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개봉을 앞두고 2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에 선 공개됐다. 배우 고현정이 사정상 시사회에 불참한 가운데 이진욱, 서현우가 영화의 시나리오의 매력을 강조했다.

특이한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광국 감독은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관용구에서 제목을 생각했다"며 "겨울쯤이면 촬영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겨울손님'이라는 단어를 넣었고, 그 이후 이야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뜻하지 않게 여자 친구에게 버림 받은 남자 경유(이진욱)가 옛 연인 유정(고현정)과 친구 부정(서현우) 등을 만나며 자신의 두려움을 직시하는 과정을 그렸다.

불운한 남자 

영화 속 경유는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손님들이 돈을 주지 않거나 누명을 씌우는 등 일진이 사납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오래전에 포기한 터다. 게다가 미래를 약속한 여자 친구마저 잠적해 버렸다. 이 설정에 이진욱은 "누구나 살면서 어려움을 겪고 사는데 그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릴 때가 있다"며 "그 순간을 지나면서 무언가 실마리를 찾게 되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에 대해 전했다.

현장에선 지난해 힘든 시기를 보낸 이진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상대를 무고로 맞고소 한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진욱은 해당 사건으로 부산영화제 상영 일정도 불참했다.

"그땐 힘든 순간이었다. 살면서 곤경에 처할 때가 있는데 당시엔 '곤경이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리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경유를 연기하면서도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제게 절대로 잊지 못할 작품이다." (이진욱)

서현우는 영화 제목과 자신의 캐릭터 이름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부정, 혹은 (상황을) 부정하다라는 뜻을 떠올렸는데 연기하면서 이 두 가지가 다 담겨있다"며 서현우는 "경유가 참 답답한 캐릭터지만 이진욱 선배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울컥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욱 선배가 (여자친구에게 버림받은 이후) 취한 채로 부정 집에 찾아와서 한우를 먹자고 우는데 정말 눈물을 꾹 참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카메라 밖에서 눈물을 훔치고 계시더라." (서현우)


고현정에 아쉽다고?

영화를 준비하며 이광국 감독은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택한 배우들에게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작비가 적은 영화임에도 특히 고현정 선배는 제가 휴대폰으로라도 촬영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출연하신다고 했다"며 이 감독은 "배우들을 통해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았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선 언론 시사에 불참하고 이후 홍보 일정도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광국 감독은 "고현정 선배가 홍보를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신 적이 없고, 오늘 시사는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기사가 나갔다"고 정정했다.

"당연히 고현정 선배는 오늘 불참에 대해 아쉬워하셨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오셔서 행사에 참여하시기도 했다. 선배가 안 오셔서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선배가 빨리 (드라마 <리턴> 상황으로 인해 벌어진 일에 대해 몸과 마음을) 추슬렀으면 한다. 제가 핸드폰을 들고서라도 꼭 영화를 찍을 것이라 했을 때도 개런티 등에 대해 어떤 말도 없이 흔쾌히 작업에 참여하신다고 했다. 오늘 같은 언론 시사회에 오시면 저야 좋지만 안 나오신다고 제가 서운할 건 없다. 관련해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지만 조금은 더 (배우들을) 배려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광국 감독)

배우 이진욱도 거들었다. 드라마 <리턴>에 함께 출연했던 그는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고현정 선배는 많은 영감을 주시는 분"이라며 "제가 연기에 대해 질문하면 아주 조심스럽게 방향을 알려주셨다. <호랑이..> 때도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겹치는 장면이 하나도 없어 현장에서 고현정 선배를 한 번도 못 뵈었다"던 서현우는 "제가 다른 일정으로 대본 리딩 때도 못 나갔었는데 선배가 부정 역할 누가 하고 있는지 찾으시며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하셨더라. 선배를 꼭 뵙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오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