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날이 밝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8일 오후 9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고브고로드에 위치한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1차전 스웨덴과 피할 수 없는 한판을 벌인다. 대표팀은 이 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만큼, 반드시 승전고를 울리겠다는 각오다.

지난 4년간 준비 과정이 어떠했고, 부상 선수가 얼마나 있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평가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전에서 우리가 기대한 결과물을 가져온다면 평가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된 분위기 속 치러지는 월드컵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포르스베리가 두렵나... 우리에겐 손흥민이 있는데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품격 손흥민이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품격 손흥민이 5월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5.28 ⓒ 연합뉴스


스웨덴은 만만찮은 팀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올라왔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불가리아 등 만만찮은 상대들과 한 조에 속했고, 2위(6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전통의 강호이자 2014 브라질 월드컵 3위 네덜란드는 스웨덴에 밀려 러시아행이 좌절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이탈리아를 무너뜨렸다. 스웨덴은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힘을 앞세운 공격으로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들은 유럽 예선 12경기에서 27골을 넣고, 실점은 9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같은 슈퍼스타는 없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에이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손흥민이 있다면, 스웨덴에는 에밀 포르스베리가 있다. 포르스베리는 2016-201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RB 라이프치히의 중심이다. 당시 그는 리그 30경기(선발 27) 8골 19도움을 기록하며, 팀이 차기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티켓을 따내는 데 앞장섰다. 결정력도 빼어났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적인 패스가 눈부셨다.

스웨덴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르스베리는 '공격의 지휘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스웨덴이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아가는 데 앞장섰다. 바이킹 군단의 기회는 대부분 포르스베리의 발끝에서 나왔다.

그러나 크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 포르스베리가 눈부신 활약을 보인 때는 1년 전이다. 올 시즌 포르스베리는 기대 이하였다. 리그 21경기(선발 15)에서 2골 2도움, UCL 5경기 2골에 그쳤다. 마법사 역할을 톡톡히 했던 포르스베리가 부진하면서, 라이프치히의 리그 순위도 6위로 추락했다.   

외려 상대가 손흥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자랑이자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인재다. 4년 전 브라질에선 독일 분데스리가의 빼어난 재능이었다면, 현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다. 주 포지션이 측면 공격수임에도 지난 시즌에는 21골, 올 시즌에는 18골을 넣었다. 포르스베리가 마법을 부릴 수 없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손흥민이 강점인 슈팅력을 뽐낼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든다면 승부의 추는 우리에게 기울 가능성이 충분하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이토록 기대치가 낮은 월드컵이 있었나 싶다.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의 16강을 예상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축구는 예측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만 이란과 아이슬란드, 스위스 등이 여러 차례 증명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과거의 기록은 아무짝에 쓸모없다. 결과를 가져오면 된다.

충분히 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한 길로 쭉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한국 축구는 많이 성장했다. 차범근과 박지성에 버금가는 손흥민이 대표팀 중심에 섰고, 기성용은 박지성의 뒤를 잇는 멋진 주장이 됐다. 황희찬과 이재성, 이승우, 문선민 등 젊은 피들의 등장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서 포백이냐 스리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11명이 하나 돼 수비하고 공격하는 것이 정답이다. 어떤 포메이션을 내세우든 준비해온 것을 내보일 수 있도록 집중하면 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처지는 만큼 상대보다 많이 뛰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기본만큼은 잘 지키는 팀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믿는다.

대표팀은 기억해야 한다. '보나 마나 3패'라며 도전조차 전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가전 성적에 실망하고 비난을 일삼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16강 진출의 꿈을 잃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지난 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볼을 뺏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던진 이승우를 보며 희망을 본 붉은악마가 존재한다. 국민 대다수는 결과가 어찌하든 태극전사들이 후회 없이 싸우길 원한다.

18일 오후 9시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한국 축구의 끝이 아닌 희망의 꽃이 피어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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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VS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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