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롯데와의 주중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만들고 최하위 추락을 면했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9일 부산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13안타를 터트리며 6-0으로 승리했다. 16일까지 롯데와 승차 없이 아슬아슬하게 9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은 적지에서 열린 주중 3연전에서 2승을 챙겼다. 시즌 개막 후 삼성의 첫 위닝시리즈였다(8승 14패).

2회 만루 기회에서 롯데 선발 펠릭스 듀브론트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고른 김성훈이 결승타점을 기록했고 3안타를 친 박한이를 비롯해 박해민, 김상수, 이원석, 김헌곤이 나란히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김대우가 7이닝 무실점이라는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시즌이 개막할 때만 해도 보직조차 불투명했던 김대우가 어느덧 삼성 선발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위 라운드 성공스토리, 2016 시즌 앞두고 삼성으로 트레이드

역투하는 김대우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2회말 교체 투입된 삼성 김대우가 역투하고 있다. 2016.9.4

▲ 역투하는 김대우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2회말 교체 투입된 삼성 김대우가 역투하고 있다. 2016.9.4 ⓒ 연합뉴스


서울고 3학년 시절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김대우는 당시 에이스 임태훈이 4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진출하는 것을 부럽게 지켜보다가 홍익대로 진학했다. 극단적으로 낮은 자세에서 공을 뿌리는 투구폼은 일본 프로야구의 '미스터 서브마린' 와타나베 슌스케의 영향을 받았다. 야구에서는 흔히 사이드암 투수도 '잠수함'이라 부르지만 현재 KBO리그에서 온전히 언더핸드로 공을 던지는 '진짜 잠수함 투수'는 박종훈(SK 와이번스)과 김대우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김대우는 홍익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에 가서야 넥센의 지명을 받았다(전체 67순위). 2000만 원의 적은 계약금이 말해주듯 김대우는 야구계가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김대우는 2011년 6월 4일 한화 이글스와의 1군 데뷔전에서 단 11개의 공으로 1이닝 3탈삼진을 기록하며 1군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낯설었던 언더핸드 투구폼이 타자들의 눈에 익기 시작하고 후반기엔 체력도 떨어지면서 김대우는 2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루키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9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무명의 루키 투수가 올린 성적으로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27이닝 동안 2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루키 시즌을 마치고 일찌감치 상무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친 김대우는 2014년부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넥센의 1군 멤버로 활약했다. 특히 8월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6이닝 2실점 호투로 프로 데뷔 첫승을 선발승으로 따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시즌 막판에 극도로 부진하면서 최종성적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5.50에 머물렀지만 8월까지는 3.7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넥센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팀 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진 김대우는 2015 시즌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선발 등판 1회). 한현희나 조상우 같은 필승조는 아니었지만 김대우는 팀의 불펜 투수 중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이닝(71이닝)을 던지며 시즌 6승을 챙겼다. 하지만 김대우는 1군 선수로서 야구 인생이 막 꽃 피기 시작하던 2016년 3월 채태인(롯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삼성 이적 3년 만에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

김대우는 삼성 이적 후 첫 시즌에 67경기에 등판해 6승 11홀드 평균자책점 5.05를 기록하며 삼성 불펜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갑작스런 트레이드와 팀 성적 추락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김대우는 차우찬(LG트윈스)의 이적으로 투수조장을 맡게 된 작년 시즌, 25경기 2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9.54에 그치며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올렸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혼란스러운 등판 일정이 김대우의 컨디션 조절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대우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와 정현욱 불펜 코치의 지도 속에 훈련량을 늘리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기 위해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김한수 감독은 이미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 윤성환, 우규민, 백정현으로 이어지는 선발진 구상을 마쳤다. 4선발 우규민이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그 자리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최고의 구위를 선보인 루키 양창섭이 메웠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대우는 지난 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실점(2자책)을 기록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불펜으로 등판했던 8일 SK전에서는 2이닝 2실점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발 잔류를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을 챙겼다. 그 사이 양창섭, 백정현 등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김대우의 팀 내 입지는 더욱 넓어졌다.

김대우는 19일 롯데와의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전날 삼성이 6-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7-9로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에 경기장 분위기는 롯데 쪽으로 기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대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김대우는 7이닝 동안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지며 롯데 타선을 7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이날 김대우가 던진 7이닝은 김대우의 데뷔 후 한 경기 최다이닝 기록이었다.

올 시즌 김대우는 삼성의 선발 투수 중 다승(2승)과 평균자책점(2.70) 부문 1위, 이닝 부문에서는 4위(20이닝)를 기록하고 있다(게다가 김대우는 아델만, 보니야, 윤성환보다 선발 등판 경기가 한 경기 적다). 앞으로도 이런 투구감각을 잘 유지한다면 양창섭이나 백정현, 우규민 등 기존의 선발 투수들이 복귀한다 해도 김대우가 쉽게 선발진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김대우는 올 시즌 삼성 마운드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발 투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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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김대우 언더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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