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 5월 8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 성하훈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 전·현직 직원 3명이 수사 의뢰 대상자로 결정됐다. 영진위 직원 14명, 영상자료원 직원 2명도 징계대상자로 분류돼 징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는 28일 지난 11개월 동안 진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을 의결·권고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자문기구로서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한계가 있으나, 조사과정에서 관련자료 및 관련자들의 자발적인 진술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블랙리스트 사건은 권력이 공적조직과 제도를 이용하여 문화예술인을 차별하고, 실질적으로 모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든 광범위한 범죄행위이자 헌법유린 행위로, 책임규명 권고안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성실한 이행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임 위원장 등 핵심 인사들 수사 가능성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 특정 영화 및 단체 지원배제 일람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 특정 영화 및 단체 지원배제 일람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전체 책임규명 권고 대상은 모두 130명이다. 그 중 수사의뢰 권고 대상자 26명, 징계 권고 대상자는 104명이다. 영화 관련 기관은 영진위와 영상자료원 2곳으로 모두 19명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영진위(17명)는 권고 대상자 수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26명) 다음으로 많다. 영화계에서 논란이 컸던 한국벤처투자(주)의 모태펀드 영화계정 운용 개입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감사를 권고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영진위는 청와대의 지시와 국정원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인들과 영화단체들을 지원 사업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5년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과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개편에 따른 반대여론이 크게 일자 여론전을 도모하기 위해 전 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특정 인사에게 언론 기고를 요청하고 내용을 협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상자료원은 특정 영화를 상영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실무자를 업무에서 배제시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 영상자료원장을 맡고 있던 류재림 전 원장은 다른 업무 과정에서 논란이 생긴 일로 인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발표 전에 사임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산하 공공기관장 및 임원의 경우 공정하게 기관 업무 수행을 감독, 지시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청와대, 문체부의 위법한 지시가 소속 임직원에게 전달되어 이행되고 있는 사실을 묵인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동조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방조혐의가 상당한 자 및 블랙리스트 실행을 위해 별도 범죄행위를 한 혐의가 상당한 자에 대하여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징계 대상자들과 관련해서는 "블랙리스트 실행 지시를 이행하여 각 기관의 직무윤리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자에 대하여 각 공공기관의 관련규정에 따라 징계절차에 착수할 것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영진위도 '과거사 특위' 활동 시작

 지난 4월 4일 열린 영진위의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 이날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미규명 사건과  자체 별도 조사 통해 배제와 차별 사례를 계속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4일 열린 영진위의 대국민 사과와 혁신 다짐 기자회견. 이날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미규명 사건과 자체 별도 조사 통해 배제와 차별 사례를 계속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성하훈


한편 영진위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이 발표된 28일 '영화진흥위원회 과거사 진상규명 및 쇄신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과거사 특위')를 통해 진상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조사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2008년 이후 영진위에서 진행한 사업 관련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리스트와 관련 제보 및 조사신청을 받아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발생한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 리스트 사건 등 불법적이거나 부적절한 사안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과거사 특위는 주유신 위원장을 비롯해 모지은 영진위원, 구정아 프로듀서,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성훈 씨네21 기자,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부관장, 조종국 영진위 사무국장 등 총 7인으로 구성됐다.

과거사 특위는 산하의 별도 외부 전문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조사 및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조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최종 조사결과와 영진위 자체조사를 통해 확인된 건, 그리고 영화계 제보 및 조사신청 대상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영진위는 ▲블랙리스트 및 화이트리스트 실행과 관련한 위원회의 역할 ▲영진위의 진흥사업의 변경, 폐지, 배제, 신설 과정에 대한 내용 ▲진흥사업과 관련한 심사위원 구성・운영 및 심사과정상의 의혹 ▲조직 구성 및 운영에 관련된 제보 등을 영화계에 요청했다.

블랙리스트 영진위 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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