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은범 역투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3회 말 한화 두번째 투수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9

▲ 한화 송은범 역투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3회 말 한화 두번째 투수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9 ⓒ 연합뉴스


오랜만의 봄날을 만끽하던 한화 이글스에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1-10으로 대패했다. 지난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에 5-2로 승리한 이후 5연패다. '5승 1패'의 상승세는 한바탕 신기루였을까. 이후 찾아온 5연패는 한화를 냉정한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했다. 일주일 만에 순위는 3위에서 7위로 급락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초반 상승세에 고무돼 무리하게 팀 운용을 한 게 오히려 화를 부른 걸까. 5연패 중 4패가 역전패였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시즌 초반 상승세의 버팀목이었던 마운드가 무너지며 뒷심 부족을 드러낸 게 뼈 아팠다.

근본적인 원인은 선발의 부진으로 인한 불펜 과부하다. 24경기를 치른 현재, 한화는 선발투수가 소화한 이닝이 114이닝으로 롯데 자이언츠 다음으로 적다. 선발 평균 자책점은 6.77로 리그 최하위다. 반면 불펜 소화이닝은 벌써 96.2이닝으로 리그 1위다. 언뜻 보면 전임 김성근 감독 시절 때와 달라진 게 없는 기록이다.

'믿을맨' 송은범의 과부하, 무리한 욕심 때문에?

한용덕 감독의 투수 운영이 김성근 전 감독과 있다면 권혁, 박정진 등 주력 불펜투수들이 없는 상황에서도 여러 명의 투수가 최대한 고르게 등판하며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롱릴리프로 변신한 송은범은 실질적인 '불펜 에이스'로 시즌 초반 한화의 상승세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그러나 5연패 동안에는 송은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오히려 악수가 됐다. 송은범은 3경기에 등판했지만 3.2이닝 동안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홀로 2패를 떠안았다.

지난 21일 넥센전에서 3-4로 역전패 당한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선발로 나온 우완 사이드암 김재영은 5회까지 단 2안타 1볼넷만 허용하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6회 초 들어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자 한용덕 감독은 김재영의 투구수가 80구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강판 시키고 송은범을 마운드에 올렸다. 

송은범은 이날 최근 10일 중 5경기째 등판이었다. 구위가 떨어진 송은범은 김재영이 남긴 주자 두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럼에도 1점 차로 리드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송은범은 7회에 이어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 수가 늘어난 송은범은 1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끝내 동점을 내주고 나서야 뒤늦게 박상원으로 교체됐다. 송은범의 투구수는 무려 44개였다. 이날 한화는 끝내 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감독의 무리한 과욕이 선수와 팀 모두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투수 교체는 결과론이다. 그러나 보통 한용덕 감독은 비슷한 상황에서 김재영을 좀 더 끌고 가거나 아니면 원포인트 릴리프에 적합한 투수 교체를 선택해 왔다. 한용덕 감독이 이날 무리하게 송은범을 선택한 데는 그만큼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불펜 과부하 막기 위해선 선발진의 안정이 시급

박수치는 한용덕 감독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때 양성우의 2루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 박수치는 한용덕 감독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2사 때 양성우의 2루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한화의 마무리인 정우람은 지난 17일 두산전 세이브를 끝으로 지난 5경기에서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정우람은 올 시즌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철저하게 세이브 상황에서 1이닝 마무리로만 기용되고 있다. 정우람은 9경기에 등판해 6세이브를 올릴 동안 8이닝 만을 소화했다. 반면 송은범은 12경기에서 무려 19.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초반에는 롱릴리프였지만 최근 들어 셋업맨에 가깝게 기용된다. 등판간격도 짧아졌다. 불과 지난해까지 선발로 활약했던 송은범에게 무리한 불펜 활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현재 한화 마운드 사정상 송은범이 무너지면 허리진은 대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펜의 안정을 위해서는 먼저 선발진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한화 선발진에서 그나마 최다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가 각각 5경기에 등판하여 고작 25.2이닝씩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샘슨의 자책점은 5.61, 휠러는 7.01이나 된다. 최근 등판에서 약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닝이터' 역할을 해주는 다른 팀의 외국인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크다.

국내 선발투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화는 불펜 송은범이 3승으로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을 뿐 2승 이상을 거둔 투수조차 없다. 김재영(6.10), 배영수(7.58), 윤규진(9.00) 모두 5이닝을 버티는 것도 힘겹다. 일찌감치 외국인 투수교체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타선은 '복덩이' 제러드 호잉이 맹타를 터뜨리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아쉽다. 호잉은 지난 5연패 동안에도 타율 0.364로 나홀로 분전했지만 한화의 팀 타율은 0.261로 9위에 그쳤다. 연패 동안 한화가 기록한 팀 홈런 4개중 2개가 호잉의 몫이었다. 호잉은 17일 두산전에서 2홈런 4타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5경기에서는 더 이상 홈런이나 타점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한화의 공격력 전체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

간판타자 김태균은 부상에서 회복 후 돌아왔지만 타선에서는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은 복귀 후 4경기 15타수 3안타 타율 2할에 그치고 있다. 물론 장기레이스에서 이런 고비가 찾아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전력에 불안요소가 많았던 한화에게 시즌 초반 뜻하지 않은 연승행진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측면도 있다. 한화는 올 시즌 장기적인 리빌딩과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시즌에 돌입했다. 이번주 기아-롯데와의 6연전을 앞두고 있는 한화로서는 연패 탈출에 대한 조급증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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