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현재까지는 올 겨울 FA 시장에서 가치 있는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4일(아래 한국 시각)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보스턴 지역 언론 <매스라이브>는 투수 찰리 모튼(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대한 기사에서 예비 FA를 맞이하는 다른 선수들도 함께 언급했다.

이날 애스트로스의 선발투수였던 모튼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감독 알렉스 코라가 애스트로스 벤치코치(한국 수석코치와 비슷한 역할) 시절 아꼈던 투수였다. 모튼은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레드삭스를 상대했는데, 상대 팀 감독인 코라가 모튼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정작 코라 감독의 지나친 관심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는지 이 날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던 모튼은 홈런 2방을 허용하며 5.1이닝 9피안타 1볼넷 7탈삼진 6실점으로 부진하며 패전투수가 됐다(100구). 이 날의 대량 실점으로 모튼의 평균 자책점도 2.26에서 2.84까지 크게 치솟았다.

이날 <매스라이스>에 실린 코라에 대한 내용에는 류현진도 언급되어 있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모튼이 FA 자격을 얻게 되는데, 이와 관련하여 다른 선발투수들도 언급된 것이다. 지난 시즌 모튼이 포스트 시즌에서 팀이 월드 챔피언에 오르는 데 공헌했고, 이에 대해 코라 감독이 평가한 점도 있고 하니 레드삭스가 올 겨울 FA 시장에서 모튼 영입에 나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올 겨울 FA 맞이하는 주요 상위 선발투수, 류현진 포함

<매스라이스>는 모튼과 함께 올 겨울 FA 자격을 얻는 상위 선발투수들 몇 명을 언급했다. 모튼과 더불어 패트릭 코빈(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댈러스 카이클(휴스턴 애스트로스), 지오 곤잘레스(워싱턴 내셔널스), 타이슨 로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트레버 케이힐(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그리고 류현진을 언급했다.

올 겨울 FA 시장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선발투수 포지션에서 나오는 A급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다른 포지션에서는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오리올스), 조쉬 도날드슨(토론토 블루제이스), 크레이그 킴브렐(보스턴 레드삭스), 앤드류 밀러(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이 나온다.

모튼은 이날 경기에서 시즌 첫 패를 당했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7승 1패 2.84). 코빈도 5승 2패 2.99, 곤잘레스는 6승 2패 2.27, 로스는 4승 3패 3.29, 케이힐은 1승 2패 2.77을 기록하고 있다.

카이클은 올 시즌 3승 7패 3.65로 예년에 비해 다소 부진하다. 2015년 사이 영 상 수상자였던 점과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월드 시리즈까지 다소 무리했다는 점을 감안해 A급 투수로 평가 받고 있다.

사실 이번 겨울 FA 시장은 그 어떤 때보다 선발투수 시장이 뜨거울 전망이다. 바로 현역 최고의 왼손 선발투수인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옵트 아웃 행사 여부 때문이었다. 원래 커쇼는 2014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는데, FA까지 1년을 앞두고 다저스가 7년 2억 15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커쇼는 다저스와 2019년 3457만 달러, 2020년에 3557만 달러(이하 천 달러 자리 반올림)의 계약이 남아 있지만, 계약 5년 차인 2018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1988년 생인 커쇼는 올해로 만 30세가 되었는데, 선수 기량이 가장 절정에 달하는 시기에 한 번 더 옵트 아웃을 통해 더 큰 계약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7년 연장 계약을 맺은 커쇼는 새로운 계약 첫 해에 생애 세 번째 사이 영 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했으며, 내셔널리그 MVP까지 동시 수상했다. 시즌 초반 부상자 명단에 올라 1달을 결장하는 바람에 200이닝을 넘기지 못했는데도 21승 3패 평균 자책점 1.77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렸던 결과였다.

커쇼는 마지막 온전한 풀 타임이었던 2015년에도 200이닝을 넘기며 2점 대 초반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고 생애 첫 300탈삼진 시즌을 보냈다. 팀의 득점 지원이 넉넉하여 승리만 좀 더 받쳐줬더라면, 이 해의 사이 영 상 역시 제이크 아리에타(당시 시카고 컵스, 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아닌 커쇼가 가져갈 수도 있었다. 또한 이 해까지 같은 팀이었던 잭 그레인키(현 애리조나 디백스)가 평균 자책점 1위를 차지하며 커쇼와 표를 나눠갔던 점이 아쉬웠다.

선발투수 FA 시장의 변수, 커쇼의 부상

이 때까지만 해도 커쇼는 옵트 아웃에 도전하여 또 다시 투수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 기록을 경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200이닝에 20승, 1점 대 평균 자책점 그리고 3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면 또 다시 만장일치 사이 영 상을 획득할 가능성은 컸다.

하지만 커쇼는 2016년과 2017년 그리고 2018년까지 3시즌 연속으로 여름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하여 부상자 명단에 다녀온다. 이로 인해 2010년대에만 사이 영 상을 세 번이나 차지했던 커쇼는 허리 부상으로 자리를 이탈하면서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2년 연속 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슈어저는 2013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 당시 아메리칸리그 20승 투수가 되며 생애 첫 사이 영 상을 수상했고, 이후 FA 자격을 얻어 내셔널스로 이적하여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수상으로 커쇼와 통산 수상에서 동률을 이뤘다. 현역 투수들 중 사이 영 상을 세 차례 이상 수상한 선수는 커쇼와 슈어저 뿐이다(코리 클루버, 팀 린스컴 2회 공동3위).

20대에 사이 영 상을 3번이나 수상한 선수는 커쇼와 그레그 매덕스, 로저 클레멘스 그리고 페드로 마르티네스 4명의 투수가 있다. 사이 영 상을 5번 수상한 랜디 존슨(1963년생)은 첫 수상이 만 32세인 1995년으로 모두 30대에만 수상했다는 희귀한 기록이 있다.

20대에 3번이나 수상한 현역은 커쇼 뿐이다. 그 만큼 커쇼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투수였다. 하지만 2016년에 추간판 탈출증이 알려진 이후 커쇼의 기량이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다.

올 시즌 초반 성적이 예년보다 다소 부진한 모습으로 보였던 것은 시즌 초 이두박근 통증을 안고 던졌으며, 역시 무리한 복귀를 시도했다가 허리에 무리가 생긴 것이다. 옵트 아웃을 앞둔 시즌이었기 때문에 커쇼는 의욕이 너무 넘쳐 무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보다 가치 떨어진 커쇼, 다른 투수들과의 격차 여전

커쇼는 다저스와 연장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부상자 명단만 다섯 번을 올랐다. 2014년 시즌 초반 등 근육 통증, 2016년 추간판 탈출증 발견, 2017년 허리 통증, 2018년 이두박근 통증 및 허리 통증 재발이었다. 이 중 2016년에는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적도 있었다.

내구성이 약해지면서 커쇼는 시장에서의 가치가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올 겨울 옵트 아웃을 실행할 것이 유력하지만, 커쇼의 부상 정도에 따라서 옵트 아웃을 실행할지 여부도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 이력 때문에 각자 젊은 에이스들을 보유한 강팀들이 커쇼에게 굳이 오퍼를 넣지 않을 가능성도 생겼다. 일단 커쇼는 시즌 중에는 협상을 하지 않는 성향이기 때문에 올 시즌 최종 성적까지 나온 뒤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굳이 부상이 아니더라도 커쇼가 FA 시장에서 강팀들의 매력을 그리 많이 끌지 못할 수도 있다. 강팀들은 포스트 시즌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팀들인데, 정작 포스트 시즌에서 임팩트가 떨어진다면 그렇게 끌리는 가치가 아니다.

커쇼의 통산 포스트 시즌 성적은 24경기(19선발) 7승 7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4.35이다. 다만 이 성적은 본격적으로 포스트 시즌에서 주축 선발로 활약한 2013년부터 봤을 때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포스트 시즌에서는 그렇게 확실하게 믿음을 주진 못하는 성적이다.

커쇼는 2013년 포스트 시즌 첫 경기 7이닝 1실점 이후 2경기 연속 6이닝 무자책을 기록했지만 1승 1패로 승운이 없었다. 그리고 2013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3경기 연속 패전을 당했다. 이 3경기 성적은 4이닝 7실점, 6.2이닝 8실점 그리고 6이닝 3실점인데, 특히 2014년의 2경기의 경우 6회까지 잘 던지다가 7회 성적만 봤을 때 0.2이닝 9실점이었다.

2015년 2경기에서는 6.2이닝 3실점과 7이닝 1실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2016년에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다소 부진했으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6차전에서 5이닝 4자책으로 일리미네이션 게임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2017년 포스트 시즌에서는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점점 잘 던지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월드 시리즈 1차전에서는 홈런 하나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탈삼진을 11개나 잡을 정도로 완벽한 피칭을 보였다. 그러나 월드 시리즈 5차전에서 집중 공략을 당하며 4.2이닝 6실점 패전을 당했고, 결국 7차전 구원 등판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패배를 막진 못했다.

커쇼가 정규 시즌 최고의 투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유는 이렇듯 포스트 시즌에서 정규 시즌만큼의 임팩트를 보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커쇼가 포스트 시즌에서도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통산 포스트 시즌 16경기 3완투 8승 3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11) 같은 임팩트를 가졌다면, 커쇼가 부상을 달고 있더라도 FA 시장에서 가치가 크게 떨어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류현진 팀 내 WAR 5위, 회복 후 호투하면 좋은 계약 이끌어 낼 가능성 보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FA 시장에서 커쇼가 다른 투수들에 비하면 훨씬 더 가치가 뛰어난 투수임은 분명하다. 모튼, 카이클, 류현진 등 A급 선발 투수들은 몇 명 있지만, 커쇼를 제외하면 특급 투수들이 FA 시장에 나오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류현진은 6경기 등판 이후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60일 부상자 명단에 있고, 아직 롱토스 거리를 늘리는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조만간 마운드에서도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커쇼가 복귀전에서 다시 부상을 당한 것을 감안하면 다저스는 류현진의 복귀를 서두르진 않을 것이다.

류현진이 부상에서 복귀하면 일단 선발 등판 기회를 꾸준히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6월 4일까지 1.2로 팀내 5위에 올라 있다. 이 부문 1위 크리스 테일러의 WAR가 2.1이고, 2위 로스 스트리플링은 1.8, 3위 맷 켐프가 1.7, 그리고 4위 커쇼의 WAR가 1.3이다.

류현진이 일단 건강하게 등판하면 다저스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 비록 타선의 득점은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2경기 연속 부진하는 일이 거의 없는 류현진의 꾸준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감안하면 타선의 빈타 혹은 불펜의 대형 방화만 아니면 승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 시즌 류현진이 6경기에서 거둔 승패는 3승 무패(29.2이닝 평균 자책점 2.12 36탈삼진)로 본인의 책임으로 인한 패전은 없었다.

일단 현지 언론에서 류현진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FA 자격을 앞둔 류현진으로서는 좋은 흐름이다. 류현진이 건강하게 돌아와서 큰 부진에 빠지지만 않으면 FA 시장에서 류현진에게 오퍼를 신청할 팀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류현진이 올해 FA 틈새시장을 어떤 식으로 공략하게 될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활 프로그램을 어떻게 충실히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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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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