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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마루 위 천장은 당연히 제비가 집을 짓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마루에 제비 똥이 떨어져도 한마디 나무람도 없이 걸레질하다가 집을 다 짓고 나면 제비집 밑에 판자를 대어 제비 똥이 마루에 떨어지지 않게 했습니다. 새끼가 떨어지는 일이 드물지만 새끼가 떨어지면 정말로 광목을 얇게 찢어 다리를 싸매어 집에 올려주고는 했지요.

요즈음은 시골에서도 제비집 구경하기가 힘든데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쓰면서 알게 된 송영호 선생님이 귀한 동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송 선생님의 허락이 있어 페이스북에 쓰신 글을 그대로 옮겨옵니다. 제비가 흥부네 집을 제대로 찿아온 것 같습니다만 글을 읽다 보니 송 선생님께서 본의 아니게 부인을 놀부 마누라로 만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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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마누라와 놀부 마누라'

요즘 제비가 처마 안쪽에 집을 짓고 있다. 한옥이라 출입문을 열면 겨울에 찬바람이 들어오고, 비 오는 날에는 비가 봉당까지 쳐들어와 불편을 느껴 아내의 성화로 샤시를 하려고 업자를 불러 견적을 뽑았다.

"(요즘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을 보고) 여보, 샤시는 늦 가을에 합시다. 지금 제비가 집을 짓고 있잖아. 샤시를 하면 제비 못 들어올 텐데..."

깔끔한 성격의 아내는 제비가 집을 지으며 떨어뜨린 흙과 제비가 추녀에 앉아 밤에 잠을 자는 동안 싼 똥을 싫어한다. 알아들만큼 이야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한사코 제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깔깔 웃으며) 여보, 흥부 놀부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야. 제비는 불편을 끼치거든...좀 불편해도 같이 살아야 하는 거 아냐?"

흥부 마누라는 제비를 동반자라 생각했고 놀부 마누라는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제비 문제로 가끔 언쟁하면서 흥부 마누라와 놀부 마누라를 생각해 보았다.



태그:#모이, #제비, #흥부와놀부, #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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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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