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 이재학의 기세가 무섭다. 2013년 신인왕 시절의 강력했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작년의 불안했던 투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재학은 10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주중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7 2/3이닝 2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9회 NC마무리 임창민이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하면서 이재학의 호투가 빛이 바래긴 했지만 이재학의 긴이닝 투구와 개막 이후 이어지는 3연속 호투는 NC가 4연패했음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안정된 제구, 완벽한 완급조절로 KT 강타선 압도한 이재학

컨디션 좋은 NC 이재학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5회 초 NC 선발 이재학이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다. 5이닝까지 무실점했다. 2018.3.29

▲ 컨디션 좋은 NC 이재학 지난 3월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5회 초 NC 선발 이재학이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다. 5이닝까지 무실점했다. ⓒ 연합뉴스


이날 이재학은 7회까지 kt가 스코어포지션에 주자를 진루시키지 못했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유일한 옥의 티는 8회 심우준에게 맞은 투런포. 이재학은 8회에도 등판해 2사까지 잘 잡았으나 심우준에게 던진 직구가 실투가 되면서 한가운데로 몰렸다. 이 투구가 이재학의 거의 유일한 실투였다. 공교롭게도 심우준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이재학은 강판됐다. 하지만, 이재학은 이 날 7과 2/3이닝을 투구하면서 108개의 공을 던졌고, 탈삼진은 6개를 잡는 동안 5개의 안타를 허용하고 볼넷은 단 한 개만을 내주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실점한 8회를 제외하면 특별한 위기도 없었다. 2회 1사에 유한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으나 윤석민을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지었고, 5회 무사에 유한준의 땅볼타구를 박석민이 처리하지 못해 선두타자를 기분 나쁘게 출루시켰으나 뒤에 3타자를 가볍게 요리하며 위기를 탈출했다. 7회에는 1사 이후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까다로운 타자 유한준을 땅볼로 처리하고 윤석민을 삼구 삼진으로 얼어붙게 만들면서 호투를 이어갔다. 특히 3회초 박경수, 장성우, 오태곤 세타자를 KKK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이날 이재학 투구의 백미였다. 

이재학의 제구가 안정되고 직구의 위력이 살아나면서 마구에 가까운 써클 체인지업에 kt타자들의 방망이는 춤을 출 수밖에 없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까지 나왔으며 좌우 상하의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투구는 자로 잰 듯 완벽했다. 제구가 안정되다 보니 KT타자들은 빠른 타이밍에 이재학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투구수는 줄어들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SPO TV의 김재현 해설위원은 "이재학이 투구할 때 허리회전이 좋아지고 몸의 중심 이동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 타자로서 이재학의 완급조절 능력은 정말 얄미울 정도다"라고 이재학의 투구를 칭찬했다.

전직 신인왕과 올 시즌 최고 신인의 맞대결

이 경기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은 이재학 대 천재 타자 강백호의 대결이었다. 이 대결은 2013년 신인왕출신 투수와 2018년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의 대결로 경기 시작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처음 두 타석에서는 강백호가 신인의 패기를 보여줬다.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전한 강백호는 1회 첫 타석에서 이재학의 2구 체인지업을 공략해서 안타를 뽑아냈다. 2루까지 가다 나성범의 강력한 송구에 아웃되고 말았지만 자신의 타격 재능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또, 4회 두번째 타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초구 체인지업을 정확한 타이밍에 공략해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두번째 타석만에 멀티히트 완성. 하지만, 6회 세번째 타석에서는 이재학도 선배의 노렴함을 보여줬다. 2아웃 상황에 등장한 강백호는 어려운 공을 커트해 파울 타구를 날리며 8구까지 이재학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만 결국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둘의 맞대결은 이렇게 끝이 났다.

토종 에이스 이재학의 부활, NC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이재학은 시즌 3경기에 등판해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한화전에서는 6이닝 1실점을 기록했고, 삼성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더니 KT전에서는 7과 2/3이닝을 투구하면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이어가고, 올 시즌 최고 이닝 기록을 갱신했다. 올 시즌 토종 에이스 이재학의 부활은 NC의 앞으로 시즌에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이재학의 긴 이닝 소화로 불펜에 '꿀 같은 휴식'을 줄 수 있다. 이날도 임창민의 난조로 패하긴 했지만 불펜 투수로 강윤구와 임창민만이 등판했다. 지난주에 많은 등판을 이어가서 지쳐있는 김진성, 원종현, 유원상, 정수민, 배재환 등의 불펜요원들에게 휴식을 선물할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재학이 등판할 때마다 6이닝 이상을 버텨준다면 NC불펜 운영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또, 이재학이 선발투수로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준다면 조만간 장현식과 구창모가 선발진에 합류하고 선발투수로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최금강을 불펜으로 전환할 수 있어 불펜에서 쓸 수 있는 카드도 늘어날 수 있다.

둘째로, 이재학이 NC의 2선발의 역할을 해준다면 왕웨이중, 이재학, 베렛, 장현식, 구창모로 이어지는 리그 상위권의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올 시즌 새로 영입된 좌완 왕웨이중은 강력한 직구와 투심을 바탕으로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벌써부터 올해 최고의 외인 투수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베렛은 경기마다 들쑥날쑥한 투구를 하면서 6회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직구의 구위와 변화구 구사능력을 본다면 3선발로서는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NC의 미래 에이스 장현식과 구창모가 4, 5선발로서 뒤를 받친다면 어떤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선발진이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정범모와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올 시즌 가장 NC의 가장 큰 걱정은 포수 김태군의 부재였다. NC가 작년 시즌에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부쳤던 이유는 토종선발진의 붕괴였는데, 김태군이 군입대를 하면서 올 시즌에는 토종선발들이 더 흔들릴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이재학이 3경기 연속 정범모와 배터리를 이루면서 호투를 펼치며 걱정을 기우로 만들고 있다. 그럼으로써 정범모의 자신감도 상승하고, NC의 어린 국내 투수들도 정범모를 신뢰하며 경기에 임할 수 있어 NC투수진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 올 시즌 이재학의 호투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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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 이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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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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