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차전 모로코와의 맞대결에서부터 시작된 이란의 '늪 축구'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놓은 스페인이라 하더라도 지독한 수비 축구에 손쓸 도리가 없었다. 그때 사이다와 같은 한 방을 터뜨린 선수가 있었다. 바로 디에고 코스타였다.

21일 오전 3시(한국 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B조 2차전 이란과 스페인의 맞대결에서는 후반 9분 터진 디에고 코스타의 결승골에 힘입어 스페인이 승점 3점을 기록, 같은 조 스페인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라서며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밝혔다. 이란은 시종일관 수비적인 '늪 축구'로 스페인을 압박했지만, 한순간의 수비 실수로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창과 방패의 매치업, 이란의 수비 통했다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란 오미드 에브라히미(왼쪽)와 스페인의 로드리고(오른쪽)이 21일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B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EPA


경기 전부터 창과 방패로 일컬어지던 매치업이었다. 스페인이 공격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란이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이번 경기의 주된 관전 포인트였다. 지난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스페인은 3득점을 맹폭했다. 물론 포르투갈의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어서 그렇지 스페인의 공격력 또한 대단했다. 그 중심에는 디에고 코스타가 있었다.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스페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최악의 활약으로 조별 탈락의 아픔을 지켜봤다. 4년이 지난 그는 환골탈태했다. 최전방에 서서 상대 수비수들과의 경쟁을 피하지 않았고,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멀티골로 화끈한 골 결정력을 십분 발휘하기도 했다.

반면 이란은 수비의 명수였다. 지난 모로코전에서 경기 내내 수비적인 운영으로 굳게 잠그고 난 후 몇 차례 되지 않는 역습 상황에서 날카로움을 뽐냈다. 득점도 이러한 공격 과정에서 터졌다. 후반 추가 시간 역습으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해 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란이 수비적으로 나올 것은 분명했다. 지난 경기에서 1승을 챙기며 다소 여유가 생겼기에 '세계 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후 마지막 포르투갈전에서 승부를 거는 것 또한 이란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셈이었다.

전반전은 이란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예상대로 이란은 수비에 치중했다. 스페인 공격 시, 모든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근처에 모이면서 2겹 이상의 수비 라인을 형성했다. 이란은 스페인의 기술 좋은 2선 미드필더들을 어떻게 묶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이니에스타와 부스케스, 실바 등 탈압박과 전진 패스 기술이 뛰어난 선수들이 자유롭게 위험지역을 드나들면 이란 입장에서는 한순간에 실점 위기를 맞이하는 꼴이었다. 이란은 대인 방어를 적절히 섞어 가며 스페인을 묶었다. 스페인 미드필더들이 공을 잡으면 곧바로 2~3명의 수비수들이 달려들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스페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란의 질식 수비에 막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반 초반부터 스페인은 소위 말하는 '반코트' 경기를 끌고 나갔다. 상대가 뒤로 물러선 것을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최대 강점인 점유율 축구를 풀어나갔다. 전반전 점유율 27대 73, 슈팅 수 2대 10으로 완벽히 경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간결한 2대 1 패스, 혹은 개인기에 의한 탈압박으로 슈팅 기회까지 잡는 데는 성공했으나, 슈팅 시에도 이란 수비수들의 끈질긴 방해로 정확한 임팩트가 불가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 나온 실바의 결정적인 슈팅도 골문이 외면할 만큼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디에고 코스타의 한 방... 이란, 공격으로 몰아쳤으나

 스페인의 디에고 코스타(오른쪽) 선수가 20일(현지 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이란과의 경기에서 이란의 모르테자 푸랄리간지 선수를 제치고 있다.

스페인의 디에고 코스타(오른쪽) 선수가 20일(현지 시각)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이란과의 경기에서 이란의 모르테자 푸랄리간지 선수를 제치고 있다. ⓒ 연합뉴스/EPA


답답했던 스페인의 체증을 내려준 선수는 다름 아닌 디에고 코스타였다. 그는 후반 9분 혼전 상황에서 이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다시 발을 갖다 대며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내내 이란의 질식 수비에 고전한 스페인의 숨통을 트여주는 득점이나 다름없었다. 스페인은 흐트러지던 이란의 수비를 잘 이용했다. 후반 초반 이란의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기 시작했고, 단단했던 수비벽의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득점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에고 코스타가 상대 센터백 사이를 파고들 때 푸랄리간지와 호세이니의 적극적인 마킹이 되지 않았다.  

이란은 바빠졌다. 후반 초반, 다소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은 후반 중반 이후부터 수비 숫자를 2명 줄였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 수비 시 6명 이상의 선수들이 최후방에 위치했지만, 잔여 시간을 고려해 에자톨라히와 에브라히미를 미드필더로 올렸다. 높은 위치에서 공을 끊고 한층 빠른 역습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이란은 몇 차례의 좋은 기회를 잡았다. 후반 8분 마음 놓고 때린 안사리파드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옆 그물을 스쳤고, 후반 37분 타레미의 회심의 슈팅은 골대 위를 살짝 벗어났다. 그리고 후반 17분 에자톨라히가 골망을 흔들었으나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란은 후반 4분의 추가 시간까지 몰아쳐봤지만, 지난 1차전과 같은 극장 골은 없었다.

결국 이번 맞대결에서 승부의 추를 기울게 한 것은 디에고 코스타의 한 방이었다. 물론 임팩트를 맞추지 못하면서 행운성 득점이었기는 했지만 스페인에 있어서는 가장 필요했던 한 방이었다. 디에고 코스타는 후반 43분 교체되기 전까지 최전방에서 분전하며 이란의 수비를 흔들었다.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긴 스페인은 2경기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절정의 골 감각을 이어가고 있는 디에고 코스타를 앞세워 26일(한국 시각) 모로코와의 맞대결 승리로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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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B조 스페인 이란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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