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밤>의 한 장면.

영화 <사라진 밤>의 포스터. ⓒ 씨네그루


아내 덕으로 사는 남자 진한(김강우). 아내가 이끌고 있는 제약회사의 중견 임원으로, 그리고 대학교수로 일하며 뭔가 날개를 펼치려 하지만 번번이 아내의 제동에 가로 막힌다. 사랑인지 구속인지 모를 일상에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고, 진한은 자신의 사랑을 위해 아내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영화 <사라진 밤>의 기본 골격은 스릴러다. 진한이 아내 설희(김희애)를 살해할 동기를 곳곳에 깔아놓고, 아내가 그에 의해 죽는 모습과 그 시체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들어가는 순간을 묘사한다. 그리고 이내 시체는 누군가에 의해 사라진다. 일단 이 정도 설정만 놓고 보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줄 여지가 충분하다.

필연적인 반전

설희를 죽인 범인이 진한임을 확신하며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중식(김상경)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다. 그리고 진한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이용해 경찰 조사를 빠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몇 가지 단서와 질문을 던져둔다. '정말 진한이 범인일까', '설희의 시체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누가 훔쳤을까', '진한 애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등이다.

 영화 <사라진 밤>의 한 장면.

영화 <사라진 밤>의 한 장면. ⓒ 씨네그루


범인을 잡고 시체를 찾으려는 형사, 범인이 매우 사랑한 여자친구,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행동들이 서로 엮이며 영화는 일종의 장르적 재미를 확보한다. 뭔가 허술해 보이지만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중식은 과거 자신의 아내를 사고로 잃은 상처가 있는 인물로, 영화에선 관객이 감정이입 하기 가장 쉬운 캐릭터기도 하다.

그러니까 영화는 초중반까지 여러 결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관객들의 주의를 끈다. 그리고 중후반부터는 그 흩어놓았던 단서가 사실 이어져 있었음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이 지점에서 바로 <사라진 밤>이 숨겨놓은 반전이 등장한다.

일단 이창희 감독이 짜 놓은 이야기와 캐릭터 간 개연성은 매우 높다. 각 캐릭터의 목적도 분명하며 행동 동기 역시 꽤 간략하면서도 쉽게 제시된다. 하지만 그에 비해 극 중 반전이 제시되는 방식과 결론은 다소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초중반까지 쌓아놓았던 높은 긴장감이 후반부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게 이 영화의 약점 중 하나다.

그럼에도 <사라진 밤>에 담긴 상상력만큼은 높이 쳐줄만 하다. 국립과학수사 연구소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룻밤에 벌이진 이야기다. 블록버스터 규모에 스타 캐스팅이 아니더라도 구성과 상상력만으로 이 정도의 설득력을 갖췄다는 건 그만큼 고민이 길고 깊었다는 뜻일 것이다.

약점이 분명하지만 그게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는다. 스릴러 장르 마니아라면, 그리고 중급 예산에 제법 구색을 갖춘 영화를 찾으려는 영화광이라면 <사라진 밤> 역시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영화 <사라진 밤> 관련 사진.

ⓒ 씨네그루



한 줄 평 : 한국형 스릴러에 쌓여 온 오래된 먼지를 털어내려는 시도에 박수를 
평점 : ★★★(3/5)

영화 <사라진 밤> 관련 정보

연출 : 이창희
출연 :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제공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싸이더스
제작 : 싸이더스
공동제작 : 엠씨엠씨, 더블앤조이픽쳐스
배급 :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01분
개봉 : 2018년 3월 7일


사라진 밤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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