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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투르(Tours)시 구시가 서쪽 끝에는 투르의 온갖 먹거리들이 모인 시장, 레 알 드 투르(Les Halles de Tours)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거대한 마트보다는 작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규모가 있는 시장이다.

2층의 시장 건물은 천장이 개방된 모습이 아니라 작은 쇼핑몰처럼 규격화된 건물로 지어져 있다. 투르 시장은 투르 시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 나는 이렇게 깔끔한 외관의 건물이 시장이 맞나 싶은 의구심을 가지고 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시장 안에는 다양한 식료품 매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대기업에서 만든 시장 건물 안에 여러 가게를 입점시킨 게 아니라 별개의 식료품 가게들이 모여서 큰 시장을 이루고 있었다. 전시장같이 정돈된 시설 안에 깔끔한 가게들이 입주해 있어서 전체적으로 깨끗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1866년에 처음 문을 연 시장이니 무려 150여 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역사적인 시장이다.

생필품을 파는 곳이라 시장을 찾는 투르 시민들은 꽤 많은 편이다. 시장은 북적거려야 분위기가 나는데 꽤 많은 사람으로 시장 안은 활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투르 시장은 투르 시민들의 건강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 시장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투르 시장은 프랑스 시장만의 개성이 만점인 곳이다.

레 알 드 투르 고기 가게 많은 투르 시민들이 장을 보는 삶의 현장이다.
▲ 레 알 드 투르 고기 가게 많은 투르 시민들이 장을 보는 삶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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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샤퀴테리(La Charcuterie)다. 샤퀴테리는 소금을 사용하여 돼지고기를 염장, 건조, 가공하여 고기를 보존한 가공육을 말한다. 높은 온도에서 고기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염장하여 저장했던 것이 샤퀴테리이다. 이 샤퀴테리는 현재는 프랑스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고, 프랑스 북서부 지역인 투르에서도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샤퀴데리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이 접해본 것은 바로 순대 크기보다 훨씬 큰 소시지인 소씨쏭(saucisson)이다. 돼지고기와 지방을 분쇄하여 혼합한 후, 이를 감싸기 위한 케이싱에 충전하여 만들어지는 소씨쏭은 투르 만의 시큼한 향신료를 첨가하여 맛을 내고 있었다.

소씨쏭은 보통 얇게 슬라이스 된 것을 먹어 보았는데, 이 가게에서는 슬라이스로 자르지 않은 소씨쏭이 사람 허벅지만 한 크기로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맥줏집이나 호텔 조식 뷔페 등에서 많이 나오는 소씨쏭의 커다란 원래 크기는 압도적으로 큰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저 큰 소씨쏭 한 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면 겨울 한 철 나기는 문제없을 것 같다.

치즈 가게 치즈의 나라답게 커다란 대륙치즈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 치즈 가게 치즈의 나라답게 커다란 대륙치즈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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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마다 특산품으로 명성을 떨치는 치즈가게도 역시 성업 중이었다. 역시 치즈의 나라답게 큼직한 대륙 치즈가 진열장이 부족할 정도로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이곳 투르의 치즈 특산품은 바로 염소 치즈이다.

나는 투르 인근 농장에서 생산된, 동그랗게 포장된 치즈를 하나 샀다. 염소 치즈는 원래 맛이 너무 세다고 들었는데, 소문과는 달리 맛이 너무 진하고 고소했다. 음식은 개인이 직접 경험해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저렇게 큰데... 오리고기라고?

근육질의 닭고기 닭고기의 몸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 근육질의 닭고기 닭고기의 몸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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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오리구이 전문점도 있는데, 농장의 식용 닭고기를 구운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다. 프랑스의 닭들은 모두 다 이렇게 큰지 튀긴 닭의 모습이 마치 레슬링 선수의 근육질을 연상시킬 정도로 크고 우락부락하다. 닭튀김을 보고 식욕이 돈다기보다 외국의 생물을 관찰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리고기를 한 마리씩 갈고리에 걸어서 매달아 둔 가게도 있다. 그런데 투르의 전통인지 오리고기 몸통의 털은 다 벗겨내었는데 목과 날개, 꼬리 부분의 털은 뽑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그 모습이 여간 기괴하고 흉측한 게 아니다. 남겨진 털의 색깔이 다양하게 다 달라서 어떤 종류의 가금류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이국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마치 그로테스크한 현대미술 설치작품을 대하는 것 같다.

더욱 놀라운 고기는 털을 벗기고 내장을 들어낸 후 몸통 전체를 진열해 놓은 토끼고기이다. 돼지고기보다는 작아서 염소고기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가게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토끼고기란다. 이 시장 안의 토끼는 바로 색이 짙은 멧토끼였다.

다 자란 성숙한 멧토끼는 통째로 양념에 재었다가 테린(Terrine)이라는 단지에 담아 먹기도 하고 스튜요리로 만들기도 한다. 이 멧토끼를 보면 뒷다리에 발달된 근육이 도저히 토끼고기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발달되어 있다. 토끼 다리가 저렇게 우람할 수 있다고 하니 이 또한 투르에서 만난 문화적 충격이다.

가장 식욕이 돋게 하는 가게는 바로 갈레트(Galette)를 파는 가게이다. 갈레트는 프랑스에서 간식으로 먹거나 정식 후에 디저트로 먹는 팬 케이크 모양의 작은 빵이다. 이 둥글고 납작한 케이크 과자는 시식도 해 볼 수 있어서 먹어보았는데 맛이 신선하고 풍성하다. 빵의 맛이 엄청나게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동네 맛집답게 많은 투르 주민들이 갈레트 한 상자씩을 사가고 있었다.

파를 넣어 만든 키슈 오 푸아로 이 작은 케이크는 투르 시민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파를 넣어 만든 키슈 오 푸아로 이 작은 케이크는 투르 시민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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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를 넣고 크림, 계란, 지방 등으로 만든 작은 케이크인 키슈 오 푸아로(Quiche aux poireaux)도 투르 시민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빵의 모양이나 빵의 맛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현재 성업 중인 프랜차이즈 빵 가게들의 모델이 이곳 프랑스 빵 가게였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이 빵 가게에서 파는 빵 중에서 인상적인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큼직한 바게트다. 프랑스 영화에서 프랑스 사람들이 큼직한 바게트를 들고 뜯어먹거나 여러 명이 나누어 먹는 장면을 많이 보았는데, 영화에서처럼 실제 프랑스 빵도 엄청나게 컸다. 한번 먹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빵이 너무 커서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늘 투르 시내에서 수없이 보았던 쿠키전문점도 시장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프랑스의 명물 마카롱이 이 가게의 한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양도 가장 많다. 나는 이 마카롱 가게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잠시 멈칫 멈춰 섰고 마카롱을 사 먹었다. 마카롱은 부피가 작아서 여행자가 사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총천연색으로 디자인된 마카롱은 그 안에 초콜릿, 치즈 등이 다양하게 들어가 있어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장바구니에 담긴 꽃다발, 이게 바로 프랑스의 매력
다진 고기를 파는 가게 돼지, 소, 양고기를 지방에 조리한 리예트는 빵에 발라 먹는다.
▲ 다진 고기를 파는 가게 돼지, 소, 양고기를 지방에 조리한 리예트는 빵에 발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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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가게를 지나자 고기를 잘게 다져서 파는 가게들이 나왔다. 고기를 담는 단지인 테린(Terrine)을 파는 가게에서는 투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고기를 잘게 다져서 팔고 있었다. 단지 안에는 멧돼지 고기, 토끼 고기, 오리고기 등이 들어 있다. 채소를 섞어 다진 닭고기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오리 간, 닭의 간, 토끼 간, 닭 날개 등 부위별로 파는 고기들도 있으니, 각종 고기의 정육점 백화점 같은 모습이다.

이 정육점에서 파는 잘게 다진 고기류는 바로 투르 지역 특산품인 '리예트 드 투르(Rillettes de Tours)'이다. 리예트(Rillettes)는 소, 돼지, 양, 염소, 오리, 토끼 등의 고기를 갈아서 지방에 조리하고 향신료 등을 첨가하여 만든 식재료이다. 리예트를 시식하는 곳에서 빵에 넓게 발라 먹어보니 우리나라 프랑스 식당에서도 먹어보았던 기억이 났다. 다진 고기라 맛이 부드럽고 균일한데 통조림 참치를 먹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와인 안주로 계속 먹게 되는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답게 시장 안에는 와인 가게가 많고 판매하는 와인 종류도 다양하다. 이 와인들은 바로 투르의 다양한 고기요리와 어울리는 산미(酸味) 높은 화이트 와인들이다. 투르가 속한 루아르(Loire) 지방은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데, 투르의 이 와인가게에서는 '몽루이 쉬르 루아르(Montlouis-sur-Loire)', '누가 드 투르(Nougat de Tours)', '부브레(Vouvray)' 등이 현지 특산 와인으로 팔리고 있었다.

와인 가게 주인에게 와인에 대해 물어보았다.

"프랑스는 와인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 것 같아요. 좋은 와인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나는 와인을 좀 알기는 하지만, 좋은 와인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프랑스 사람들도 와인의 복잡하고 어려운 구별법을 잘 몰라요. 자신 스스로 마셔보고 기쁨을 느끼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지요."

장을 보는 여인들 한 여인의 장바구니 안에는 고기, 채소와 함께 꽃이 담겼다.
▲ 장을 보는 여인들 한 여인의 장바구니 안에는 고기, 채소와 함께 꽃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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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난 한 중년의 여인은 시장 가방 한 개를 들고 장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장 가방 안에는 바게트와 함께 과일가게에서 산 딸기와 레몬, 채소가게에서 산 토마토와 흰 양파, 고기가게에서 산 리예트가 들어 있었다. 전통 시장에서 만난 외국의 여인이 시장가방 안에 식료품을 하나하나 담는 모습이 그렇게 따뜻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여인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 식탁을 장식할 것 같은 작은 꽃다발을 사고 있었다.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꽃을 사는 여유! 꽃을 사는 게 일상인 이들의 삶은 경제력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묘한 풍족함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베랑제 대로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이 대로를 투르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 베랑제 대로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이 대로를 투르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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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시장 안에 있던 나는 시장을 나와 투르 역 방향으로 걸어갔다. 역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길쭉한 광장 같이 이어지는 예쁜 가로수길, 베랑제 대로(Boulevard Béranger)를 만났다. 날이 따뜻할 때는 길 가득히 꽃 시장이나 벼룩시장이 늘어서는 유명한 길이다. 이 길에는 유럽이 원산지인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이 맘껏 자라 하늘을 덮고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한가하게 자전거를 타는 투르의 시민들과 함께 이 아름다운 길을 계속 걸어갔다.

나시오날 거리 투르 최대의 번화가인 이 거리에 수많은 투르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 나시오날 거리 투르 최대의 번화가인 이 거리에 수많은 투르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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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랑제 대로가 투르 시청을 만나는 곳에 투르의 최대 번화가인 나시오날 거리(Rue Nationale) 가 시작되고 있었다. 오후 시간을 맞이한 거리에는 수많은 투르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오전에 잠시 지나쳤던 나시오날 거리는 전혀 다른 거리가 되어 활기를 띠고 있었다.

외국의 한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방문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놀랍게도 조용한 문화의 도시 투르는 활기찬 젊음의 도시가 되어 있었다. 곧 투르를 떠나게 되는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투르에서 아직 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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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