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율.

배우 권율이 코미디 영화 <챔피언>에 도전했다. ⓒ 사람엔터테인먼트


팔씨름을 소재로 한 영화 <챔피언>은 가족 코미디 영화를 표방한다. 마동석이 어렸을 적 미국으로 입양된 마크 역으로 극 중 애잔한 드라마를 맡았다면, 그의 매니저이자 유학파 청년 진기 역의 권율은 코미디를 담당했다. 전작들에서 로맨스, 스릴러 등 여러 장르에 도전했던 그에게 분명 코미디는 도전이었다.

영화는 연고 없는 두 청년과 일찍이 남편을 사고로 읽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수진(한예리)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따지면 남인 이들이 팔씨름을 통해 엮이게 되면서 유사가족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렸다.

권율은 투수, 마동석은 포수

타지에서 동양인으로 겪은 차별과 멸시를 뒤로하고 고국에 돌아온 마크와 가세가 기울어 유학 생활을 지속할 수 없었던 진기. 하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팔씨름 선수였던 마크는 재기를 꿈꾸고, 집안의 빚을 떠안게 된 진기는 그런 마크를 이용해 한 몫을 챙기려 한다. 처음엔 이기심이었지만 마크와 수진을 만나며 꿈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진기의 성장 또한 영화의 포인트다.

"마동석 형과는 <비스티 보이즈>에서 이미 인연이 있어서 친해지는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물론 첫 촬영 땐 어색할 수 있었는데 워낙 편하게 대해주셨다. 형이 저보고 '넌 투수고, 난 포수야'라고 하셨다. 어떻게 던지든 받으시겠다더라. 제 캐릭터가 영화에선 수진과 마크의 정서가 잘 드러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사 톤과 걸음걸이부터 하나씩 만들어갔다. 평소 모습보다 좀 더 경쾌하고 오버스럽게 말이다."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코미디 연기에 대해 권율은 "찰나에 벌어지는 미묘한 느낌이 중요하기에 어려웠다"면서 "내심 코미디 연기를 잘 해내시는 동료, 선배분들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의 진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에 그는 "동석 형과 많이 상의해서 가능했다"며 말을 이었다. 

"10년 전과 지금의 형은 달라진 게 없다. 더 넓게 품어주신다. 조연이냐 주연이냐를 떠나서 형은 사람 자체로 존재감이 크다. 워낙 성실하고 부지런하신 만큼 저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았다. 이번 영화에선 실제로 형이 미국 생활 경험이 있고, 마크 캐릭터에 실제 본인 이야기가 녹아있는 만큼 여러 조언을 구했다. '커몬, 브로~' 이런 대사도 '커몬, 형' 이라고 한다더라." 

유쾌해 보이지만 진기가 처한 상황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포부에 찬 30대 초반이지만 유학길을 포기해야 했고, 한국에 돌아온 후로도 이렇다 할 취업 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한다. 시나리오에 없지만 권율은 이런 캐릭터의 특징을 고려해 스스로 전사를 만들며 준비했다.

"전사를 자세하게 만들었다. 미국 유학 당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다가 마크와 친해지면서 클럽도 다니고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마크와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된 것이지. 그러다 가세가 기울어 한국에 왔고, 당장 취업은 안 되는 상황에 우연히 팔씨름 도박을 보게 돼서 마크에게 접근한 것이다. 친구들도 모른 척하고 결국 진기는 삶의 목표가 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격지심으로 가득 찬 인물로 설정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겪는다."

 배우 권율.

ⓒ 사람엔터테인먼트


가족의 재정의

인터뷰 중 권율은 영화의 소재인 팔씨름의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본인 역시 "그저 예능 프로에 나온 것 말고는 크게 아는 바가 없었다"면서 "이 스포츠가 단순히 힘의 강약으로 판명 나는 게 아니라 기술과 심리 싸움이 필요한 운동이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말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였다. 의외성이 있을 때 스포츠는 재밌잖나. 약체가 강팀을 깰 때의 묘미 같은 것. 팔씨름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심리전으로 인해 승패가 뒤바뀔 수도 있고. 아, 현장에서 실제로 팔씨름을 해보진 않았다. 동석이 형과는 감히 그럴 수 없었다. 혹시 동석이 형 손을 잡아 보셨나? (웃음)."

이 영화 주제인 가족에 대해 물었다. 등장인물 모두가 혈연으로 이뤄진 사이가 아님에도 누구보다 끈끈해진다. 유사가족이 혈연 중심의 가족보다 더 따뜻하게 그려진다는 게 흥미로운 지점이다. 권율 역시 이 부분에 말을 보탰다.

"아무리 혈연 가족이라고 더 깊게 알거나 긴밀한 건 아닌 것 같다. 서로 의지하고 속내를 깊이 나눌 수 있다면 누구든 함께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그런 사람을 한 명만 만나도 기적인 것 같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배우 권율.

ⓒ 사람엔터테인먼트


어쩌면 진기의 모습 일부가 실제 권율이 걸어온 길에 담겨 있진 않을까. 1982년생인 그는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 직전까지 꽤 긴 공백 기간을 가졌다. "열심히 준비해도 배우는 선택받지 못하면 연기를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알았고, 그런 기간이 꽤 길었다"면서 권율은 "돌아보면 그 시간이 든든한 재산 같은 느낌"이라 말했다.

"물론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힘들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견고하고 배우 일을 할 수 있게 한 힘이 됐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보신 영화 <명량>에 출연하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때 만약 제가 섣불리 어떤 도움을 구했다면 지금 더욱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매를 흠뻑 맞고 지금에 왔다는 생각이다. 물론 또 매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한 번도 연기 외에 다른 걸 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기는 제 천직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도 낙담하지 마시고, 그런 공백이 큰 거름이 된다는 걸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저도 여전히 도전하는 중이니까 같이 도전해주셨으면 좋겠다."

권율 마동석 한예리 챔피언 팔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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