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하는 한화 호잉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호잉이 3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격하고 있다. 2018.3.13

▲ 타격하는 한화 호잉 지난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호잉이 3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타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시즌 외국인 선수를 전면 물갈이하며 새 얼굴로 채웠다. 투수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 외야수 제라드 호잉은 모두 KBO리그에 첫 선을 보이는 새내기들이다. 검증된 구관을 선호하는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3인방을 모두 새내기로만 채운 것은 한화가 유일하다.

한화는 올해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며 어느 때보다 '가성비'에 무게를 뒀다. 세 선수의 몸값 총액을 합쳐도 200만 달러가 넘지 않는다. (197만5000달러) 샘슨과 호잉이 나란히 70만 달러를 받고 휠러는 57만5000달러로 올시즌 KBO리그 전체 외인 선수 30명 중 최저 몸값을 기록했다. 연봉에서 드러나듯 이들의 선수경력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한화는 올시즌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본격적인 '리빌딩과 육성'으로 구단의 운영 노선을 정했다. FA시장에서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던 한화로서는 팀의 무게중심을 잡기 위하여 외국인 선수라도 최대한 '거물급'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값 대신 젊음과 성장 잠재력에 더 주목했다. 한화가 이미 지난해 11~12월에 외국인 선수 영입을 일찌감치 완료했을 만큼 이 선수들의 기량에 충분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화 외국인 선수들, KBO 리그에 빠르게 적응하는 중

지난해 한화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오간도(180만 달러), 로사리오, 비야누에바(이상 150만 달러) 등 모두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던 선수들로 영입 총액은 무려 480만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타자인 로사리오만 제몫을 했을 뿐,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둘이 합쳐 고작 15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몸값을 고려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활약이었다. 기량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잦은 잔부상으로 내구성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게 아쉬웠다. 외국인 선수 효과를 누리지 못한 한화는 결국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의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한화의 새 외인 3인방은 몸값은 작년 외인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모두 20대로 아직 젊은 선수들이라는 게 가장 차별화된 장점이다. 큰 부상 경력도 없다. 투수인 샘슨과 휠러의 경우, 빅리그 경험은 적지만 마이너리그를 통하여 꾸준히 선발로 활약한 경험은 꽤 풍부하다. 호잉은 중장거리형 타자로 수비가 좋고 기동력도 갖춘 외야수로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질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와 달리, 한화 외국인 선수들은 예상보다 빠르게 KBO리그에 녹아들고 있는 모습이다. 시범경기에서 샘슨은 17일 NC전서 5이닝 1실점, 휠러는 2경기에서 7.2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우완 샘슨은 시범경기에서 벌써 150km대를 넘기는 묵직한 강속구가 돋보였고, 좌완 휠러는 장신을 활용하여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와서 던지는 공끝의 무브번트가 현란했다.

토종 투수진이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한화로서는 그나마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으로 선발진의 안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용덕 한화 감독도 샘슨과 휠러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예정대로 개막 1,2선발의 역할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타자인 호잉은 시범경기 타율이 .250(16타수 4안타)에 그치며 아직은 타격감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삼진을 한번도 당하지 않았고, 4안타를 기록할 동안 3루타만 2번이나 기록할 정도로 장타력과 주루 센스만큼은 확실하게 어필했다. 원래부터 강점으로 꼽혔던 외야 수비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물론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세 선수 모두 경기 내외적으로 한화와 KBO리그에 무난하게 적응해가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올시즌 리빌딩과 성적 모두 잡으려는 한화

한화는 그동안 '외국인 선수 복'이 없는 대표적인 팀으로 꼽혔다. 그나마 타자는 제이 데이비스나 댄 로마이어, 펠릭스 피에, 윌린 로사리오같이 제몫을 해준 선수들도 있었지만 투수 쪽은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다. 에스밀 로저스(넥센)처럼 실력은 있어도 부상으로 주춤하며 용두사미가 되거나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했던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쟁팀들의 모습은 한화 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KBO리그는 최근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점점 늘려가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는 헥터 노에시 등 기존 외국인 선수 3인방과 모두 재계약하며 총 402만5000달러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SK(370만 달러)와 삼성(325만 달러)이 뒤를 잇고 있다. 외국인선수 30명 가운데 절반인 15명이 100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받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던 한화가 180도 바뀌어 이제는 1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외국인 선수가 유일하게 한 명도 없는 KBO 외인 최저 연봉팀이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연봉이 곧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까지 보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올시즌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하는 한화에게 있어서, 외국인 선수 3인방이 동반으로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며 꾸준히 활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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