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500미터 시상대 오른 황대헌, 임효준 22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미터에서 은메달을 딴 황대헌, 동메달을 딴 임효준 선수가 시상대에 올랐다.

▲ 남자 500미터 시상대 오른 황대헌, 임효준 22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미터에서 은메달을 딴 황대헌(왼쪽), 동메달을 딴 임효준 선수가 시상대에 올랐다. ⓒ 이희훈


'쇼트트랙 막내' 황대헌(19·부흥고)이 2전 3기 끝에 웃었다. 올림픽 초중반 계속해서 불운에 겹쳐 울어야만 했던 그는 결국 악재를 딛고 실력으로 소중한 메달을 차지했다.

황대헌은 22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경기에서 39초854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임효준(22·한국체대)도 동메달을 추가해 1500m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을 추가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불운으로 제대로된 실력 발휘를 해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레이스를 마쳐야만 했던 황대헌이 메달을 획득한 것이었다.

1000m 세계기록 보유자... 천재라는 가능성

황대헌은 현재 남자 1000m 세계기록 보유자다. 황대헌은 지난시즌 국가대표 후보선수로 발탁돼 평창을 앞두고 월드컵에서 소중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았는데,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 이 기록을 세웠다. 이미 국내에서는 초, 중학교 때부터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천재 스케이터로 주목 받고 있었기에 많은 빙상팬들은 그가 시니어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황대헌의 특징은 과감하면서도 자신감있게 레이스를 풀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어느 한 종목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500m부터 1500m까지 전종목에서 항상 고른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남자 쇼트트랙이 상당히 상향 평준화가 진행되고 난 후 올라운더 플레이어 선수들이 세계정상에 서는 경우가 많았는데, 황대헌도 그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가슴 쓸어내리는 황대헌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미터 준준결승에서 아슬아슬하게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 가슴 쓸어내리는 황대헌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미터 준준결승에서 아슬아슬하게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 이희훈


그의 레이스를 살펴보면 상대를 읽고 언제 치고 나가야 하는지 찬스 등을 잘 활용하는 것이 특히 눈에 띈다. 도무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은 실력이다. 그런 점은 월드컵에서 500m부터 1500m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메달을 획득했고, 500m 랭킹 4위, 1000m 2위, 1500m 1위라는 결과를 냈다. 그가 나타나면서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도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전통강국의 위엄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다.

황대헌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제 겨우 20살이라는 점이다. 그는 오는 3월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최근 남자 선수들이 30대가 넘어서도 선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아직 10년 이상 충분히 링크 위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이 내려주는 기회... 실력으로 잡았다

그러나 꿈의 무대였던 올림픽에서 황대헌에겐 지독하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특히 그가 가장 자신있어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1500m에서 불운이 찾아와 안타까움은 더했다. 지난 10일 1500m 경기에서 황대헌은 임효준과 함께 영리하게 레이스를 펼치며 선두에서 이끌었다. 그런데 두바퀴를 남기고 왼발이 얼음에 걸리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당시 그는 3위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만 들어왔더라도 동메달을 따내는 상황이었다.

이어진 1000m는 조편성이 그를 괴롭혔다. 준준결승에서 임효준, 서이라(26·화성시청)와 함께 모두 한 조에서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지만 선배들에게 아쉽게 준결승 티켓을 내줬고 실격됐다. 두 종목 모두 특히 황대헌이 자랑하는 종목이었기에, 허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준결승 진출 결정짓는 황대헌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미터 준준결승에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짓고 있다.

▲ 준결승 진출 결정짓는 황대헌 쇼트트랙 황대헌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미터 준준결승에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짓고 있다. ⓒ 이희훈


그러나 그런 시련과 불운에도 황대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500m에서 황대헌은 자신감 있게 레이스를 이끌었다. 특히 준결승에서 임효준과 함께 팀플레이로 런 지웨이(중국)을 제치고 1,2위로 결승에 진출하는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리고 결국 소중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8년만에 올림픽 500m 메달을 획득하는데 일조했다. 황대헌은 지난해 5월 기자와 만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려주신다고 하는 애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최선을 다해서 레이스를 마치고 싶고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 아직 10대이지만 황대헌은 자신이 했던 말을 지켰고 결국 은메달을 쟁취했다. 초반의 불운은 참으로 야속했지만 결국 실력으로 스스로 쟁취해냈다. 물론 황대헌이 월드컵에서 보여준 모습에 비해 메달 1개에 그친 것은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난관을 헤치고 결국 메달을 손에 넣은 그의 모습은 오늘이 아닌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황대헌의 레이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황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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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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