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17년 9월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 1차지명된 최채흥(한양대)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17년 9월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 라이온즈 1차지명된 최채흥(한양대)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이 4연승의 상승세를 타며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12안타를 터트리며 6-4로 승리했다.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린 삼성은 8위 KT위즈에 1.5경기 앞선 단독 7위를 유지하며 5위 KIA타이거즈를 한 경기 차이로 추격했다(27승31패).

3회 역전 2루타를 터트린 구자욱이 2안타 3타점을 몰아쳤고 리드오프 박해민이 2안타 2타점 1득점, 김헌곤이 3안타 경기를 펼쳤다. 삼성은 '되는 집안'답게 이날도 마운드에서 또 한 명의 유망한 신인 투수를 발굴했다. 프로 데뷔 2경기 만에 선발승으로 데뷔 첫 승을 챙긴 대졸루키 최채흥이 그 주인공이다.

고졸 신인들에게 잠식돼 존재감 작아진 대졸 선수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 과정을 마친 선수들이었다. 심지어 1982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실업 야구에서 뛰며 프로 진출을 늦춘 선수들도 있었다. 고 최동원과 김재박, 송진우, 조계현 등이 대표적이다(당시만 해도 국제대회에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부터 임선동, 고 조성민,박재홍 같은 고등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2년 염종석과 정민철, 1994년 김재현과 주형광이라는 걸출한 고졸루키가 프로 무대에서 형님들을 압도하는 활약을 펼치며 고졸 선수들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는 2000년부터 연고지 고졸 우선지명을 폐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특급 유망주들의 프로 직행 사례가 점점 늘었기 때문이다.

고졸 우선 지명이 폐지된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현재 KBO리그는 고졸 선수들이 리그를 장악하고 있다.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는 것이 기량 향상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아무래도 또래보다 4년 늦게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은 FA 취득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야구는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하위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4년 후를 기약하기 위해 선택하는 곳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유난히 좋은 신인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노른자위는 대부분 고졸 선수들이 차지했다. 계약금 6억 원의 안우진(넥센 히어로즈)와 4억5000만 원의 강백호(KT)는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신인들이다. 하지만 대구, 경북을 연고로 하고 있는 삼성에서는 2016년의 최충연 같은 확실한 특급 유망주가 없었다. 

결국 삼성은 대졸 선수로 눈을 돌렸고 마침 대구 상원고 출신으로 한양대 진학 후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대학야구 최고의 좌완투수로 성장한 유망주를 발견했다. 고교 시절에는 고교야구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26개)을 세운 이수민에 밀려 야수로 활약하다가 대학 진학 후 투수에 전념하면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최채흥이었다.

안정된 제구력과 두둑한 배짱으로 프로 데뷔 첫 선발승

지난 몇 년 동안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대졸 투수를 선발했다가 성공을 거둔 팀은 거의 없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로 참가하고 병역 혜택까지 받았던 홍성무(KT)는 아직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리지 못했고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최동현(두산 베어스)도 아직 프로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따라서 최채흥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썩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시범경기에서도 등판하지 못한 최채흥은 당연히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양창섭,강백호,곽빈(두산) 등 고졸 신인들의 활약을 부럽게 바라봐야 했다. 하지만 최채흥은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약,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2승 평균자책점 1.80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최채흥은 지난 5월 1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선발로 등판하며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넥센은 이정후, 서건창, 김하성, 박병호 등 주전 대부분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채흥은 프로 데뷔전에서 넥센의 1.5군급 선수들에게 3.2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았다. 그렇게 난타를 당했음에도 자책점이 1점이었던 게 용하게 느껴졌을 정도.

첫 등판 후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던 최채흥은 2일 NC전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었고 이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최채흥은 2회와 4회 NC의 간판타자 자비어 스크럭스와 나성범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5이닝 동안 4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NC 타선을 막아내며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최고 구속 143km로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 배짱 있는 투구로 선발 투수로 역할을 다 했다.

올해 삼성은 백정현이 선발 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베테랑 장원삼도 5번의 등판에서 3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여기에 루키 최채흥까지 선발 투수로 활약해 준다면 삼성은 상당히 매력적인 좌완 선발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발음하기 다소 어려운 이름(여전히 최재흥으로 잘 못 표기되는 경우도 많다)을 가진 루키 최채흥이 시즌 초반 양창섭에 이어 삼성 마운드의 신형 엔진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 대졸신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