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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게임회사에서 여성직원이 한국여성민우회의 SNS를 팔로우했다는 이유로 회사대표와 면담을 하고 그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성직원은 본인이 왜 여성단체를 팔로우했는지, 페미니즘과 젠더이슈에 관심이 없음을 구구절절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게임업계의 '페미사냥'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에 만연한 여성혐오 광풍 속에서 게임업계 직원들, 특히 여성직원들은 숨죽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가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 관해 '사상검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사 대표는 공지 글에서 원화가에게 '왜 트위터에서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계정을 팔로우했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게임 유저들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SNS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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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게임즈의 RPG 게임 '소울워커'의 역주행은 게임업계의 화제 중 하나다. 3월 초까지는 인기 순위 150위권 밖에 있던 게임이 3월 중반부터 상승을 시작해 4월에는 10위권으로 도약했다. 현재까지도 20위권에 안착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인벤 온라인게임 순위 기준).

이유는 게임 내 외주 일러스트레이터 두 명이 소위 '페미니즘 관련 트윗'을 리트윗(인용)했다는 지적에 대한 발 빠른 대응 때문이었다. 논란이 일어난 지 하루만에 소울워커 측은 해당 일러스트를 교체하겠다고 발표했고,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사전 검수"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소울워커의 대응에 호평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소울워커'를 검색어 1위로 만들어주는 등 적극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나딕게임즈의 '클로저스'도 2016년 '메갈리아 티셔츠' 이슈 당시 빠르게 대처해서 유저가 증가한 경우다. 신규 캐릭터 티나의 성우를 맡은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 페이지 후원 티셔츠를 입고 인증한 것이 알려지자, 바로 성우를 교체한 것이다. 당시 부당 해고 논란이 일면서 게임 유통사인 넥슨까지 큰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이 일어난 7월 이후 게임 순위는 40위권에서 20위권으로 급등했다.

현재의 페미니즘 흐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논객 박가분씨는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를 뒤집은) "반 메갈은 돈이 된다"는 구호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여성계에서 게임 업계의 '메갈 색출'을 비판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비자 운동 형태를 띈 사상검증

 게임 <소울워커>
 최근 게임 '소울워커'의 역주행은 게임업계의 큰 화제였다.
ⓒ 소울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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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남성 게임 유저들의 '페미니즘 마녀사냥'은 단순한 항의를 넘어서 소비자 운동 형태를 띠고 있다. 유저들은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한 원화가나 게임 회사 직원을 찾아내고, 리트윗한 글의 내용을 비롯해 어떤 계정을 구독하는지까지 검토한다. 해고 등 이들이 문제 삼는 인물에 대한 조치를 빨리 취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게임을) 떠나겠다"고 압박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지적한 인물을 자르지 않거나 미온적인 대응을 하면 속칭 '메갈 묻은 게임'으로 지칭해 끊임없이 공격한다. 반면 그들이 원하는대로 관련 인물을 계약 해지하고, 그가 제작한 게임 요소를 교체할 시 '갓겜'으로 칭송받으며 유저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IMC게임즈의 대표가 '메갈'이라며 공격당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원화가에게 "여성 민우회를 왜 팔로우했냐"고 물어보는 촌극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저들이 이런 방식으로 게임회사를 쥐고 흔드는 가운데, 게임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사상의 자유를 위협받으며 언제든 해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메일, 페이스북, 디씨인사이드 갤러리, 트위터 등을 통해 (일러스트를) 내리라는 요구가 들어온다. '안 내리면 떠난다'고 하더라. '메갈 안 잘라? 그럼 우리가 돈 쓰지 말자, 그러면 악을 안 써도 알아서들 거를 거다' 이런 내용의 글도 올라온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는 ㄱ씨는 당시 분위기를 위와 같이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게임 유저들이 사실상 '전수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트위터를 많이 하니 그들의 계정을 샅샅이 살핀다는 것이다.

ㄱ씨는 유저들이 항의하면 '바로 자른다'는 것이 게임 회사의 운영방침이 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빠르게 관련 인물을 내쫓는 것이 게임 회사에 이익이 된다는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철저한 갑을 관계인 외주 일러스트레이터나 성우 같은 경우는 이전의 사례처럼 손쉽게 '교체' 당할 가능성이 높다.

현직 게임 개발자인 ㄴ씨는 "현재 게임 업계가 안 좋은 선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여성 직원 사상검증으로 논란이 된 'IMC 사태'를 보고 직원들끼리 함께 분개했고, 부당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또한 회사가 남성 유저들의 사상검증 요구에는 응답하면서, 여성 유저들의 항의에는 대응하지 않는 것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가 안 좋은 선례를 만들고 있다"... 무력감에 빠진 직원들

대체 한국 게임산업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져 있길래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7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75%)과 여성(65.5%)의 게임이용률은 약 10%포인트 차이가 나지만 그리 일방적이지만은 않다. 온라인게임 이용률은 남성이 50.4%로 26.8%인 여성보다 두배 가량 많았으나, 모바일게임 이용률은 여성이 60.3%, 남성이 59.3%로 외려 여성이 높게 집계된다.

문제는 '게임에 쓰는 비용'이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고액 결제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문제"라면서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30·40대 남성이 게임 업계를 먹여살리는 핵심층"이라고 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현재 모바일 게임 순위만 봐도 30·40대 남성 소비자 취향이 상위권에 있다"라면서 "게임회사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게임산업은 서비스업과 다를 바가 없고, 그러다보니 회사들이 이른바 '진상 손님'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줘야 하는가, (일방적인 산업구조가) 회사와 함께하는 동료 작업자와 직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충분한 명분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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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신지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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