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봄 프로농구 자유계약(FA) 시즌이 돌아왔다. KBL은 23일 최진수 문태종(이상 오리온), 조성민(LG) 등 FA 자격을 얻는 4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FA시장은 약간은 심심한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오세근(KGC), 이정현(KCC), 박찬희(전자랜드), 김동욱(오리온) 등 몸값이 5~6억 원대에 이르는 거물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온 것에 비하면 올해는 사실상 이렇다 할 대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KBL은 한 구단이 보수 순위 30위 이내 만 35세 미만에 해당하는 선수를 FA로 영입할 경우, 기존 구단에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FA를 영입한 구단은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4명 외)과 지난 시즌 보수의 50% 혹은 지난 시즌 보수의 200%를 상대 구단에 내줘야 한다.

젊고 활용가치 높은 최진수, 보상 규정이 발목 잡나

 2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 경기에서 고양 최진수가 점프슛하고 있다.

2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 경기에서 고양 최진수가 점프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FA 시장에서 보상 규정이 적용되는 선수는 최진수가 유일하다. 지난 시즌까지 고양 오리온에서 활약했던 최진수는 2017-2018 시즌 정규 리그 50경기에서 평균 11.8점 3.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BL 통산 성적은 6시즌 동안 10.4점, 3.8리바운드, 1.3어시스트다. 203cm의 장신임에도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한 포워드로 공수 양면에서 모두 전술적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 나이도 아직 28세로 한창 활약할 수 있다.

하지만 최진수는 작년의 오세근이나 이정현처럼 영입만으로 팀 전력을 바꿀 수 있는 대어급 선수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아마추어 시절의 잠재력에 비하면 프로에 와서는 확실한 포지션 경쟁력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어정쩡한 '트위너'에 머문 아쉬운 케이스로 평가 받는다.

2016-2017 시즌까지만 해도 최진수는 고양의 두터운 장신 포워드진 속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난해 이승현이 입대하고 김동욱이 이적하며 팀이 리빌딩에 접어들자 최진수는 출전시간이 급등하며 주전으로 올라섰고 기록도 향상됐다. 하지만 팀은 8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장신 포워드의 전술적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프로농구에서 최진수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만만치 않은 보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할만한 선수인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최진수를 제외하면 이번 FA시장에서 비교적 이름있는 선수들은 모두 35세 이상의 노장들이다. 현역 최고령 선수인 문태종(고양 오리온)을 비롯하여 전태풍-이현민(이상 전주 KCC), 조성민(창원 LG) 등이 그나마 주목받을만한 선수들이다. 즉시 전력감을 원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보상규정 없이 영입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기량적인 측면에서는 대부분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선수도 있고 대부분은 팀 잔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FA 시장 최대어 조성민, 최고령 문태종도 있지만

 7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와 안양 KGC의 경기. LG 조성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7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LG 세이커스와 안양 KGC의 경기. LG 조성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출신 슈터 조성민의 부활 여부는 이번 FA 시장의 또 다른 관건이다. 조성민은 35세 이상 선수로서는 이번 FA시장의 최대어로 평가받는다. 201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슈터로 활약했던 조성민은 부산 KT에서 활약하다가 2016-2017 시즌 창원 LG로 트레이드 됐다. 김종규-김시래 등과 함께 창원의 '빅3'로 기대를 모았으나 창원과의 궁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첫해에는 부상에 시달렸고 지난 시즌에는 현주엽 감독의 전술과 어우러지지 못하며 중요한 순간에 기용되지 못했다.

조성민은 2017-2018 시즌 경기당 7.6점에 그치며 9년 만에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했다. 프로 데뷔 첫해를 제외하면 최악의 개인 성적이었다. 창원은 지난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조성민 영입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조성민은 지난 시즌 4년 만에 50경기나 출장하며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부상과 내구성 문제에 대한 걱정은 다소 덜어냈다. 최근 몇 년간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정교한 3점슛 능력과 클러치 상황에서의 결정력은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조성민을 능가하는 슈터가 보이지 않는 창원이나, 확실한 토종 득점 자원을 원하는 팀에서 조성민을 필요로 할만하다.

최고령 선수 문태종이 과연 현역 생활을 다시 한번 연장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2010년 인천 전자랜드를 통하여 한국 무대에 진출한 문태종은 창원 LG-고양 오리온을 거치며 총 8시즌을 활약했고 경기당 12.6점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41경기에서 7.6점, 3.5리바운드, 3점슛 32.7%를 기록하며 승부처에서 여전한 한방을 보여줬다.

1975년 12월에 태어난 문태종은 이창수(41세 8개월)과 아이라 클라크(41세 9개월)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국인 역대 최고령 선수 기록을 모두 경신하며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만 42세 선수가 됐다. KBL에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30대 중반에 진출했음에도 벌써 전설이라고 불릴만한 업적을 쌓은 문태종에게 이번 FA시장을 통하여 선수생활의 마지막 팀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유계약 선수와 원소속 구단 간 계약 협상은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며 협상이 결렬된 선수들은 16일부터 전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다. 원소속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은 21일까지 자유계약 선수에 대한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가 접수된 선수는 이적 첫해 연봉 최고액 기준으로 90%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구단 중 선택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만일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 의향서가 접수되지 않은 선수는 다시 원소속 구단과 재협상을 한다. 예년에 비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번 FA시장에서 의외의 이슈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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