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잔디가 깔린 벌판에서 선수들이 공을 빼앗아가며 상대 팀의 골문에 공을 넣어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을 만지는 데 있어서 손을 사용할 수 없지만, 공을 빼앗는 과정에 있어서 선수들은 손을 포함한 모든 몸의 감각을 이용하여 적극적인 플레이에 나선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대 팀 선수와의 몸싸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한 만큼 선수들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는 과격한 몸싸움이 벌어질 때도 있고, 축구 경기 규정에서는 이러한 과격한 몸싸움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고 페어 플레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과격한 몸짓을 규제하고 있다.

88년의 월드컵 역사에서 대회를 치를수록 심판들의 눈을 피해 과격한 몸싸움을 하는 행위들이 거듭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대회가 열릴 때마다 제재 사항도 늘어나고, 새로운 규정들도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 적응이 느린 팀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팀 전력·경기에 영향 미치는 경고-퇴장, VAR 도입 이후 '5경기 퇴장 없음'

'지금은 비디오 판독중'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 후반 패널티 지역 내 김민우의 태클을 VAR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 '지금은 비디오 판독중'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 후반 패널티 지역 내 김민우의 태클을 VAR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새롭게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이 도입됐다. 반칙 행위가 발생했을 때, 주심이나 부심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상황에 대하여 녹화된 영상을 통해 상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주심이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애매한 몸싸움 상황들에 대한 확인이 가능해졌고, 상황 발생 후 시간이 10초 이상 지난 뒤에도 경기를 중단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에 대하여 선수들도 예년보다 행동이 조심스러워졌으며, 심판들도 보다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6월 17일(이하 한국 시간) 코스타리카와 세르비아 사이에 열린 경기에서도 비디오 판독이 요소로 작용한 바 있다. 경기 종료 직전 알렉산다르 프리요비치(세르비아)의 반칙 행위가 나왔을 때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반칙의 수위를 다시 확인한 뒤 카드를 제시했다. 이전까지의 대회였으면 즉각 퇴장을 알리는 레드 카드가 나왔을 수도 있었지만, 주심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확인한 뒤 옐로우 카드 경고를 주는 등 보다 공정한 판단에 도움을 주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대회 도중 7명의 선수가 레드 카드를 받으며 즉각 퇴장당한 전례가 있으며, 3명은 한 경기에서 경고 2회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퇴장을 당한 선수는 해당 대회에서 다음 2경기 출전이 금지된다. 한 경기 경고 2회가 아니더라도 대회 중 카드 2장이 누적되면 다음 1경기 출전이 금지된다. 8강전까지 5경기가 끝나고 결선 라운드(4강전 이상)로 넘어갈 때 옐로우 카드 1장은 상쇄되지만, 8강전에서 2장이 누적될 경우 4강전 출전이 금지된다.

이렇듯 선수가 경고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해당 팀은 선수 활용에 있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전에 조별리그가 끝난 뒤 카드가 상쇄되는 규정이 시행되었을 때 2002년 미하엘 발락(독일)이 대한민국과의 4강전에서 카드 2장이 누적되는 바람에 결승전 출전이 금지되었고, 발락이 출전할 수 없었던 독일은 브라질에게 결승전에서 0-2로 패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월드컵 대회에서는 6일 17경기에서 아직까지 레드 카드가 나온 것은 1경기에 불과하다. 물론 경고 수위인 옐로우 카드는 17경기에서 무려 53장이나 나왔다. 특히 19일 벨기에와 파나마 사이의 경기에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8장의 옐로우 카드가 나왔다. 그러나 그 경기에서 레드 카드는 나오지 않았고, 경고 2회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선수도 없었다.

16일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는 단 한 장의 카드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깨끗한 경기가 진행됐다. 이번 대회 첫 레드 카드는 19일 일본과 콜롬비아의 경기에서 나온 것으로, 조별리그 1차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나왔다. 일본은 전반 3분에 상대 선수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을 얻었고, 결국 2-1 승리를 거뒀다.

비디오 판독으로 결정된 페널티킥, 석연찮은 판정도 있던 스웨덴 전

18일에 있었던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도 비디오 판독이 승패를 갈랐다. 전반전에 부상으로 교체된 수비수 박주호 대신 투입된 김민우가 후반 17분 페널티 구역에서 스웨덴 공격을 저지하고자 태클을 시도했다. 당초 공을 걷어내려는 태클이었는데, 스웨덴 공격수 발에 걸렸다.

주심은 일단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으나 17초가 지난 뒤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그리고 판정은 수비자 파울로 번복되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스웨덴의 그랑크비스트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대한민국은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비디오 판독으로 인해 대한민국도 유리한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이후 진행된 경기에서 돌파 중이던 구자철을 스웨덴의 라르손이 방해하면서 함께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됐다. 라르손의 파울 자체는 인정되었으나, 이후 추가 동작 등에 대한 경고나 퇴장 등의 추가 판정은 없었다.

당시 상황에서 라르손은 넘어진 이후 구자철의 종아리를 스터드로 강하게 밟았고, 구자철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라르손이 구자철을 밟은 동작은 고의성 여부가 존재했고, 경고나 퇴장 등의 카드가 나오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은 이뤄지지 않았고,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

넘어지는 구자철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구자철이 세바스티안 라르손과 공을 다투다 넘어지고 있다.

▲ 넘어지는 구자철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구자철이 세바스티안 라르손과 공을 다투다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 막판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측면 돌파를 통해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크로스 과정에서 스웨덴 선수의 팔에 공이 맞았다. 그러나 주심은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지 않았고, 파울 선언도 없이 그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사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전에도 비디오 판독 때문에 석연찮은 판정을 받았던 적이 몇 차례 있었다. 2017년 U-20 월드컵에서도 아쉬운 상황이 있었다. 기니와의 1차전 경기에서 1-0으로 리드하던 전반전 막판 이승우의 측면 돌파를 거쳐 조영욱의 득점이 나왔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이승우의 드리블 과정에서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조영욱의 득점은 취소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프랑스와 호주의 경기에서, 그리고 덴마크와 페루의 경기에서 각각 호주와 페루가 비디오 판독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1골 씩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경우는 비디오 판독이 시행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경기 후반전 브라질의 수비수 미란다가 주버(동점골 득점자)에게 밀려 넘어녔다는 점과 후반 28분 공격수 제주스가 스위스 수비수와의 몸싸움에 넘어졌을 때 파울 지적이 없었다는 두 가지 상황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제주스가 넘어진 상황은 페널티킥 판정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회마다 새로운 규정에 울고 웃었던 대한민국 대표팀

비디오 판독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대표팀은 대회가 열릴 때마다 새로운 규정에 의하여 경기에 패하기도 하고 승리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 그리고 2006년 독일 월드컵의 3가지 사례가 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에는 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안길 수도 있는 백태클에 대한 제재가 도입됐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당시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하석주(현 아주대학교 감독)가 백태클을 시도했다가 바로 레드 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나가야 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하석주의 프리킥으로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어 분위기가 올라가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석주의 퇴장으로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이기기 시작했던 대한민국은 수적 열세를 견디지 못하고 후반에만 3실점하며 역전패, 이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0-5로 대패하며 차범근(2017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조별리그 도중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됐다.

그나마 징계 위원회에서 하석주의 태클이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으로 인해 하석주의 징계는 2경기 출전 금지에서 1경기 금지로 완화됐다. 그리고 하석주는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 출전하여 유상철(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득점 도움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후 트라우마로 인하여 하석주는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을 눈 앞에 두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 2002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에서는 심판의 눈을 속이는 시뮬레이션 액션에 대한 제재가 도입됐다. 그리고 개최국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경기에서 당시 이탈리아의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현 AS 로마 디렉터)가 연장 전반 도중 페널티 구역에서 넘어지는 시늉을 했다가 바로 경고 제재를 받았다.

이미 해당 경기에서 과격한 플레이로 경고가 있었던 토티는 경고 누적으로 바로 퇴장 조치됐다. 그리고 경기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연장 후반 안정환(현 MBC 해설위원)의 골든골로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으며, 당시 2002년 월드컵 최대의 이변 경기로 남게 됐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오프사이드 상세 규정에 대한 심판진의 애매한 판단 때문에 대한민국이 피해를 봤다.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32분 알렉산더 프라이(은퇴)의 득점이 나왔는데, 당시 부심은 깃발을 들었고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당시 대회에서는 공격자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더라도 직접 공격에 가담하지 않으면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리지 않는 것으로 규정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당시 판정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일단 프라이의 위치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선수가 공을 받아 패스하는 과정이 오프사이드였기 때문에 부심과 주심의 판단이 엇갈렸던 것이다.

비디오 판독이 있었더라면 보다 공정한 판정이 나올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결국 대한민국은 스위스에 0-2로 패했고, 승점 4점을 기록했음에도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 됐다. 사실 그 판정이 아니었더라도 90분 내내 불공평한 판정이 몇 차례 있었으며, 당시 골 상황에 대해서는 국내 방송사의 해설위원들도 의견이 엇갈렸을 정도였다(당시 온사이드 주장했던 신문선 해설위원은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석연찮았던 판정, 석연찮았던 골 결정력

일단 스웨덴과의 경기는 심판의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 그러나 굳이 심판의 판정 문제를 들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경기력도 다소 부족한 면은 있었다. 비디오 판정을 통한 페널티킥 판정이 나왔던 상황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경기를 펼쳤고, 조현우 골키퍼도 계속해서 선방을 선보였다.

손흥민, '스웨덴 수비 비켜!'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2018.6.18

▲ 손흥민, '스웨덴 수비 비켜!'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그러나 대한민국의 공격력이 너무 아쉬웠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스웨덴의 수비에 계속 막혀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효슛 0개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대표팀은 제대로 된 슛도 날려보지 못했다. 스웨덴 골키퍼가 누구였는지 제대로 얼굴을 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스웨덴 골문 앞으로 공이 제대로 날아간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골문에 다다르기 위한 돌파 시도는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번번이 수비에 막혀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골로 마무리되지 못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가 끝난 뒤 신태용 감독도 심판의 판정이 석연찮았음을 암시하긴 했지만 다른 경기 과정에 대한 변명은 없었다.

일단 첫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월드컵 조별리그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멕시코와 독일은 모두 대한민국이 이전에 월드컵에서 패배를 겪었던 상대 팀들로, 갚아줘야 할 빚들이 많은 팀들이다. 멕시코는 앞에서 언급했던 프랑스 월드컵 패배 이력이 있으며, 독일과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과 2002년 월드컵 4강전에서 1점 차로 석패했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대표팀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부터 23일까지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포함한 2박 3일의 방문 기간 중 23일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관전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현직 대통령이 월드컵 경기를 직관한 것은 2002년 대한민국이 개최국일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5경기를 관전한 적이 있었지만, 원정 월드컵 직관은 이번 일정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경기를 관전한다는 일정까지는 대한민국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있었지만, 선수단을 직접 만나 격려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대통령이 직접 경기를 보러 온다는 사실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라이벌 일본이 19일 경기에서 먼저 승리하며 대한민국 대표팀을 자극한 상황이다. 물론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큰 월드컵 경기인 만큼 대한민국 대표팀이 첫 경기 결과에 낙담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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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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