1위 VS F조 2위, G조 1위 VS H조 2위)에는 '대륙별 안배'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상대적으로 우승후보들이 더 많이 포진한 반면, 두 번째 블록(B조 1위VS A조 2위, D조 1위 VS 2위, F조 1위 VS E조 2위, H조 1위 VS G조 2위)에는 스페인을 제외하면 크게 우승후보로 꼽힐만한 팀은 없다. 도한 두 번째 블록에 속한 8팀중 콜롬비아를 제외한 7팀이 유럽 일색이라 마치 월드컵이 아닌 유럽선수권을 보는듯한 느낌도 준다.

1블록과 2블록으로 나뉘어진 팀들은 결승전에 오르기 전까지는 만나지 않는다. 1블록에 몰린 강호들은 그야말로 매경기 고생문이 훤히 열려 울상이라면, 2블록에 속한 팀들은 4강까지는 비교적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16강부터 우승후보급 강호들이 맞붙는 빅매치가 즐비하다. 우루과이(A조 1위)와 포르투갈(B조 2위), 프랑스(C조 1위)와 아르헨티나(D조 2위), 콜롬비아(H조 1위)와 잉글랜드(G조 2위)의 대결은 4강 이상에서 맞붙어도 손색이 없는 강팀의 맞대결로 축구팬들을 설레게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우루과이, 프랑스-아르헨티나전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빅매치지만 그 다음의 8강 대진표와 관련하여 더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팀의 승자는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만나게 된다. 만일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가 승리하게 된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두 슈퍼스타가 월드컵에서 마주치는 '세기의 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축구 역사상 최고 라이벌로 꼽히는 두 사람, 만날까

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연합뉴스


축구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호날두와 메시는 커리어 내내 끊임없이 비교대상이 됐다. 두 선수는 지난 10년간 유럽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5회씩 양분했다. 지난 시즌 메시가 라리가 우승과 득점왕을 차지했다면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3연패와 득점왕 6연패를 차지하며 용호상박의 활약을 펼쳤다.

클럽무대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경쟁구도를 이어온 두 선수지만 국가대항전 무대에서는 만날 일이 없었다. 각기 다른 대륙에 속한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월드컵밖에 없는데 호날두와 메시 모두 통산 4번째 본선무대만에 월드컵에서 격돌할 기회가 생겼다.

클럽에서의 화려한 우승경력에 비하여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두 선수로서는 이번 대회가 사실상 현역 생활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라이벌을 만나 승리하고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다면 더 뜻깊을 것이다. 세계 축구팬들이 내심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호날두와 메시의 월드컵 맞대결을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대회만 놓고보면 현재까지는 호날두의 활약이 좀 더 앞선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 4골을 기록하며 해리 케인(5골, 잉글랜드), 로멜로 루카쿠(4골, 벨기에) 등과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메시는 1골을 넣는데 그치며 명성에 비하여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월드컵 통산 득점은 호날두가 7골, 메시가 6골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두 선수가 8강전에서 만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월드컵 우승경험에 빛나는 우루과이와 프랑스의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다. 님미 최고의 공격진으로 꼽히는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의 투톱을 보유한 우루과이는 A조를 3연승으로 가볍게 통과했고 C조의 프랑스도 경기력 논란은 있었지만 2승 1무로 조 1위를 확정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포르투갈-아르헨티나에 전혀 밀릴 게 없다.

졸전 거듭한 아르헨티나에게 가장 시급한 건

 27일(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D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메시가 선제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27일(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D조 3차전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메시가 선제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모두 각각 호날두와 메시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아이슬란드에 비기고 크로아티아에 대패하는 등 졸전을 거듭한 아르헨티나로서는 흐트러진 팀분위기를 추스르는게 더 시급해보인다.

경고도 변수다. 호날두와 메시는 조별리그에서 각각 옐로카드 한 장씩을 받았다. 설사 16강전에서 팀이 승리하더라도 두 선수가 옐로카드를 한 장씩 더받으면 8강전에서는 나설 수 없게 된다. 이 경고 누적은 4강에 올라야 소멸된다.

브라질, 스페인, 잉글랜드 등 지난 대회에서 아픔을 겪었던 축구명가들의 자존심 회복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브라질은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독일에 참패하며 망신을 당했던 아쉬움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이 조기탈락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한 수 아래로 꼽힌 멕시코를 16강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호재다. 초반 부진하던 에이스 네이마르가 점점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다음 상대인 멕시코는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3골차로 완패하며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각각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던 스페인과 잉글랜드는 각각 개최국 러시아와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한다.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비록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객관적인 전력면에서는 여전히 우위가 예상된다. 더구나 16강만 잘 통과하면 4강까지는 무난히 순항할 수 있는 대진표를 받았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생존한 일본이 어디까지 올라갈지도 국내 축구팬들에게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16강에 올랐지만 최종전이었던 폴란드전에서 승부를 포기하고 공돌리기로 일관하는 무성의한 경기운영으로 축구팬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G조 1위의 강호 벨기에를 만나게된 일본이 토너먼트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 선택은 더욱 엇갈린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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