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지난해 4월 3일 인천 계양체육관, V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목표로 했던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현대캐피탈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세트스코어 3-1로 패배, 우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1세트를 26-24로 어렵게 따낸 이후 25-27로 2세트를 내줬고 3, 4세트를 내리 패배한 대한항공은 홈에서 새드엔딩을 맞이했다. 가스파리니(21득점), 정지석(14득점)의 활약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문성민(23득점), 외국인 선수 대니(17득점), 신영석(13득점) 등 고른 득점 분포를 보인 현대캐피탈은 끝까지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그로부터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대한항공은 다시 한 번 봄배구의 기회를 잡았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출발점이 다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의 패배를 씻기 위해서는 먼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팀 삼성화재부터 넘어야 한다.

상대전적 3승 3패, 시즌 내내 팽팽했던 삼성화재와의 만남

역대 V리그 통산 맞대결 성적은 68승 30패로 삼성화재가 앞서 있지만, 올 시즌 상대 전적만 놓고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섯 번의 만남에서 3승 3패로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는 팀이 없었다. 만날 때마다 두 팀의 승부가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라운드별 승리팀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이 1~3라운드 맞대결 3연패 이후 4~6라운드에서는 삼성화재에게 3연승을 기록했다. 5라운드와 6라운드에서는 3-0으로 승리를 가져올 만큼 매섭게 삼성화재를 몰아붙였다. 어렵게 시즌 초반을 넘긴 대한항공이 시즌을 치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흥미로운 것은, 정규리그 여섯 차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끝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다는 것이다. 무조건 3-0 또는 3-2로 경기가 전개됐다. 2, 3, 4라운드에서는 2시간이 넘는 풀세트 접전이 이어진 반면 분위기가 한 팀으로 쏠린 1, 5, 6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세트스코어 3-0로 경기가 끝났다.

두 팀 모두 큰 범실 없이 경기를 치른다면 플레이오프에서도 접전이 이어질 것이고, 어느 한 팀이 초반부터 와르르 무너진다면 경기 시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1차전부터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팀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챔프전 진출 도전 그 이상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실수 줄이기가 관건

 지난 시즌과 상황이 다르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꺾어야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다.

지난 시즌과 상황이 다르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를 꺾어야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언론에 따르면, 박기원 감독은 1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정규시즌 시작이 어려웠다. 챔프전 우승을 위해 1, 2위를 양보했다. 우승 트로피는 우리가 아져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이가 없고 장기전으로 이어지더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준비하고 있다.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면서 상대를 흔들겠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의 이야기대로 대한항공은 주전과 백업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모든 선수들이 시너지를 낸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드는 팀이다. 반대로 말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범실이 나왔을 때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최다범실 3위, 세트당 범실 6.61개를 기록한 반면 삼성화재는 최다범실 5위, 세트당 범실 5.94개로 비교적 실수가 적었던 팀은 삼성화재였다.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2위와 3위가 쉽게 결정되지 않았지만 범실을 최소화했다면 2위는 대한항공의 몫이었다. 돌이켜보면 가져올 수 있는 세트, 혹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범실로 놓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수비의 기본인 리시브나 흐름을 끊는 서브 범실 등 최대한 범실을 줄여야 한다. 대한항공과 맞붙는 삼성화재나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현대캐피탈 또한 이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은 정규리그 종료 이후에도, 미디어데이에서도 리시브 라인을 줄곧 강조하며 사소한 차이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기원 감독은 "한두 번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두세 번 반복되면 바보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독하게 마음을 먹고 준비했고, 작년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악몽을 씻으려는 대한항공의 이번 포스트시즌 첫 비행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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