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최강자는 단연 필리스였다. 2008 시즌 우승을 차지하였던 필리스는 2009년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11년에는 로이 할러데이, 클리프 리, 콜 해멀스, 로이 오스왈트라는 판타스틱4 투수진과 지미 롤린스, 체이스 어틀리, 라이언 하워드 등 호화 타선을 앞세워 정규리그 102승의 대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랬던 필라델피아는 2011년을 끝으로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내리막 길을 걷게 된다. 지난 5년간 단 1번도 75승 이상을 거둔 시즌이 없었던 필라델피아는 매년 거의 최하위 혹은 바로 그 위에 자리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계약 기간이 대부분 정리되었고, 괴물 신인 라스 호스킨스가 등장하면서 상위권 도약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2017 시즌을 66승 96패,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상당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한 해였다.

그리고 필라델피아는 겨울 FA 시장을 알차게 보내며 이번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먼저 지난 시즌 휴스턴과 다저스를 보며 불펜의 중요성을 알게 된 필라델피아 경영진은 템파베이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던 토미 헌터를 2년 1800만 달러에 계약했고, 2017 시즌 놀라운 활약을 펼쳤던 투수 펫 네섹을 2년 1625만 달러에 잡는다.

그리고 팀 타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카를로스 산타나를 3년 6000만 달러에 영입하며 승부수를 띄웠고, FA 시장이 거의 끝나갈 때 쯤 다르빗슈 유와 함께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로 꼽혔던 제이크 아리에타를 3년 7500만달러라는 비교적 싼 값에 영입하며 방점을 찍었다.

예상보다 더 강한 시즌 초반

필라델피아는 굉장히 좋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27경기를 치른 30일까지 16승 11패로 애틀란타와 함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에 마크하고 있다. 1위 뉴욕 메츠와는 불과 1게임 반 게임 차이다. 당초 5할 승률만 기록해도 만족할 만한 성적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기대를 뛰어 넘는 성적이다.

필라델피아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에 있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10위를 기록했던 투수진은 이번 시즌 3.32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4위에 위치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마운드를 이끄는 선수는 바로 FA로 영입된 제이크 아리에타다. 지난 3년간 시카고 컵스에서 54승 24패 탈삼진 589개를 기록하며 사이영상까지 수상했던 아리에타는 구속 저하의 이유로 FA 대박을 터트리진 못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아리에타는 이번 시즌 완벽한 반등을 보여주고 있다. 3마일 가까이 떨어졌던 패스트볼 구속이 다시 1마일 이상 상승하면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아리에타의 패스트볼, 싱커볼 평균 구속

2015 = 95.1마일, 95.3마일
2016 = 94.2마일, 94.5마일
2017 = 92.1마일, 92.2마일
2018 = 93.5마일, 92.5마일

아리에타의 뒤를 잇는 애런 놀라의 성장세도 무섭다. 지난 시즌 12승 11패 3.5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필리스 마운드의 핵심으로 올라섰던 놀라는 이번 시즌 3승 1패 2.5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패스트볼 구속은 92.2마일로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느리지만, 커브를 잘 활용하며 뛰어난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놀라와 동갑내기인 닉 피베타의 활약도 무섭다. 지난 시즌 8승 10패 6.02의 평균자책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보냈던 피베타는 이번 시즌 6경기 출전하여 1승 1패 3.27의 평균자책점을 보이고 있다. 구속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지만 경험이 더해지며 상당히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불펜진도 최근 힘을 내기 시작했다. 팀의 마무리 헥터 네리스는 1승 1패 5세이브 3.2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7경기에서 1.2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점점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3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라모스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12경기에 출전하여 1승 무패 0.77의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토미 헌터도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고, 루이스 가르시아도 최근 7경기에서 1실점만을 허용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선전을 이끌었던 필라델피아 타선은 올 시즌 더 강해졌다. 30일까지 팀 타율 0.268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1위에 위치하고 있을 만큼 위력은 상당하다.

이러한 막강한 타선을 이끄는 선수는 2년차 신인 라스 호스킨스와 특급 중견수로 성장한 오두발 에레라다. 3,4번 타순에 자리를 잡은 두 선수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먼저 팀의 3번 타자로 출전하는 에레라는 0.337의 타율에 3홈런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내셔널리그 3위에 올라와 있으며, 팬그래프 닷컴 기준으로 WAR 1.4를 기록하며 6위에 위치하고 있다.

에레라 뒤에 나오는 호스킨스의 위력도 대단하다. 선구안과 장타력을 모두 갖춘 호스킨스는 0.318의 타율에 4홈런 1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4위, 타점 7위, 출루율 1위를 기록하며 자신에게는 2년차 징크스 따위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시즌 클리블랜드에서 팀을 옮긴 산타나는 아직까지는 내셔널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클럽하우스의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으며, 필라델피아의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주고 있다.

어디까지 올라갈까?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필라델피아이지만, 필라델피아 팬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먼저 FA 시장에서 영입했던 불펜 투수 펫 네섹이 곧 돌아온다. 지난 시즌 71경기 5승 3패 1.59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던 베테랑 불펜 네섹은 현재 어깨 부상으로 이번 시즌 단 1경기도 등판하지 않은 상태이다. 네섹의 복귀는 필라델피아 불펜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산타나도 아직까지 터지지 않고 있다. 데뷔 이후 매년 0.350 이상의 출루율, 20개 언저리의 홈런을 기록했던 산타나는 내셔널리그로 옮긴 이후 0.160의 타율에 2홈런 11타점으로 부진하고 있다. 지난 8년간 꾸준함을 보여왔고, 출루율 만큼은 확실한 장점이 있는 베테랑 선수이기에 이내 곧 부활하여 자신의 몫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필라델피아에도 순위가 하락될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 번째로 지목되는 점은 바로 감독 게이브 케플러의 경험이다. 케플러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필라델피아 지휘봉을 잡았다. LA 다저스 팜 디렉터 출신으로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케플러는 아직까지 경기 운영 능력에서 미숙한 점을 노출하고 있다.

또한 필라델피아 선수들이 대부분 어린 연령층의 선수들이기에 연패의 흐름을 탈 경우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팀을 이끄는 에레라, 호스킨스, 놀라, 피베타 등은 모두 20대 선수들이다. 이러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산타나와 네섹, 아리에타 같은 경험 많은 선수들을 데려왔으나, 이들이 팀을 완벽하게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 번째는 외부적인 요소이다. 바로 워싱턴 내셔널스가 언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독보적으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자리를 지켰던 워싱턴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니엘 머피, 앤서니 렌던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충분히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저력이 있다.

개막 후 한 달 동안 필라델피아가 보여준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과연 필라델피아의 성적이 유지되면서 오랜만에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해외야구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호스킨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