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탠바이, 웬디> 포스터

영화 <스탠바이, 웬디> 포스터 ⓒ 판씨네마(주)


가족과 떨어져 발달 장애인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는 자폐증 소녀 웬디(다코타 패닝)의 일과는 시간표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다. 그녀는 요일별로 정해진 색의 옷을 입을 만큼 정해진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그런 웬디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저녁 6시, <스타 트렉>을 시청하는 시간이다.

<스타 트렉>에 관해서라면 A부터 Z까지 모르는 것이 없는 그녀는 <스타 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할 시나리오를 집필한다. 집필한 시나리오는 모두 427페이지. 웬디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나리오를 통째로 외우고 있을 정도다. 그럴 만큼 그녀에게 시나리오 집필은 <스타 트렉> 팬으로서도, 하나의 인간으로서도 중요한 도전이다. 하지만 공모전 마감 기한에 맞춰 준비했던 웬디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들고 LA에 있는 파라마운트 픽쳐스에 직접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600km의 여정. 보통의 성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웬디에게 이 여정은 일생일대의 일탈이자 모험이다. 그녀가 겪는 불안과 장애가 어느 정도인지 보통의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녀의 겁먹은 표정과 불안한 호흡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감정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웬디는 통제력을 잃고 무너져 버린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보호소의 멘토 스코티(토니 콜렛)가 알려준 대로 "스탠바이"를 외치며 이탈한 감정의 궤도를 재정비하는 훈련을 한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아갈 용기'에 대한 영화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한 장면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웬디가 남들과 자신의 다른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 차이를 보인다(그녀가 애초에 <스타 트렉>에 빠지게 된 것도 반은 인간이고 반은 외계인인 '스팍'이라는 캐릭터에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웬디에게 최선의 방법은 예외의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으로 시간표대로 생활하고, 해도 될 일과 안 되는 일을 메모해서 숙지하는 등 스스로를 통제하는 훈련을 해나간다.

웬디는 <스타 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이 '그녀가 보호소를 떠나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을 만큼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오드리는 웬디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 웬디의 간절함은 오드리의 죄책감으로, 다시 웬디의 절망감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결국 웬디의 간절함은 절망감과 두려움을 이기고 과감하게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LA로 향하는 웬디의 여정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녀의 약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친절을 베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자폐증에 걸린 사람들을 이해 못 하는 것 이상으로 자폐증에 걸린 사람들 또한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웬디를 통해 알 수 있다. <스탠 바이, 웬디>는 자폐증이라는 장애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을 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장애인 본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고민에 공감이 가도록 드라마 구성은 잘 되어 있다.

불안과 혼돈 속에서 웬디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결국 스스로를 전진시키는 힘은 자기 안에 있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최선의 노력을 했을 때, 노력이 주는 만족은 웬디를 성숙시킨다. 그리고 그녀의 여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용기를 얻는다.

<스탠 바이, 웬디>는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꿈으로 향하는 길이 장애물로 막혔을 때, 잠시 주춤하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용기에 대한 영화다.

영화 <스탠 바이, 웬디>는 오는 30일 개봉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탠바이 웬디 다코타 패닝 자폐증 스타트렉 시나리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