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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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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긴 찍었는데 누구를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

13일(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 오전 7시. 투표를 위해 오랜만에 서울에서 온 아이들과 아파트에서 가까운 투표소(남산초등학교)를 찾았다. 이른 아침이라 투표소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투표장에서 마주치는 젊은 사람보다 동네 어르신이 더 많아 의외였다.

우리 가족은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각기 다른 기표소로 들어갔다. 미리 생각해 둔 후보(교육감, 도지사, 시장)를 투표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으나 여타 후보(시도/구·시군의회 의원)를 결정하는데 다소 망설여졌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마주치는 후보들이었지만 막상 찍으려고 하니 그 사람들의 선거공약이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투표하고 나왔으나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았다.

투표장을 빠져나오자, 투표를 마친 아내가 나를 반겨주었다. 기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내는 평소 생각했던 후보와 정당을 잘 찍었다며 웃어 보였다. 문득, 오랫동안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서 이 지역 후보자들의 정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했다.

한편, 이런 식의 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투표를 마친 아이들이 투표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를 보자 막내아들이 던진 말 한마디가 이번 투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대변해 주는 듯했다.

"아빠, 투표가 수능보다 어려워!"

늘 그랬듯이, 가족 누구도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를 묻지 않았다. 그리고 각자가 투표한 후보자가 당선하기를 바라며 투표소를 배경으로 멋진 인증사진을 찍었다. 바로 그때였다. 투표소 옆 벤치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모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무엇 때문인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아들로 보이는 한 젊은 사람이 연세가 많은 한 노모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사실인즉, 여러 장의 투표용지 때문에 연세가 많은 노모가 행여 실수라도 할까 걱정이 된 아들이 투표하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었다. 아들은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 안으로 들어가는 노모가 걱정되어 투표소 앞에서 한참 서 있었다.

7시 30분. 투표를 마치고 야유회를 가려는 듯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투표소를 찾았다. 간혹,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보호자와 함께 투표소에 온 장애인도 눈에 띄었다. 이렇듯, 투표를 올바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한 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배포한 팸플릿을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사리사욕을 탐하지 말고 지역 주민과의 공약을 잘 지키는 올바른 일꾼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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