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스즈키 이치로 ⓒ EPA/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야수였던 일본인 선수 이치로 스즈키(시애틀 매리너스)가 시애틀 매리너스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4일(한국시각) 구단 발표에 의하면 이치로는 앞으로 남은 시즌 동안 선수 로스터에 들어가지 않고 구단 특별 보좌관으로 활동할 것임이 알려졌다.

올 시즌 15경기에 출전해서 44타수 9안타(타율 0.205) 9삼진 5득점을 기록한 이치로를 대신하여 로스터에 들어간 선수는 트리플A에 있던 오른손 구원투수 에릭 괴델이었다. 그러나 이날 기자 회견에서 이치로는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있었으며,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매리너스의 제리 디포토 단장 역시 남은 시즌 이치로가 로스터에 들어가지 않을 뿐, 이치로가 선수 인생을 마무리하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는 매리너스가 2019년 정규 시즌 개막전에 이치로를 깜짝 출전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매리너스는 2019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일본 도쿄 돔에서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다. 201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호주에서 개막전을 치렀듯이 해외 홍보 차원에서 열리는 이벤트로 치르는 개막전이기 때문에 다른 팀들이 스프링 캠프를 치르는 중간에 개막전이 먼저 열리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로스터는 25명이 아닌 28명을 쓸 수 있다.

프로 통합 4367안타, 피트 로즈 기록 넘어선 이치로

1973년 일본 아이치 현 출신의 이치로는 1991 NPB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41순위로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팔로스 전신)에 입단했다. 원래 투수로 입단했으나 프로에 데뷔하면서 타자로 전향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임시로 마운드에 오른 1경기를 제외하고 타자로만 뛰었다.

1992년부터 일본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치로는 1994년 NPB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200안타 기록을 세웠다(최종 210안타). 1995년에는 홈런과 볼넷을 제외한 모든 타격 부문 타이틀을 석권하며 소속 팀의 퍼시픽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1996년에는 재팬시리즈 우승에도 기여했다.

2000년에 0.387의 타율(105경기 153안타)을 기록했던 이치로는 일본 통산 0.353 타율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그리고 매리너스에 입단한 2001년 242안타 56도루 타율 0.350의 성적으로 타격 부문 3가지 타이틀을 석권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했다.

이후 이치로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200안타 기록을 세우며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로 이미지를 남겼다. 특히 2004년에는 무려 262안타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고 기록까지 달성했다. 다만 2001년을 제외하고 매리너스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만년 하위권 팀이 되는 바람에 끝내 월드 챔피언 반지와 리그 챔피언 반지는 갖지 못했다(2001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뉴욕 양키스).

매리너스의 톱타자로 활약하던 이치로는 팀의 미래를 위해 2012년 트레이드를 자청했고, 우승 가능성이 높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게 됐다. 이후 이치로는 젊은 외야수들에 비해 출전 빈도가 줄어들면서 안타 생산 속도가 감소했다.

2014년까지 양키스에서 활약한 이치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활약했다. 2016년에 0.291까지 타율을 끌어올리기도 했으나,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출전했기에 안타는 95개에 그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치로는 젊은 야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고, 2015년에는 NPB와 MLB 통합 안타 기록에서 피트 로즈의 4256안타 기록을 넘어섰다. 그리고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 단일 기록에서도 역대 30번째로 3000안타 클럽에 가입했다.

갈수록 급격해진 노쇠화, 중도 하차하게 된 2018 시즌

2018년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치로는 새로운 팀과 계약할 수 있었다. 제 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매리너스와 1년 계약한 이치로는 50대 현역을 목표로 시즌 준비에 열을 올렸으나, 애석하게도 40대 중반에 접어든 그의 몸은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치로는 외야수로 출전 기회를 얻었으나, 예전처럼 주전으로 매일 출전하지는 못했다. 결국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9개의 안타를 추가하는 데 그친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3089안타(타율 0.311), 프로 통합 4367안타의 기록에서 일단 기록 행진을 멈추게 됐다.

선수 로스터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이치로는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치로는 앞으로 선수단과 동행하며 젊은 선수들의 외야 수비, 주루, 타격 등을 조언하는 특별 보좌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경기 전 몸풀기와 타격 훈련도 선수단과 함께 하며, 전력 분석 미팅까지 참여하는 등 선수들과 클럽하우스에서 동고동락한다.

다만 이전과의 한 가지 차이 요소가 너무 크다. 그 한 가지 요소는 더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0년 시즌 막판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그랬듯이 선수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있지만 경기에 출전하지는 않고 선수들에게 조언을 하는 역할이다.

이치로의 에이전트 역시 이치로가 선수를 완전히 은퇴한 것은 아님을 밝혔다. 다음 해 새로운 팀에서 뛸 가능성도 있으며, 해외 개막전에서 확장 로스터를 쓸 수 있는 만큼 내년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참가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치로는 자신이 지팡이를 짚어야 하는 순간이 되어야 은퇴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은 높은 이치로, 3000안타가 보증 수표

이치로가 로스터에서 제외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경기는 결국 성사되지 못하게 됐다. 일본인 투타 겸업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5월 5일부터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리는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었기에, 오타니와 이치로의 투타 맞대결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와 이치로의 맞대결은 불발되었고, 대신 통산 2999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알버트 푸홀스가 이치로의 눈 앞에서 통산 3000안타에 도전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푸홀스는 이치로와 같은 2001년부터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하여 신인상을 수상했고, 두 선수 모두 2010년까지 꾸준한 타격 성적을 올리며 정상급 선수로 활약한 점이 있었다.

푸홀스가 매리너스와의 원정 시리즈에서 3000안타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푸홀스보다 많은 안타를 기록한 사람은 총 31명이다. 역대 32번째로 3000안타를 달성하게 된다면 이미 620홈런(역대 7위)을 기록한 푸홀스 역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3000안타를 넘긴 선수 중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는 6명인데, 이들 중 2명은 입후보 자격을 잃었으며 나머지는 아직 자격 요건이 되지 않았다. 역대 1위 피트 로즈는 신시내티 레즈 감독 시절 승부 조작 혐의로 인해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되어 명예의 전당 입후보 자격을 잃었다. 라파엘 팔메이로(3020안타 역대 27위)는 호세 칸세코의 자서전에서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폭로되었고, 입후보 자격은 박탈되지 않았지만 일정 득표율을 넘기지 못하며 자격을 잃었다.

역대 6위 데릭 지터(현 마이애미 말린스 구단 사장, 3465안타)는 2014년까지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2020년에 진행되는 투표부터 입후보할 수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3115안타 역대 19위, 696홈런 역대 4위) 역시 2016년까지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2022년 투표부터 입후보가 가능하지만, 금지 약물 이력이 2번이나 있는 까닭에 입성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

나머지 2명은 이치로와 애드리안 벨트레(텍사스 레인저스)이다. 역대 21위 기록의 이치로는 더 이상 선수로 뛰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2024년 투표에 입후보할 수 있고, 3075안타로 역대 22위를 기록하고 있는 벨트레는 아직까지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벨트레는 올 시즌 27안타를 추가했으며, 현재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물론 이치로가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 성적과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선수 복귀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치로는 좋아하는 팀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생각으로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는데, 이 구단의 제안이라는 것이 선수보다는 다른 역할이었던 것임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은퇴라고 볼 수도 있다.

어쨌든 타격에 있어서 완벽한 타자 중 한 명이었던 이치로도 결국 나이로 인한 무게는 견디지 못했다. 역사의 한 순간이 이렇게 흐르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타자가 더 이상 선수로서 경기에 나서지 않게 됐다.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게 될 이치로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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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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