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라디오로맨스> 방송 장면

KBS 2TV 월화드라마 <라디오로맨스> 방송 장면 ⓒ KBS2


최근 서울 한 종합병원의 간호사가 직장 내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병원 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투신 자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다. 

그리고 이어진 경찰 조사 과정에서 '태움'이라는 은어가 등장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새까맣게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가르치는 행위를 말한다. 문제는 교육 과정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있다. '태움'의 교육 과정에서 욕설과 험담은 기본이고, 심하면 때리거나 방에 가두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굳이 특수 직업군에 해당하는 간호사의 '태움' 문화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익산의 한 교사가 직장 내 괴롭힘과 왕따 문제로 자살했고 2016년에는 패션 기업에 다니던 한 인턴 디자이너가 왕따를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일까. 지난 20일 방송된 KBS 2TV 월화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단면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메인 작가 '라라희'가 후배 작가 '송그림'의 원고를 가로채서 '졸작'의 본보기로 다른 작가들에게 공개한 것. 소위 '송그림 괴롭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만약 현장에 있던 직원 모두가 이에 동의하면서 험담을 했더라면, 송그림 또한 극단의 생각을 하는 상황으로 몰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송그림에게는 지원군이 있었다. 그녀를 보호해주는 상사 이강이 있었고, 그녀를 이해해주는 동료 가뭄이 있었다. 상사 이강은 송그림의 직장 상사로 그녀의 보호막이 되어 주었고. 동료 가뭄은 극의 초반부터 그림에 대한 험담을 막아내는 역할을 시작으로 그녀를 돕기 시작했다. 라라희가 신입이 보는 자리에서 송그림에게 모욕을 주고, 다른 직원이 라라희와 함께 송그림을 무시해도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사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한 번 시작되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주로 상사나 중심 위치의 직원이 가해자의 중심에 서기 때문에 나머지 직원들은 그냥 '대세'에 따라 동참이나 침묵을 선택하는 것도 일반적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피해자는 점점 더 고립되고 괴롭힘은 더욱 거세질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든든한 '사수'나 옆자리를 지켜주는 '동료'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부하 직원을 챙기는 이강과 동료의 대본이 뿌려지는 상황을 보고 그림에게 뛰어간 가뭄의 모습이 돋보였던 건 그 때문이다. 혼자 당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던 둘의 모습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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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계 근무.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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