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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것을 손끝으로 구현해나가는 것은 공부이자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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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은 무심한 듯 반복되는 작은 일상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나갑니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신발 정리하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선생님께 인사 드리고, 가방 정리하고, 화장실 가고, 놀고, 밥 먹고, 싸우고, 울고, 웃고, 달리고, 구르고, 물놀이하고, 눈썰매타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단순하게 별 의미 없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반복해 나가면서 아이들은 무언가를 꾸준히 배워나가고 있지요. 그리고 공동육아 어린이집 '도토리집'의 일상은 그런 아이들의 자람새를 지켜보며 아이들이 관계 안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추운 겨울 아침, 도토리집에 들어서는 4살짜리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어요.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아이의 부모님이 바로 이야기해주셨어요. 두꺼운 바지를 입기 싫다고, 부츠를 안 신겠다고 해서 한참 실랑이했다고 말이에요. 순간 따뜻하게 입히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되는 동시에, 아이의 마음에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직 손가락 힘이 온전하게 생기지 않았는데, 두꺼운 옷 입고 벗는 것, 부츠 신고 벗는 것이 귀찮고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직은 손에 힘이 별로 없어서 부츠 신고 벗는 게 어렵지만, 좀 더 연습하다 보면 손가락에 힘이 생겨서 쉬워질 거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세지면 무거운 것도 잘 들게 되고 다른 사람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 말이에요.

우리 마음 내서 조금씩 연습해보자고 하니, 아이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는 무거운 부츠를 씩씩하게 들어 신발장에 넣었지요. 그다음부터는 부츠를 신고 벗는 자세가 남다릅니다. 네 살짜리 아이에게서 선생님과 한 약속을(자기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고요) 지키려는 굳건한 결의가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해졌지요.

산책이 아이들에게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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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은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입니다. 숲에 가면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피어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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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러 나가면 아이들은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신만의 놀거리를 찾아가지요. 산길을 오르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다가도, 운동기구라도 발견하게 되면 갑자기 눈빛이 달라집니다.

철봉에 매달리고, 윗몸일으키기도 하고, 힘껏 달리며 서로 잡기놀이도 하지요. 힘들었던 마음은 다 어디로 가고 어디서 또 새로운 힘이 생긴 걸까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랍고 의아스러운 일이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은 이렇게 즐겁게 놀면서 자기도 모르게 근육 힘을 길러 나간다는 거예요.

처음 도토리집에 온 아이들이 산책을 힘겨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책하려고 밖에 나서면 집에 가고 싶다고 하거나,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거나, 그냥 힘들다고 산을 째려보며 버티는 아이들도 있어요. 말이 좋아서 산책이지, 사실은 뒷산을 오르내리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몇 번 산책을 가다 보면 언제 가기 싫어했냐는 듯, 먼저 뛰어나가곤 합니다. 산책하면서 즐거운 놀이를 경험하기 때문이지요. 봄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맞으며 꽃잎을 주워 놀고, 오디·산딸기·보리수·앵두 등 나무 열매도 따 먹고요. 여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가을에는 도토리 깍지 주워 소꿉놀이하고, 밤 주우러 온 산을 뒤지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고드름 따다 놀기도 하고,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눈썰매타기 등 재미난 놀이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지요.

바깥 산책이 아니더라도, 실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수업과 놀이도 즐거움과 몰입의 연장선입니다. 그림 그리고, 가위질하고, 풀칠하고, 종이접기하고, 블록 쌓는 과정에서 생각과 몸을, 눈과 손을 일치시키며 모든 움직임을 놀이로 풀어냅니다. 처음에는 그냥 되는 대로 하다가 어느새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 점점 질서가 잡혀 나갑니다. 놀이는 점점 정교해지고, 손과 발의 움직임에는 섬세함이 묻어나지요.

이렇게 놀이 삼매경에 빠지는 중에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특히 다양한 방식으로 놀면서 온몸의 근육을 두루 사용하다 보니 등, 배, 팔, 다리 등에 있는 큰 근육부터 손가락과 발에 있는 작은 근육들까지 힘을 길러 나가게 되지요. 처음에 하고자 하는 것들이 잘 되지 않아서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이때 내는 짜증이 잘하고 싶은 마음과 잘 되지 않는 현실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잘 기다려 주다 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나 있는 생명을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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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경사진 곳에서 타는 눈썰매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에요.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썰매도 거뜬히 들고 오르막길을 올라갑니다. 재미있게 놀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의 근육을 단련시켜나가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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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힘을 길러 나가며 할 수 있는 것들을 넓혀나가고, 그렇게 꾸준히 성공하는 경험치가 쌓이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갑니다. 이렇게 자라 나가다 보면 나중에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끝내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어린아이가 자기 몸 하나 가눌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공부인지 모릅니다. 도토리집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교사들이 아이들 옆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해준다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감당해낼 수 있도록 돕는 넓은 터전이 되어주는 정도입니다. 실제로는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자라나가는 아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마음에 감동과 힘을 더 많이 받고 있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