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출범 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도로공사가 천신만고 끝에 1차전을 가져왔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3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세트스코어 3-2(25-23,25-20,23-25,23-25,17-15)로 꺾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첫 두 세트를 먼저 따놓고도 3,4세트를 내주며 대역전패의 희생양이 될 뻔 했던 도로공사는 5세트에서 10-14의 열세를 극복하고 홈팬들에게 극적인 승리를 선물했다.

도로공사의 좌우 공격을 책임지는 '쌍포' 이바나 네소비치와 박정아가 55득점을 합작하며 1차전 승리를 이끌었고 센터 배유나도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한편 기업은행은 메디슨 리쉘이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44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김수지가 5득점,고예림이 3득점에 그치며 메디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 양 팀의 2차전은 오는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정원은 5세트에서 불안한 서브리시브에 울다가 효과적인 서브로 웃음을 되찾았다.

문정원은 5세트에서 불안한 서브리시브에 울다가 효과적인 서브로 웃음을 되찾았다. ⓒ 한국배구연맹



5세트 10-14에서 연속 5득점으로 경기 뒤집은 도로공사의 저력 

도로공사는 V리그 출범 후 총 세 차례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다. 당연히 역대 챔프전 성적도 4승9패(승률 .308)로 썩 좋지 못하다. 반면에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5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양 팀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막강한 전력을 가졌지만 각각 긴 휴식에 따른 경기 감각 저하(도로공사)와 짧은 휴식에 따른 체력적인 부담(기업은행)이라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지난 19일 임명옥 리베로가 모친상을 당하면서 추모의 의미가 담긴 근조리본을 달고 남다른 각오로 1차전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1세트 중반까지 메디와 김희진을 앞세운 기업은행의 쌍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17-15로 앞서 있는 상황에서 메디가 연속 범실 3개(네트터치1,공격범실2)를 저지르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도로공사는 세트 후반 박정아, 배유나의 득점과 김희진의 실책을 묶어 1세트를 가져왔다.

도로공사는 2세트에서도 기세를 올려 꾸준히 3~4점의 리드를 이어갔다. 전 후위를 가리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공격을 퍼부은 이비나를 중심으로 박정아,정대영 등 국내 선수들의 지원도 나쁘지 않았다. 반면에 기업은행 선수들은 일주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탓에 다소 둔한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세트 후반 박정아의 서브득점까지 나오며 5점 차이로 여유 있게 2세트를 승리했다.

2세트에서 세트 포인트를 내준 후 연속 5점을 추격하며 분위기를 바꾼 기업은행은 3세트 초반 메디의 연속 5득점에 힘입어 분위기를 바꿨다. 흔히 배구에서 특정 선수에게 공격이 몰리는 상황은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지만 메디는 V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 타이기록(57점)을 보유한 '역대급 공격수'다. 기업은행은 메디가 3세트에서만 11득점을 올리고 세트 막판 김현지의 블로킹까지 나오면서 3세트를 가져 오는데 성공했다.

3세트 승리로 기세가 오른 기업은행과 전열을 재정비한 도로공사는 4세트에서 동점과 역전을 주고 받으며 세트 중반까지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다. 이 분위기를 바꾼 선수는 역시 메디였다. 메디는 본인의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확실히 공격 득점을 올려주며 도로공사의 상승 흐름을 번번이 끊었다. 결국 기업은행은 세트 막판 메디의 서브득점까지 나오면서 경기를 풀세트까지 끌고 갔다.

물러설 곳이 없는 5세트에서 양 팀은 남다른 집중력을 보이며 4세트 못지 않은 시소게임을 펼쳤다. 기업은행은 5세트 6-6 상황에서 김미연이 서브3개로 정규리그 리시브 1위 문정원을 흔들면서 3점의 리드를 가져왔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10-14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문정원의 효과적인 서브로 분위기를 바꿨고 듀스 상황에서 배유나의 블로킹과 메디의 범실을 묶어 17-15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도로공사는 쉽게 1승을 거둘 수 있는 1차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였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썩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상대에게 4점 차의 매치 포인트를 허용한 상황에서 연출한 5세트의 역전 드라마는 도로공사에게 큰 자신감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대역전승으로 기분 좋게 챔프전을 출발할 수 있었던 기업은행은 다 잡은 1차전을 놓치면서 남은 시리즈에서도 더욱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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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IBK기업은행 알토스 문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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