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포스터.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포스터. ⓒ (주)싸이더스


태어날 때부터 화려한 스타는 없다. 영국 모던록, 그러니까 전 세계 음악팬들에겐 브릿팝의 전설로 알려진 밴드 더 스미스의 보컬 모리세이(잭 로던) 역시 그랬다.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주눅 들어 있고, 그래서 더 무시당했던 청년이었다.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바로 그 모리세이의 우울하고 보잘 것 없던 시절을 집중해 조명한 극영화였다.

우울한 영혼에서 피어난 재능

1970년대 영국은 청년들의 취업난, 높은 생필품 물가 등으로 서민들이 고통 받던 시기였다. 경제 침체, 높은 범죄율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최초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가 자유시장경제를 적극 수용하며 사람들을 경쟁 구도로 몰아가던 때였다.

변변한 직장 하나 없던 모리세이는 아버지의 추천으로 작은 세무서의 말단 직원으로 근무한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오스카 와일드를 좋아한 이 청년은 쉬는 시간이고 근무 시간이고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적는 습성이 있다. 동료 직원들과 상사가 곱게 볼 리 없다. 도대체가 회사에 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이 모리세이를 주변에선 '기이한 놈'이라 치부하며 면박을 주기 일쑤다.

어쩌면 이게 천재의 전형적 모습일까. 모리세이가 쓰던 건 다름 아닌 시를 가장한 노래 가사였다. 멜로디에 맞춰 본인이 직접 적은 가사로 노래하기를 즐겼던 그는 음악적 동료 빌리(애덤 로렌스)와 함께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지만, 주류 음악계는 그가 아닌 빌리를 택한다.

또 다시 침잠, 그리고 갈등. 영화는 시종일관 모리세이가 사람들과 갈등하고 내면적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회사 상황을 풍자하거나 자신이 바라본 영국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등은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 (주)싸이더스


<잉글랜드 이즈 마인>을 통해 어떤 음악적 쾌감 내지는 성공담을 기대하진 말자. 후반부까지 이 우울한 청년의 방황을 충실하게 묘사하니까 말이다.

영국 록음악 역사에서 수려하고 깊은 가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리고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블러 등 현존 최고의 스타 밴드들이 음악적 스승으로 모시기를 주저 않던 더 스미스의 보컬이다. 그의 화려함을 주목해도 모자를 텐데 영화는 오히려 따돌림 당하고 좌절하는 모습만 보여주니 의아할 따름이다.

그 의아함은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도 여운처럼 남는다. 어쩌면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음악영화이기 보단 한 사람에 대한 작은 드라마 내지는 심리극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를 가득 채운 1970, 1980년대 브릿팝을 듣는 묘미도 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모리세이의 못나고 상처 입던 모습이 궁금하다면, 어떻게 그가 시대를 대표한 뮤지션의 자질을 쌓아왔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한 줄 평 :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 우울한 천재의 과거를 만나고 싶다면  
평점 : ★★★(3/5)

 영화 <잉글랜드 이즈 마인> 관련 정보
연출 및 각본 : 마크 길
출연 : 잭 로던, 제시카 브라운 핀들레이, 조디 코어
수입 및 제공 : (주)싸이더스
공동배급 : 무브먼트
러닝타임 : 94분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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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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