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9승1무의 전적으로 UFC에 진출한 '스턴건' 김동현은 UFC에서 10년 동안 활약하면서 13승4패1무효 경기를 기록했다. 어디에 내놔도 당당한 전적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김동현은 언제나 타이틀 전선의 고비에서 번번이 고개를 숙이곤 했다. 실제로 김동현은 상승세를 타다가도 언제나 마지막 고비에서 웰터급의 강자에게 패하며 넘기지 못하고 챔피언 도전에서 멀어진 바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김동현이 UFC에서 당한 4번의 패배는 모두 '납득이 가는 상대에게 당한 패배'였다. 김동현에게 격투 인생 첫 패배를 안겨준 카를로스 콘딧은 김동현을 꺾은 뒤 웰터급 잠정 타이틀을 차지해 당시 웰터급의 최강자였던 조르주 생 피에르와 타이틀전을 치렀다. 지난 2014년 김동현을 1분 만에 KO로 잠재운 타이론 우들리는 현재 UFC 웰터급 챔피언 벨트를 보유하고 있다.

2012년 데미안 마이아에게 당한 TKO패가 돌이켜 보면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 당시 김동현은 갈비뼈를 다쳐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김동현을 꺾었던 상대가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생애 첫 UFC 타이틀에 도전한다. 오는 10일(이하 한국시각)에 열리는 UFC 225 대회에서 하파엘 도스 안요스와 웰터급 잠정 타이틀전을 치르는 콜비 코빙턴이 그 주인공이다.

'스턴건' 김동현 잡아내고 단숨에 랭킹에 진입한 신흥 강자

 웰터급 순위권 밖에 있던 코빙턴은 김동현과 마이아를 차례로 꺾으며 단숨에 타이틀 전선으로 뛰어 들었다.

웰터급 순위권 밖에 있던 코빙턴은 김동현과 마이아를 차례로 꺾으며 단숨에 타이틀 전선으로 뛰어 들었다. ⓒ UFC.com 화면 캡처


대학시절 NCAA 1부리그 올 아메리칸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자랑하던 코빙턴은 201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뛰어난 레슬링을 앞세워 내리 5연승을 거두고 UFC에 입성했다. UFC 진출 후에도 안잉 왕, 바그너 실바, 마이크 파일을 차례로 꺾고 기세를 올리던 코빙턴은 2015년12월 바흘레이 알베스에게 서브미션으로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당시만 해도 흔한 신예 파이터에 불과했던 코빙턴은 조나단 뫼니에를 서브미션, 맥스 그리핀을 TKO, 브라이언 바버레나를 판정으로 꺾고 다시 3연승의 상승세를 탔다. 코빙턴은 만만치 않은 실력을 인정 받았으면서도 UFC의 공식 랭킹에는 좀처럼 진입하지 못했다. '지옥의 체급'이라 불리는 웰터급의 랭킹에 들어가기엔 격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임팩트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에 코빙턴은 '코너 맥그리거 스타일'을 차용(?)해 상위 랭커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그 때 코빙턴의 그물망에 걸려 든 상대가 바로 김동현이었다. 코빙턴 입장에서는 UFC에서 손꼽히는 그라운드 실력을 가진 김동현을 꺾는다면 단숨에 랭커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였다. 타렉 사피딘을 상대로 다소 찜찜한 승리를 거둔 김동현으로서도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신예의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코빙턴은 김동현, 그리고 국내 격투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선수였다. 김동현이 떠오르는 신예에게 랭킹7위의 실력을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코빙턴은 3라운드 내내 김동현을 압도하며 만장일치 판정으로 승리했다. 무엇보다 김동현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그라운드 영역에서 완패를 당한 것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대회가 끝난 후 지난 6월22일 코빙턴은 랭킹 10위로 진입했고 29일에는 김동현을 10위로 밀어내고 9위로 뛰어 올랐다. 비슷한 시기 상위 랭커 도널드 세로니와 닐 매그니 등의 잇따른 패배로 코빙턴은 웰터급의 떠오르는 강자로 연일 주가가 상승했다(한편 코빙턴전에서 당한 안와골절 부상으로 180일의 메디컬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김동현의 랭킹은 현재 15위까지 하락했다).

압박형 그래플러 도스 안요스와 웰터급 잠정 타이틀전

 경험이 풍부한 전 라이트급 챔피언 도스 안요스(왼쪽)는 코빙턴에게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전 라이트급 챔피언 도스 안요스(왼쪽)는 코빙턴에게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 UFC.com 화면캡처


UFC에서는 작년 10월29일 UFC 브라질 대회에서 코빙턴과 마이아의 경기를 코메인 이벤트로 배치했다. UFC에서 가장 수준 높은 주짓수 실력을 뽐내는 마이아는 미들급과 웰터급을 오가며 타이틀전을 치렀던 강자다. 김동현을 꺾고 톱10에 진입한 코빙턴에게 마이아는 단숨에 타이틀 전선으로 뛰어 오를 수 있는 제물로 손색이 없는 상대다.

코빙턴은 의외로 타격전을 들고 나온 마이아에게 초반 주도권을 내주며 1라운드를 빼앗겼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 너무 많은 힘을 뺀 마이아는 2라운드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를 파악한 코빙턴은 마이아를 강하게 압박하며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결국 코빙턴은 마이아의 무모한 테이크다운을 간단하게 방어했고 그라운드에서 마이어의 얼굴에 자비 없는 파운딩을 퍼부으며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두 체급의 타이틀전을 경험한 백전노장 마이아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코빙턴은 웰터급 랭킹 3위까지 오르며 본격적으로 타이틀 전선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인기 없는 챔피언' 우들리는 생 피에르나 네이트 디아즈처럼 흥행이 될 수 있는 상대와의 대결을 원했고 UFC에서는 기약 없는 타이틀전 대신 랭킹2위 도스 안요스와 3위 코빙턴의 잠정 타이틀전을 주선했다(현재는 대런 틸과 스티븐 톰슨의 순위 변동으로 도스 안요스가 1위, 코빙턴이 4위에 올라있다).

도스 안요스는 전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으로 에디 알바레즈와 토니 퍼거슨에게 패한 후 웰터급으로 체급을 변경했다. 173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웰터급 적응 여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도스 안요스는 웰터급 변경 후 사피딘, 닐 매그니, 로비 라울러를 차례로 꺾고 단숨에 타이틀 전선으로 뛰어 올랐다. 코빙턴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그라운드 기술에 능한 파이터이기 때문에 코빙턴과의 명승부가 기대된다.

한편 UFC 225 대회는 로버트 휘태커와 요엘 로메로의 미들급 타이틀전이 메인 이벤트로 배치되면서 더블 타이틀전이치러질 예정이다. 여기에 프로레슬링 슈퍼스타 출신 CM 펑크의 경기도 잡혀 있다. 알리스타 오브레임이나 리카르도 라마스, 라샤드 에반스, 조셉 베나비데즈, 클레이 구이다 같은 스타 선수들의 경기가 언더카드에 배치됐을 정도. UFC 225는 화려한 대진표만 봐도 그 어느 대회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흥미로운 대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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