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라이트급에서 활약중인 '쇼타임(showtime)' 앤소니 페티스(31·미국)가 다시 뛴다. 오는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있을 UFC 223 '할러웨이 vs 누르마고메도프 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매버릭' 마이클 키에사(31·미국)다. 그는 페티스와 동갑내기 파이터로 체급내 복병 중 하나로 꾸준히 활약 중인 선수다.

대회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티스는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 아니다. UFC 223대회의 관심은 온통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와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27·미국)가 펼칠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에 몰려있다.

당초 누르마고메도프와 붙기로 했던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4·미국)이 부상으로 아웃되면서 흥행에 치명타를 입을 위험에 처했었으나 페더급 챔피언 할로웨이가 빈자리에 긴급 투입되면서 또 다른 빅매치가 만들어지게 됐다.

때문에 페티스 입장에서는 더더욱 이를 악물고 승리를 따내야 된다. 한때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해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시절도 있었던지라 관심이 많이 몰린 이번 넘버 시리즈에서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며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번 경기는 앤소니 페티스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번 경기는 앤소니 페티스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 UFC 홈페이지


영화 주인공처럼 화려한 스타일의 타격가

페티스는 UFC에 입성하기전 WEC시절부터 팬들의 상당한 관심을 받아온 스트라이커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이팅 스타일 자체가 매우 화려하고 다이내믹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기를 보는 재미를 주는 선수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김치 파이터' 벤 헨더슨(34·미국)을 WEC시절 포함 두 차례나 무너뜨린 선수로도 유명하다. 두번 다 가장 중요한 순간 헨더슨을 좌절시켰다는 점에서 얄미운(?)이미지도 남아있다.

태권도, 킥복싱 등을 수련한 선수답게 페티스는 다양한 킥 기술을 구사한다. 다른 선수들은 쉽게 흉내조차 내기 힘든 고난도의 킥 공격을 경기 중에 종종 보여준다.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띄워 발차기를 날리는가하면 상대를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놓고 360도 회전공중돌려차기를 시도한다. 철장을 한번 찬 다음 이중동작으로 펼치는 플라잉 니킥이나 뒤돌려차기도 일품이다.

헨더슨에게는 굴욕이었지만 1차전 당시 구사했던 이른바 매트릭스 킥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던 중 페티스는 난데없이 케이지 쪽으로 쇄도했다. 그리고는 오른발로 케이지를 발판으로 도움닫기 한 뒤 그대로 몸을 날려 헨더슨의 안면에 플라잉 하이킥을 적중시켰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화들짝 놀란 헨더슨은 큰 동작으로 나가떨어졌다.

사실 헨더슨은 페티스의 킥에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발차기에 얻어맞았을 당시 체중을 뒤쪽으로 놓고 백스텝을 밟고 있었던지라 킥에 의한 타격보다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페티스의 화려한 킥은 지켜보고 있던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판정 결과에도 영향이 있었다는 평가다.

조금만 실수해도 경기 결과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접전 상황에서 액션 영화 같은 장면을 거푸 연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화려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페티스의 성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페티스는 기본기도 탄탄하다. 상대의 빈틈을 노려 순간적으로 터지는 하이킥, 미들킥은 매우 위력적이다. 특히 미들킥 같은 경우 짧고 간결하면서 위력까지 강한지라 알면서도 당하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맷집과 투지가 좋은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5·미국)가 한방에 전의를 상실했을 정도다.

페티스는 균형감각과 스탭 이동을 통해 테이크다운 방어에도 능숙하다. 어지간해서는 그를 넘겨뜨리기 쉽지 않다. 거기에 설사 넘어졌다 해도 서브미션 캐치능력이 좋아 다양한 스타일의 초크 기술 등으로 허를 찌른다.

도스 안요스 전 이후로 사라진 포스, 회복 가능할까?

냉정히 말하면 페티스의 커리어는 2015년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 할 수 있다. 일단 성적 자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라이트급 챔피언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그는 2015년 3월 UFC 185대회에서 하파엘 도스 안요스(34·브라질)와 맞붙는다. 결과는 완패였고 그 이후 거짓말처럼 추락을 거듭한다.

페더급에서 극강의 포스를 자랑하고 있던 '폭군' 조제 알도와 슈퍼파이트 얘기까지 나오고 있던 페티스였음을 감안했을 때 너무도 허무하게 이후의 커리어가 무너지고 말았다.

이전까지의 페티스는 누구와 맞붙어도 자신의 경기를 펼쳤으며 패배 자체가 매우 드물었다. TUF 13 피날레에서 있었던 클레이 '카펜터' 구이다 전 패배가 교통사고처럼 여겨질 정도로 페티스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도스 안요스 전 패배 이후로는 에디 알바레즈, 에드손 바르보자, 맥스 할로웨이, 더스틴 포이리에 등 이름값 좀 있는 선수들에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기는 했으나 많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패배가 늘어났다는 것은 페티스를 아끼는 팬들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운 대목이었다.

때문에 이번 키에사와의 경기도 승부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키에사는 상대에게 달라붙어 끈적끈적한 진흙탕 싸움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피가 튀는 혈전도 마다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체력이 좋은지라 장기전이 계속되다보면 어느새 상대의 흐름을 집어삼켜버리는 좀비형 사냥꾼이다. 유리한 포지션을 잡은 상태에서는 전광석화같은 서브미션으로 삽시간에 경기를 마무리짓기도 한다.

물론 키에사같은 유형은 페티스 입장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키에사는 난타전도 피하지 않을 정도로 스탠딩에서 투지가 넘치는 선수지만 타격 능력 자체는 디테일함과 거리가 멀다. 테이크다운 실력 또한 좋은 편은 아니다. 상대와 뒤엉켜 달라붙어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교한 타격가이자 테이크다운 디펜스도 좋은 페티스 입장에서 입맛에 맞는 상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페티스가 좋았을 때의 기량을 어느 정도 발휘할 때 해당되는 대목이다. 최근 경기들에서는 어정쩡한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섰던 경우가 많았던지라 만약 이날 시합 역시 그런 상태로 나온다면 잡아먹히는 쪽은 페티스가 될 공산이 크다.

과연 페티스는 최근의 부진을 털고 다시금 예전의 쇼타임 연출가로 돌아갈 수 있을지, 사냥꾼이 되느냐, 사냥감이 되느냐는 오로지 본인 자신에게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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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라이트급 일요일 빅매치 쇼타임 부활의 장 철장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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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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