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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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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오빠 엊그저께 왜 나만 쥐잡듯이 잡다 갔어? 오빠가 가고 난 뒤에 설 서방이 기가 살아서 난리잖아. 씨이~"
"얘야, 너는 성이 같은 내 누이고 매제는 나하고 성이 다르잖니. 어쩌랴? 그러면 오라비가 누이인 네 편을 들고 매제를 나무라랴? 매제가 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도 아니니 됐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네 오빠다."

딸아, 엊그저께 고모 집에 놀러 갔다가 고모부 하는 일이 아버지 마음이 좋지 않아 고모부를 대놓고 나무랄 수가 없어 고모를 빗대어 나무라고 왔더니 고모한테서 전화가 왔더구나. 많이 서운했던 모양인데 위의 글은 고모와 짧은 대화 내용이다.

고모부가 잘못한 걸 왜 자기를 혼내느냐 서운했던 고모가 다행히 아버지 속마음을 잘 헤아려 마음은 풀어졌지만,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나무라는 일은 매사 이렇다. 너 역시 동생이 잘못한 일 때문에 대신 혼나기를 여러 번, 그래도 너는 동생을 따로 혼내지 않고 감싸주더구나. 그게 바로 윗사람의 역할 아니겠냐?

그러나 아버지가 크게 실수를 한 게 있으니 직장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너를 이해하지 못했던 일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딸 가진 아버지 대개가 그렇듯 매일 늦게 들어오고 때로는 술에 취해 들어오는 너를 보며 참 많이 싸웠고 속을 끓였구나. 그 결과 어린 너를 '눈에 안 띄면 속이라도 편하겠지.' 무책임한 생각으로 독립을 시킨 일이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만 아버지 평생 가슴에 남을 후회다.

사진관을 그만두고 경비일 하며 여직원들이 밤 12시 넘어, 때로는 새벽에 퇴근하는 걸 보며 "직장생활이라는 게 남녀 구분 없이 이렇구나! 밤늦게 일에 지쳐 퇴근한 딸을 야단만 쳤으니 얼마나 서운했을까?"라는 생각에 사실 많이 힘들었단다. 미안하구나. 이미 지난 일이지만 아버지가 사과하니 네가 이해해주면 좋겠다.

네가 결혼하기 전에 사과해야 아버지 마음이 편할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미안하구나. 오늘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시 한 편 보태마. 사진은 어제 내린 눈 위의 아버지 발자국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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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말자 올림

이수종

아버님,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놀림을 들으며 원망한 적도 있었어요
끝순이 막내라고 너무 가볍게
지은 이름 같아서
어찌어찌해서 김밥집을 내고 보니
문전성시 이름값 톡톡히 잘 돼요
김밥집 차릴 운명인 걸
미리 아신 아버님 예지에
감탄하고 고마워하고 있어요
아버지 김밥 잘 말게요
김 말자 힘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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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아버지, #딸바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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