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이 올해 세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황희찬의 소속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는 창단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에 진출했다.

잘츠부르크는 유로파 리그 8강전에서 라치오(이탈리아)를 합계 스코어 6-5로 꺾은 바 있다. 잘츠부르크는 1차전에서 라치오에 2-4로 패했으나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4-1로 대승하며 기적같은 역전극을 일궈냈다. 황희찬은 2차전에서 팀의 4강행을 이끄는 세 번째 골을 작렬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사실상 황희찬의 득점이 이날의 결승골이나 마찬가지였다.

 4월 13일 오전 4시 5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아레나에서 열린 잘츠부르크와 라치오의 2017~2018시즌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경기. 잘츠부르크의 황희찬 선수가 라치오의 라모스 루이즈 필리페 선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황희찬 선수가 라치오의 라모스 루이즈 필리페 선수를 상대로 경기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황희찬은 한국인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올시즌 유럽클럽대항전까지 살아남은 선수가 됐다. 빅리그의 강팀들이 즐비한 유럽클럽대항전에서 UCL과 유로파를 통틀어 5대리그(잉글랜드,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외의 팀이 살아남은 것도 잘츠부르크가 유일하다. 잘츠부르크는 토너먼트 들어 소시에다드(스페인), 도르트문트(독일), 라치오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빅리그의 명문클럽을 줄줄이 연파하고 준결승까지 오르며 올해 유로파 최대 돌풍의 팀으로 등극했다. 잘츠부르크는 준결승 대진 추첨 결과 마르세유(프랑스)를 상대한다.

한국 선수가 유로파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던 차범근(1979-80, 87-88), 러시아 제니트에서 활약한 김동진-이호(2007-08)까지 3명이다. 황희찬은 한국인 선수로는 네 번째로 유로파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물론 아틀레티코(스페인)-아스널(잉글랜드) 등 굵직한 강호들이 버티고 있어서 우승 여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지만, 유럽 중소리그로 분류되는 오스트리아 리그팀으로서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이변이 아닐수 없다.

황희찬은 올시즌 12골 3도움을 기록하며 잘츠부르크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리그만이 아니라 강팀들이 즐비한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큰 무대에서 좀처럼 주눅들지 않는 배짱은 공격수로서 황희찬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황희찬의 활약은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신태용호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포함된 한국축구는 이번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게 사실이다. 손흥민(토트넘)-기성용(스완지시티) 정도를 제외하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부족하다. 최근 유럽파 선수들 중에서도 가장 핫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황희찬의 성장세와 경험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황희찬은 지난 3월 유럽원정 A매치에 소집되어 폴란드전에서는 골까지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비록 신태용호는 북아일랜드-폴란드에 2연패를 당하며 주춤했지만 황희찬의 경쟁력을 확인한 것은 의미있는 소득이었다. 황희찬은 다가오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최종엔트리 승선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신태용호 공격진은 현재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과 최전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파트너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황희찬은 이근호(강원)-김신욱(전북) 등과 함께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쳐야 한다. 현재로서는 황희찬이 다소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는 연계능력과 풍부한 경험이 강점이지만 신태용호에서는 골잡이로 득점이 전무하다는 게 아쉽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강력한 제공권에 비하여 느린 스피드와 단조로운 패턴이 약점이다.

황희찬은 신태용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공격수의 요건을 두루 갖춘 선수다. '황소'라는 별명에서 보듯, 황희찬은 빠른 주력과 거침없는 몸싸움이 주특기다. 최전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저돌적으로 수비를 흔들어놓고 볼이 없어도 공간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탁월하다. 신태용호의 주 전술인 4-4-2에서 손흥민과 투톱에 배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나 손흥민과는 이미 리우올림픽대표팀 시절부터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바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훨씬 검증된 조합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황희찬은 시즌 중반 부상으로 한동안 고전했지만 복귀 이후 빠른 속도로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동안 황희찬의 약점은 경험부족이었지만 올시즌 유로파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이런 우려도 불식시켜가고 있다.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황희찬이 최상의 컨디션을 이어갈 수 있다면 신태용 감독으로서도 공격진 운용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미 잘츠부르크와 유로파리그에서 맹활약을 통하여 주가를 높이고 있는 황희찬이 월드컵 무대에서도 좋은 인상을 남길수 있다면 향후 빅리그 구단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받을 기회도 열린다.

또한 월드컵이 지나면 8월에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도 기다리고 있다. 만 22세의 황희찬은 아시안게임 차출 연령대에 해당한다.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손흥민도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차출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학범 U-23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유럽파를 망라한 최상의 멤버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은 최근 유럽을 방문하여 황희찬을 포함한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을 직접 점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소속팀의 차출 동의를 얻는 것이 변수지만, 성사만 된다면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손흥민-황희찬 조합을 보게될 가능성도 있다. 만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낼 경우 황희찬 역시 병역 혜택을 얻고 유럽무대에서 앞으로 안정적인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앞으로의 3-4개월은 황희찬의 축구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기다. 손흥민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한국인 유럽파 공격수의 계보를 잇고 있는 황희찬이 유로파리그 우승-월드컵 출전-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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