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가 유영준 감독대행 부임 후 처음으로 '스윕'을 달성했다. 유영준 감독대행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14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11-7로 승리했다. NC는 올 시즌 두 차례 3연승을 거둔 적은 있지만 한 팀을 상대로 3연전 전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전히 갈 길은 아주 멀지만 긴 부진을 끊고 상승흐름을 탔다는 건 대단히 고무적이다(23승 44패).

NC에서 유일하게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선발된 박민우는 이날 4안타를 폭발하며 6월 타율 .432(37타수 16안타)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명단을 본 NC 팬들은 다소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LG와의 3연전에서 2홈런 8타점을 쓸어 담은 KBO리그 최고의 외야수 나성범의 이름이 빠졌기 때문이다.

'좌완 파이어볼러'에서 KBO 특급 타자로 올라서기까지

나성범 안타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8회 말 선두타자 NC 나성범이 안타를 치고 있다. 2018.3.25

▲ 나성범 안타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8회 말 선두타자 NC 나성범이 안타를 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광주 출신의 나성범은 진흥고 시절 투수보다 외야수에 더 익숙한 선수였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로 LG트윈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연세대 진학을 선택했다. 대학에서 투수에 전념한 나성범은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겐 한일전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고려대와의 정기전에서는 4년 동안 3번의 완투를 포함해 2승 1무 1패 평균자책점 2.34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전체 10순위)로 신생팀 NC에 지명된 나성범은 대학 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답게 3억 원의 높은 계약금을 받았다. 하지만 나성범은 2011년 가을캠프에서 김경문 전 감독으로부터 타자전향 제의를 받았다. 애초에 NC에서는 나성범을 좌완 에이스가 아닌 간판타자로 키울 계획이었다. 나성범은 고민 끝에 타자전향을 받아들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성범은 퓨처스리그에만 출전할 수 있었던 2012년 타율 .303 16홈런 67타점 29도루를 기록하며 남부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었다. 불과 1년 전까지 마운드에 섰던 선수가 퓨처스리그 최고의 타자로 변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성범은 1군 진입 첫 해였던 2013년 신인치고는 준수한 성적(타율 .243 14홈런 64타점)을 기록했지만 '천재타자'라는 기대치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나성범은 2014년 타율 .329 30홈런 101타점으로 대폭발하면서 NC를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2015년에도 타율 .326 28홈런 135타점 112득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은는 덤. 나성범은 2016년에도 타율 .309 22홈런 113타점 116득점을 기록하고도 홈런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3할 100타점 100득점도 썩 대단치 않게 느껴지는 '특급 타자'가 된 것이다.

나성범은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떠나고 박석민이 타율 .245 14홈런 56타점으로 부진에 빠진 작년 시즌에도 125경기에서 타율 .347 24홈런 99타점 103득점을 기록하며 NC타선을 이끌었다. 나성범은 작년 가을야구에서도 10경기에서 4홈런 11타점을 폭발시키며 큰 경기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내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개막 후 딱 일주일 부진했던 나성범, 펄펄 날고 있는데

비록 2015년을 끝으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받지 못했지만 나성범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외야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NC도 구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에게 작년보다 22.9%가 인상된 4억3000만 원의 고액 연봉을 안겼다. 이는 FA 계약을 맺은 박석민(7억5000만 원)과 손시헌(5억 원)을 제외하면 팀 내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개막 후 일주일 동안 타율 .214 1홈런 3타점으로 부진했던 나성범은 금방 이름값을 하면서 성적을 무섭게 끌어 올리고 있다. 비록 NC는 최하위로 속절 없는 추락을 거듭해 김경문 감독이 물러나는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나성범은 4월부터 6월까지 한 번도 월간 타율 .32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시즌 성적도 어느덧 타율 .337 14홈런 44타점 54득점 5도루로 상승했다.

특히 LG와의 주중 3연전에서 나성범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12일 경기에서 1회 동점 적시타를 친 나성범은 13일 경기에서 1회 결승타가 되는 희생플라이를 때렸고 3회에는 차우찬을 상대로 3점 홈런을 터트렸다. 나성범은 14일 경기에서도 첫 타석 적시타, 두 번째 타석 솔로 홈런, 세 번째 타석 적시타를 터트리며 3안타 3타점을 몰아쳤다. LG와의 3연전에서 무려 5안타 2홈런 8타점 5득점을 쓸어 담은 것이다.

하지만 나성범은 지난 11일에 발표된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명단에서 제외됐다. 선동열 감독과 코칭 스태프로서는 여러 가지 고려를 했겠지만 나성범은 올 시즌 토종 외야수들 중에서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각각 4위, 득점 3위, 안타 2위에 올라 있다. 정확성과 장타력의 조화는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김현수(LG)와 함께 나성범이 단연 돋보인다. 게다가 나성범은 2013년과 2014년 중견수로 풀타임을 뛰었던 경험도 있어 멀티 포지션 소화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이후 야구 팬들 사이에서 아쉽게 탈락한 선수로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물론 이정후 역시 대표팀에 뽑힐 정도의 기량을 가진 훌륭한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병역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실력과 성적으로만 평가한다면 이번 대표팀 탈락에 가장 의문이 생기는 외야수는 다름 아닌 나성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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